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창업자 겸 CEO 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 전 알리안츠자산운용 매니저, 제24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대통령표창 수상 사진 한국축산데이터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창업자 겸 CEO 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 전 알리안츠자산운용 매니저, 제24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대통령표창 수상 사진 한국축산데이터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여겨졌던 삼겹살마저 ‘금(金)겹살’이 됐다. 러시아가 세계적인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사람이 먹는 곡물 외에 사료용 곡물 가격도 함께 뛰었기 때문이다. 가축 사룟값이 오르자 육류 가격이 덩달아 올랐다. 여기에 국내 코로나19 거리 두기 해제로 돼지고기 수요가 급증한 것도 육류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단백질 수요가 늘면서 고기는 이제 쌀보다도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고깃값 상승으로 식량 인플레이션(인플레)을 여실히 느낄 수 있게 된 지금, 육류 가격 상승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소와 돼지 등 개체 면역력을 높이는 국내 ‘축산테크’ 기업인 한국축산데이터의 경노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5월 18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가축 질병을 예방하고 약품 비용을 줄여 축산 생산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축산데이터의 ‘팜스플랜’ 케어 서비스(왼쪽)와 ‘팜스플랜’을 이용한 돼지 활동성 측정 화면. 사진 한국축산데이터
한국축산데이터의 ‘팜스플랜’ 케어 서비스(왼쪽)와 ‘팜스플랜’을 이용한 돼지 활동성 측정 화면. 사진 한국축산데이터

한국축산데이터는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 ‘팜스플랜’을 통해 실시간 농장 내 CCTV 영상 분석과 주기적 혈액 검사,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수의사 처방을 제공하고 농장별 맞춤 솔루션을 제안한다. 축산 농가는 이를 바탕으로 가축 질병 발생률을 낮춰 고품질 축산물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가축에 관한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과 관리 서비스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한국축산데이터는 총 65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관리하는데, 이는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축산데이터는 어떻게 축산 생산성을 높이는가.

“우리는 가축 질병을 진단하고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한다. 또 축산농가에 카메라를 달아서 체중이 잘 늘고 있는지, 이상 행동을 보이진 않는지, 확인하고 영상 처리 AI로 분석한다. 이차원 이미지와 딥러닝을 결합해 체중 등을 사람 눈(목측)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AI 기술을 사용하면 수천만 마리에 달하는 대규모 가축이 고르게 성장하는지 분석하고 개체들끼리 비교할 수도 있다. 체내로는 혈액, 체외로는 카메라와 AI를 통해 생체 지표를 확인하는 셈이다. 수의사 혹은 축산 전문가에 준하는 시스템이다. 면역력 진단으로 건강한 가축이 많아지면 사료 효율이 높아지고 폐사율이 낮아져 당연히 생산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팜스플랜을 이용하는 농가는 이전보다 사료 비용은 15% 감소했고 생산성은 25% 늘었다.”

이런 기술이 치솟는 고깃값을 잡을 수 있나.
“그렇다. 일단 육류 생산비가 낮아져야 고기 소비자가격이 싸지는데,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소와 돼지의 면역력을 키우면 앞서 말한 것처럼 사료를 먹고도 죽는 가축이 줄어든다. 즉, 버리는 사료량이 감소하는 효과(사료 효율)가 있어 생산비가 절감된다. 또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축산 농가는 항생제를 많이 쓰게 되는데, AI 진단을 통해 항생제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약품 비용이 절약되는 것이다. 

똑같은 비용이 투입돼도 얼마만큼 더 축산물을 생산해내느냐도 관건인데, 아파서 죽는소와 돼지가 줄면 생산량이 늘어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더욱이 우리는 생산성뿐만 아니라 육류의 질도 높여준다. 유통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품질의 축산물이 균일하게 나오는 게 중요하다. AI로 대규모의 가축 건강을 한꺼번에 관리하면 고품질의 육류가 고르게 나온다.”

축산 분야에서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기존에는 가축에 질병이 생긴 다음 무슨 질병이 발생했는지 진단해서, 폐사율이 높았다. 주기적으로 가축 질병과 면역력에 관한 데이터를 쌓으면 이를 예방해 폐사율을 낮출수 있다. 또 궁극적으로는 농장을 대형화하려는 기업이나 농장주에게 축산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한 사람의 축산 노하우가 딱 1500마리까지라고 가정하면, 이 사람이 1만 마리 규모로 농장을 확대하려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 여섯 명을 더 고용해야 한다. 그런데 축산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면 한 사람이 1만 마리까지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실제 우리나라 가축 마릿수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농가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이는 한 농가당 사육하는 마릿수가 점점 늘고 있고 대형화 추세로 가고 있다는 얘기로, 앞으로 축산 데이터 수요는 더 증가할 것이다.”

한국이 축산 자급률을 높이려면.
“우리나라 축산 자체가 농림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 정도 된다. 생산액은 20조원 수준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미국이나 호주 등과 비교하면 국내 축산 생산량은 낮은 편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고깃값이 비싼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또 육류 관세율은 점점 0에 수렴하고 있어 외국산 육류 경쟁력이 국내에서 커지고 있다. 한국이 축산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까지 높이려면 가축 폐사율을 낮춰 생산량을 늘리는 게 답이다. 그래서 축산테크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진출도 활발한데. 
“현재 팜스플랜은 인도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국 등에 진출해 있다. 최근 영국에서도 아시아 최초로 영국 정부 지원 글로벌 기업가 프로그램(GEP) 축산 분야에 선정됐다. 영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축산테크에 관한 수요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축산업이 낙후된 나라는 가축 질병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축 질병을 예방하고 진단해 일단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반면 축산업이 발달한 미국 같은 나라는 질병보다는 ‘어떻게 하면 적은 노동력으로 큰 농장을 운영할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축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인데, 최근 영국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유럽 인구 노동력이 많이 유출되자 축산테크에 관한 관심이 급부상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무인으로 대형 농장을 관리하고 싶어 하는 니즈(수요)가 있다.”

글로벌 축산 시장 전망은.
“폭증하는 인구의 단백질 수요에 맞춰 한정된 땅덩어리에서 얼마만큼 폭발적으로 육류를 생산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생산량뿐만 아니라 항생제를 덜 쓴, 안전한 육류를 어떻게 공급할 것이냐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다. 항생제를 맞은 돼지는 육질이 파괴되므로 육질 관리 측면에서도 항생제는 중요하다. 항생제는 최근 대두되는 동물 복지와도 연관이 있다. 돼지는 ‘돼지 스트레스 증후군(PSS·Porcine Stress Syndrom)’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다. 지금은 넓은 공간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이 복지라고 하지만, 동물 입장에서는 항생제를 덜 맞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환경적인 규제도 글로벌 축산 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 가축 분뇨는 탄소를 발생시키는데, 건강이 나쁜 가축일수록 분뇨 배출량이 많다. 사람도 몸이 아프면 설사하는 것처럼 가축도 그렇다. 가축이 건강할수록 가축 분뇨 발생량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저탄소 움직임에 맞춰서 축산 농가들은 동물의 분뇨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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