난가쿠 마사오미일본의과학협회 원격의료위원장현 동경대 의과대학 부학장, 세계신장학회 차기 원장, 현 일본내과학회 회장 사진 난가쿠 마사오미
난가쿠 마사오미일본의과학협회 원격의료위원장현 동경대 의과대학 부학장, 세계신장학회 차기 원장, 현 일본내과학회 회장 사진 난가쿠 마사오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이웃 나라 일본의 의료 시스템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큰 충격에 빠졌다.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5월 15일 기준 840만 명을 넘었고 중증화 병상(ICU)이 부족해 의료 붕괴 사태까지 경험했다.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던 일본 의료 체계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만 2년, 일본의 의료시스템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고 있을까. 

일본의과학협회 원격의료위원장이자 동경대 의과대학 부학장인 난가쿠 마사오미(南學正臣) 교수는 5월 11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본은 본격적으로 원격진료 시스템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의료 분야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 되면서 다양한 법률, 제도적 정비를 하고 정부 부처뿐 아니라 대학교, IT 기업, 벤처 등 여러 참여자가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의료 분야는 강력한 기득권층이 형성돼 있어 규제 혁신을 뚫기 어려운 돌과 같다는 의미에서 ‘암반규제’로 유명하다. 여전히 대부분의 의사 사이에선 원격의료에 대해 ‘번거롭다’ ‘오진으로 인한 고소 가능성이 있다’ 등의 불평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환자 효용을 위한 악성 관행 깨기가 진행되고 있다.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원격회의 시스템으로 비디오 진찰과 문진을 하고 약 처방전 배송 및 택배 배송도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의 원격의료 사업이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진단, 처방에 이어 의약품을 약국에 원격 주문해 택배로 받는 ‘원스톱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일본의 원격의료 사업이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진단, 처방에 이어 의약품을 약국에 원격 주문해 택배로 받는 ‘원스톱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코로나19 이후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일본만 해도 가정 내에서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감염병(코로나19)은 우리로 하여금 원격진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집에 머물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기 위해 정교한 원격의료 시스템을 출시했고, 덕분에 가정 내 사망자가 극히 드물다. 반면 일본은 어땠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집에서 사망한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다. 이에 대한 문제점에 공감하고 원격의료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높아지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원격진료 현황은 어떤가. 
“일본에서 원격진료가 가능해진 것은 1997년부터다. 당시엔 외딴섬에 사는 환자나 만성질환자 등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그러다가 물꼬가 트인 것은 2015년 각종 제한 규정을 완화하면서다. 2018년부터는 스마트폰 영상통화나 이메일 등을 통한 진료의 길이 열리면서 현재 일본 전역에서 1600여 의료기관이 원격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건강보험 적용도 이뤄져 부담이 줄어든 환자들의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약을 택배로 받는 원격조제도 허용하고 건강보험 적용도 시작했다.”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없었나.
“일본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비대면 진료를 조금씩 풀어오다 2015년 8월 만성질환자 대상, 재진(再診) 이상에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 원격진료를 건강보험 체계에 정식 편입시켰고, 2020년 코로나19를 계기로 후생노동성은 신규 환자(초진)까지 사실상 원격진료 전면 허용 조처를 발표했다. 원격진료를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하지만, 사실 일본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의사들 사이에선 번거롭다거나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는 불평이 여전하다. 정부의 전향적 입장과 의료계의 주체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재 원격의료(비대면진료 포함)는 그리 활발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면진료 대비 비대면진료의 낮은 수가 문제도 한 원인이다.”


일본 정부는 2021년 8월 원격진료 수가를 두 배로 올리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부터는 ‘온라인 진료의 항구화를 위한 기본 방향’도 실시한다. 핵심은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초진 환자의 온라인 진료를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원래 초진은 대면진료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서 한 발짝 나간 것이다. 

일본은 지난 1997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처음으로 허용한 이후, 2003년, 2011년, 2015년 고시 개정을 통해 원격진료 허용 범위를 넓혀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가 뿌리내리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용률이 저조해도 제도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 원격의료는 장려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원격진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많지는 않지만, 원격진료를 적절하게 홍보할 방법을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재택 치료하던 환자의 사망 사례가 역대 최고(3만 명)를 기록했는데 비대면진료가 (적극 활용됐다면) 이런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는다. 찬반 논란은 여전하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에 발맞춰 의료계 내부에서도 권고안을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낮은 수가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원격의료가 순수하게 재정적인 부분에서 홍보되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단지 건강,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증진돼야 할 것이다.”

원격의료가 활성화되기 위한 다른 조건이 있나.
“현재 원격의료에 쓰이는 주된 장비는 모니터와 사운드에 국한돼있다. 대면진료에서 할 수 있는 것처럼 혈액 분석이나 엑스레이 검사, 초음파 검사는 할 수 없다. 이건 심각한 한계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예상보다 빠르다. 이 부분은 학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연구 중이다. 도쿄대 의대가 공대와 협력해 데이터 장비를 개발하는 것도 대표적인 예다. 웨어러블 장치뿐 아니라 비(非)웨어러블 기기가 개발돼 집에서도 필수 생리학적 매개변수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 않나.
“원격의료에서 소프트웨어는 빅데이터다.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가까운 미래에는 가정에서 엄청난 양의 생리학적 데이터(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의사가 일일이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데이터가 모이는데, 결국 데이터 과부하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오를 것이다. 빅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의 활용이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다.”

전효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