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 컴퍼니 창업자 겸 대표 서울대 경영학,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 전 P&G코리아 근무, 전 베인&컴퍼니 근무 사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 컴퍼니 창업자 겸 대표 서울대 경영학,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 전 P&G코리아 근무, 전 베인&컴퍼니 근무 사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수제맥주(크래프트 맥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첫사랑 IPA’를 들어봤을 것이다. 첫사랑처럼 향기롭고 달콤한 첫맛이 지나면 쌉쌀한 여운이 남는 이 맥주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했다. 지금까지 총 50만 캔이 팔렸다. 이는 편의점에서 팔리는 맥주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린 맥주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첫사랑 IPA로 이름을 알린 국내 수제맥주 업체다. 2016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200여 종이 넘는 수제맥주를 만들었다. 서울 성수동 매장에는 그중 50여 종의 수제맥주가 판매된다. 직원들이 직접 그린 수제맥주 포스터 덕분인지 ‘힙’한 분위기가 나는 매장은 손님으로 항상 붐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경기 이천에 맥주 양조장을 두고 있다.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도 매년 여러 수상작을 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최근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이코노미조선’은 6월 9일 서울 성수동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매장에서 자신을 ‘맥덕(맥주+덕후)’이라고 소개한 김태경 창업자 겸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사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수제맥주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있나.
“2010년쯤 미국 유학 시절 수제맥주에 관심이 생겼다. 미국에서는 마트 한 벽면을 다 채울 만큼 수제맥주가 많았는데, 이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카스와 하이트가 전부였다. 미국에서 ‘도대체 이 다양한 맥주는 뭐지’ 하고 찾아봤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양조장이 있길래 직접 투어하고 홈브루잉도 하면서 맥덕이 됐다. 2012년에 한국에 돌아온 다음 맥주에 관한 관심으로 경리단길과 강남역에 펍을 냈는데, 잘 안됐다. 그러는 동안 2016년에 다행히 주세법이 바뀌었다. 원래 소형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맥주는 외부 유통을 못 했는데, 주세법이 바뀌면서 수제맥주 유통이 가능해졌다. 이때 다니던 컨설팅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양조장을 차렸다.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AB인베브가 내 오랜 클라이언트여서 맥주 산업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수제맥주가 인기였다. ‘한국에서는 언제 그런 타이밍이 올까’ 했는데, 법이 바뀌었을 때, 기회라고 생각했다.”

편의점과 마트에도 이제 수제맥주가 많다. 언제부터 수제맥주가 대중화됐나.
“크게 세 가지 전환점이 있었다. 우선 2020년 1월부터 주류 과세 체계가 ‘종가세(원가에 따른 세금)’에서 ‘종량세(맥주의 리터 또는 알코올 함량에 따른 세금)’로 바뀐 것이다. 종량세 개정으로 수제맥주 제조원가가 크게 낮아져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로 인해 그동안 수입 맥주만의 전유물이었던 ‘네 캔에 만원(편의점에서 맥주에 적용되는 프로모션)’ 카테고리에 진입하며 소비자에게 가까워졌다. 또 종량세 개정으로 원가가 높아져도 세금이 오르지 않으니,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은 원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양질의 맥주를 만들고 있다. 

2019년의 ‘노(NO) 재팬’ 운동도 기회가 됐다. 일본 맥주가 편의점과 술집에서 빠지면서 국내 수제맥주가 들어갈 틈이 생겼다. 다음으로는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었다. 소주와 기성 맥주 일색이었던 회식이 사라지면서 혼술·홈술족이 증가했고 취향 따라 새로운 맛의 수제맥주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이런 추세에 걸맞게 이제 편의점과 마트에서도 수제맥주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MZ 세대를 주축으로 수제맥주 소비가 늘었다고 한다.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에게 중요한 건 다양성과 희소성이다. 수제맥주도 그렇고, 최근 힙합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WON SOJU)’에 MZ 세대가 열광한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원소주는 수량이 적어 오픈런까지 서가며 구매해야 했다. 

