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 하 유로모니터 이코노미 헤드 독일 보훔루르대 경제학 박사 사진 유로모니터
란 하 유로모니터 이코노미 헤드 독일 보훔루르대 경제학 박사 사진 유로모니터

“밀 등 곡물 부족 현상으로 인한 세계 곡물 가격 상승이 시장의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란 하(Lan Ha) 유로모니터 이코노미 헤드는 5월 19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인플레이션(인플레) 여파를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유로모니터의 글로벌 인플레 시나리오 분석 데이터를 제시했다. “2022년 세계 물가 상승률은 7.9%로,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세계 물가 상승률은 2023년 다소 둔화해 5%로 예측된다.” 그는 기업들이 인플레 국면에서 가격을 인상할 때 소비자에게 추가 가치를 제공하고, 효율적인 비용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식량 인플레가 언제까지 지속할까.

“현재의 식량 인플레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극심한 기후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주요인인데 단번에 해결되기 힘들기 때문에, 내년까지 식량 인플레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팬데믹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팬데믹 이후 2021년 세계 밀 가격은 전년 대비 36.1% 상승했다. 공장 폐쇄, 인력 부족, 항구 혼잡, 높은 운송 가격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망가졌고, 이로 인해 곡물 및 식품 생산 비용이 커졌다. 식량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2020년 98에서 2021년 125로 뛰었다.”

기후 변화가 곡물 생산 감소에 영향을 줬다.
“2021년 미국, 호주 등 전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에 폭염, 홍수 등 기상 이변이 발생하며, 곡물 공급 자체가 줄었다. 2021년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은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9~2020년 평균 1% 증가율과 비교하면 굉장히 낮은 수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 인플레를 얼마나 심화시켰나. 
“전 세계 밀 수출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밀 생산과 수출이 줄면서 식량 가격이 또다시 올랐다. 2022년 3월 세계 밀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2월과 비교해 12.5% 상승했다. 세계 식량가격지수 역시 2022년 2월 141에서 3월 159로 올랐다.” 

식량 해외 의존도가 나라마다 달라 식량 인플레 충격도 다를 것 같다.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치솟는 식량 가격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집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집트의 2021년 식품 수입은 총상품 수입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이집트는 자국 밀 전체 소비량의 약 80%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이런 구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전 5%였던 이집트의 물가 상승률은 현재 약 14.5% 수준으로 상승했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 비해 가구당 식품 지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식량 가격 상승 여파가 크다. 인도의 경우 식품이 총지출의 27.8%를 차지한다. 한국은 12%, 싱가포르는 7%다. 더욱이 개발도상국은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이 더뎌,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식량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 가격 상승은 물론 원자재, 에너지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로모니터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세계 물가 상승률은 2022년 7.9%(6.3~8.8% 범위), 2023년 5.2%(3.6~6.6% 범위)로 예측된다. 2022년 7.9%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은 어떻게 인플레에 대응해야 하나. 
“대부분 기업이 추가 재고를 비축하는 등 잠재적인 공급 중단 사태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재고 확보 경쟁을 유발해 추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곡물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오르는데, 판매 가격을 유지하면서 손해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에 맞는 가격 전략을 펼쳐야 한다. 일부 소비재 기업은 판매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이때 인상한 가격이 시장과 소비자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을지를 먼저 예측해야 한다. 또 인플레 국면에서 단순히 기존의 이윤을 내겠다는 차원을 넘어, 가격 인상과 함께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판매 가격 인상은 효율적인 비용 관리가 이뤄진 후 단행돼야 한다.”


plus point

Interview 마이클 톰슨 미국 텍사스A&M대 농업과학부 교수
“기후 변화 견딜 수 있는 ‘내성(耐性) 작물’ 개발 중요”

박용선 기자

마이클 톰슨미국 텍사스A&M대 농업과학부 교수 코넬대 식물육종학 박사, 전 국제쌀연구소(IRRI)수석과학자 사진 마이클 톰슨
마이클 톰슨미국 텍사스A&M대 농업과학부 교수 코넬대 식물육종학 박사, 전 국제쌀연구소(IRRI)수석과학자 사진 마이클 톰슨

“기후 변화를 얼마나 잘 컨트롤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마이클 톰슨(Michael Thomson) 미국 텍사스A&M대 농업과학부 교수는 5월 23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식량 위기의 해법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작물이 자라는 데는 기후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어떤 환경에서도 작물 재배 최적의 기후 조건을 만들어주거나,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서도 자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쌀연구소(IRRI) 수석과학자를 거친 톰슨 교수는 쌀 등 곡물의 내성(耐性) 유전자 개발 분야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물 재배 최적의 기후 조건은 어떻게 만드나. 
“첨단기술의 힘을 빌려야 한다. 애그테크(AgTech·농업+기술)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센서, 로봇, 드론 같은 무인항공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햇빛·물·습도 등 작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용은 줄이고 생산량은 극대화할 수 있다. 가뭄, 폭염이 발생해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정부는 물론 기업과 연구기관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사실상 가뭄 등 기상 이변은 현재로서는 해결할 방안이 없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런 기상 이변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농산물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더 높은 온도, 더 적은 물 등 작물이 자랄 수 없다고 여겨지는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식물 육종을 개발해야 한다. 유전적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식이다. 영화에 나오는 황폐해진 세계에서도 잘 자라는 그런 작물이다. 미래 기후 변화 악화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환경 조건의 변화를 견딜 수 있는 ‘내성 작물’은 굉장히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식량 위기가 심화됐다. 
“세계적으로 식량 인플레가 발생하고 있고, 가난한 나라에선 기아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 식량 개발 역사를 보면, 이런 위기 때는 농업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늘어났지만, 시간이 지나며 R&D가 흐지부지해지는 게 반복됐다. 꾸준한 농업 기술 R&D가 중요하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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