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식 트릿지 창업자 겸 CEO 서울대 기계공학부, 미시간대금융공학 석사, 전 한국투자공사포트폴리오 매니저 사진 트릿지
신호식 트릿지 창업자 겸 CEO 서울대 기계공학부, 미시간대금융공학 석사, 전 한국투자공사포트폴리오 매니저 사진 트릿지

창업 8년 차를 맞은 트릿지(Tridge)는 글로벌 농산물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첫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농산물 공급망 관리 및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트릿지는 각국에 있는 현지 직원과 인공지능(AI)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 공급자가 생산하는 농산물 15만 종의 가격과 품질, 물량 데이터를 집대성했다.

트릿지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를 중개한다. 이런 데이터를 보유한 곳도, 농산물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만든 곳도 전 세계에서 트릿지가 유일하다. 트릿지는 필요한 농산물을 해외 농장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현지 농장 실사를 비롯해 공급자 이력 검증, 계약 협상, 세관 등 무역 업무를 대행하기도 한다. 글로벌 농산물 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준 트릿지는 코스트코·월마트·까르푸·델몬트 등 내로라하는 유통 대기업을 포함해 총 40만 곳이 넘는 고객사를 확보했다.

그렇다면 트릿지의 농산물 공급망 관리 기술과 데이터는 어떤 식량 인플레이션(인플레)에 관한 해법을 내놓고 있을까. 신호식 트릿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5월 18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농산물 가격 급등이 보여준 것처럼 농산물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해야 식량 인플레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접 농산물을 확보해야 하는 필요성도 강조했다. 다음은 신 CEO와 일문일답.


최근 글로벌 농산물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농산물 공급망을 짓눌렀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인은 코로나19 사태 때 누적됐던 노동력 부족 문제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중국 등 특정국의 공급망 붕괴다. 앞으로도 거시 문제는 계속 농산물 시장을 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를 완충하는 수단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식량 인플레는 공급망의 문제인가.
“공급이 부족한 것도 식량 안보로 직결되지만, 특정 농작물의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갑자기 수입길이 막혀버리는 것도 식량 안보 문제와 연결된다. 중국과 호주 관계, 중국과 베트남 관계, 미국과 멕시코 관계 등이 그 예다. ‘큰손’의 힘이 세지면 상대방이 비(非)관세 장벽 등으로 농산물 공급을 쥐락펴락하는 것도 우리는 많이 봐왔다. 따라서 농장이 다양한 판매망을 갖출 수 있도록 정보 격차를 줄여주는 게 중요하다. 공급자가 대체 수요처를 알고 있거나 수요자가 대체 공급자를 인지하면 궁극적으로 농산물 시장의 위험이 사라지고, 식량 인플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트릿지가 생각하는 글로벌 식량 인플레 해법은 무엇인가.
“농산물 시장은 개별 농장 혹은 구매자가 네트워크처럼 움직이지 않고 인맥이나 과거 관행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정부의 금수(禁輸) 조치, 이상 기후, 전쟁 등 각종 위기가 터져 공급망이 깨졌을 때, 많은 업체가 대체 방식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트릿지는 특정 국가의 공급망이 깨지면 다른 공급처를 찾아준다. 반대로 특정 시장의 판매처가 막혀버리면 다른 판매처를 찾아 주기도 한다. 

예컨대 멕시코 아보카도의 미국 수출길이 막혔을 때 우리는 이를 중국이나 유럽 등 다른 수요처로 전환해줬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로 향하던 이집트 오렌지가 갈 길을 잃게 되자 이 오렌지를 다른 유럽 국가 판매망으로 돌린 일도 있다. 이는 우리가 수만 개의 기업, 농장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농산물 시장 참여자가 충분한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공급망을 관리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거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트릿지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분산 효과가 커지면 어느 시장에 어떤 충격이 와도 대응할 수 있는 셈이다.


태국에서 트릿지 무역 전문가가 생강 품질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 트릿지
태국에서 트릿지 무역 전문가가 생강 품질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 트릿지

대체 공급처와 수요처를 찾는 게 왜 중요한가.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시장인 탓인가.
“그렇다. 어떤 농산물이 가격이 얼마인지,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없다. 일례로, 구글에 영어로 ‘아보카도 가격’을 검색하면 트릿지 도매가 데이터가 가장 위에 나타나고 나머지는 단발성 정보가 차지한다. 아직 글로벌 범위에서 트릿지 외에 시장 가격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정보 비대칭성 후유증은 농산물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매우 폭발적으로 나타난다. 제 값을 모르는 구매자가 제값에 살 수 있는 판매처를 못 찾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일부 품목의 가격 급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식량 인플레로 직결되는 문제다.”

트릿지는 중개만 하나.
“우리는 단순히 구매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농장의 식품 자원과 장기 구매 계약을 맺기도 하고 식품 자원 지분에 투자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상류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에너지 업체가 원유와 가스를 직접 생산, 확보하는 것처럼 농산물의 ‘상류(업스트림)’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특정 농산물 공급망이 붕괴됐을 때 다른 지역 또는 시장에서 농산물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식량 인플레를 방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했다. 최근 글로벌 식량 가격 특징이 있는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식용유, 밀 등 특정 상품의 가격이 치솟았다. 최근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은 곡물 가격 상승이 주도하고 있다. 곡물 가격 상승은 다른 식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사료 주원료인 대두(大豆) 가격 상승은 육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대체재인 옥수수 가격도 덩달아 뛴다. 이는 또 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번진다. 

다만 애그플레이션은 다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가격 상승에만 시선이 쏠리는 확증 편향 현상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내 도매 시장에서 마늘, 참깨, 쌀, 소고기 가격은 점차 안정되고 있으며, 수산물도 전년 동기 대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일부 남미 국가에서는 아보카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망고, 딸기, 복숭아 등 주요 과일 도매가가 지난해보다 소폭 내렸다. 품목별로 가격 등락이 엇갈리는 만큼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한국이 농산물 측면에서 식량 인플레를 방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의 주요 농산물 공급자는 대부분 외국계 기업이다. 돌·델몬트·카길 등 영미권 회사가 주요 상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의 각종 자원 투자는 아직 미진한 편이다. 자원을 확보하면 다른 시장에 팔 수 있고 위기 발생 시 우리에겐 대체 공급처가 될 수 있다. 농산물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상류 자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농산물 식량 시장을 전망한다면.
“농산물 시장은 굉장히 이분법적인 특성이 있다. 일부 시장은 공급량이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껑충 뛰곤 한다. 식량 인플레 문제는 앞으로도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금 같은 국지전 형태로 끝난다면 지금의 애그플레이션 위기는 단기적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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