MZ 세대는 가성비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따진다. 좋은 것을 알아보고 거기에 돈을 쓴다는 말이다. 수제맥주가 기성 맥주보다 가격이 더 나가도 맛있으면 기꺼이 여기에 돈을 지불한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수제맥주 업계가 MZ 세대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어려서부터 수제맥주를 접한 젊은 층은 나중에 경제력이 생기면 양질의 수제맥주를 더 소비할 것이다.

이들 중 구체적으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까지의 여성이 수제맥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것을 즐긴다. 먹고 마시는 유행을 주도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여기에서 얻은 자신의 경험을 타인에게 전파한다.”

최근 수제맥주 트렌드는. 
“‘컬래버(협업) 대박’ 가능성은 줄고 있다. 컬래버가 흔해지다 보니 대중이 지겨워한다. 이제 수제맥주 업체들은 브랜드 마케팅에 신경을 쓰고 있다. 대중이 ‘곰표 맥주’는 알아도 이 맥주를 만든 브루어리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많은 수제맥주 업체는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또 자신만의 맥주를 원하는 브랜드나 장소가 많이 생기고 있다. 이른바 ‘커스터마이징’이다. 우리는 최근 CGV 맥주와 워커힐 호텔 맥주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엔터사도 수제맥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서브 컬처·결혼식·파티 맥주도 나올 수 있다. 이런 건 소규모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수제맥주 업체만이 할 수 있다.”

수제맥주가 지금보다 더 대중화되려면. 
“편의점의 ‘네 캔에 만원’이 수제맥주 소비를 늘렸지만 부작용도 불러왔다. 가격이 2500원 내외가 돼야 하다 보니 양질의 수제맥주가 만들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싸게 만들어야 손해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는 맛있는 수제맥주를 못 먹게 된다. 저가 맥주인 ‘칭다오’는 편의점에서 살아남았지만 프리미엄 맥주인 ‘에비스’와 ‘삿포로 실버 컵’은 퇴출당하지 않았나.”

국내 수제맥주 제조사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맥주는 외국에서 온 술이다. 어설프게 외국 맥주를 흉내 내기보다 한국에만 있는 원료를 찾아야 한다. ‘한방 재료’가 들어간 설화수 화장품이 외국에서 큰 호응을 얻은 것을 떠올려보라. 우리도 차(茶)와 한방 재료에 주목하고 있다. 재료뿐만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에서도 한국적인 것을 가미해야 한다.”


plus point

힙합 가수가 만든 프리미엄 소주, 오픈런 이유는

힙합 가수 박재범이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 지하1층 ‘원소주(WON SOJU)’ 팝업스토어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힙합 가수 박재범이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 지하1층 ‘원소주(WON SOJU)’ 팝업스토어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5월 31일 오전부터 부산시 전포동에는 수백여 명이 줄을 섰다. 다름 아닌 원스피리츠의 프리미엄 소주이자 전통 소주인 ‘원소주(WON SOJU)’의 팝업 스토어 ‘지에스 원(GS WON)’ 개점 날이었기 때문. 지에스 원은 GS리테일과 힙합 가수 박재범이 대표로 재직 중인 원스피리츠가 손잡고 부산에 마련한 매장이다. 원소주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지에스 원이 유일했다. 원소주 가격은 병당 1만4900원 수준이지만, 3개월 전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서 처음 판매됐을 때 일주일 만에 2만 병이 완판됐다.

원소주 이전에는 뉴욕에서 온 프리미엄 소주인 ‘토끼소주’가 있다. 토끼소주는 2011년 미국인 브랜던 힐이 한국 전통 양조장에서 영감을 받아 뉴욕 주조장에서 제조한 술이다. ‘토끼소주 화이트(375㎖·2만4000원)’와 ‘토끼소주 블랙(375㎖·3만6000원)’으로 2종이 있는데 도수도 각각 23도와 40도로 높다. 최근 세븐일레븐과 CU에 입점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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