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기환 신세계L&B영업담당 상무 전 이마트 바이어, 전 중국 이마트 매입부장,전 트레이더스 매입부장채승우 객원기자
마기환 신세계L&B영업담당 상무 전 이마트 바이어, 전 중국 이마트 매입부장,전 트레이더스 매입부장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예전에도 와인이 대중화됐다는 말은 종종 했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와인은 진정으로 ‘누구나 쉽게 즐기는 술’이 됐다. 와인을 접하는 나이가 어려질수록, 와인 인구가 많을수록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콜키지 프리’라는 단어가 생소했는데, 이제 누구나 그 뜻을 알지 않는가.”

마기환 신세계L&B 영업담당 상무는 6월 8일 서울 광장동의 신세계L&B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와인 전성시대’가 놀랍다면서도 한국인의 와인 사랑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와인 수입사 1위인 신세계L&B는 지난해 매출 1999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1072억원이었던 매출이 2년 새 약 두 배 성장한 것이다. 2016년에 한남동과 청담동에만 있던 신세계L&B의 와인 판매 직영점인 ‘와인앤모어’는 올해 총 46개 점으로 늘었다. 다음은 마 상무와 일문일답.


고급주류로 분류되던 와인이 언제부턴가 대중화됐다.
“2019년 말부터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중화 속도가 빨라졌다. 이전에는 취하려고 술을 마시거나 폭음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한 잔을 마시더라도 취향과 맛, 분위기를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했다. 회식이 금지되면서 혼술·홈술 문화가 증가해 자신만의 술 취향을 갖게 된 것이다. 신세계L&B가 작년 12월 3개월 이내 5대 광역시 거주 만 20~54세 성인 남녀 81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복수 응답)를 살펴보면 응답자 절반이 와인(54%)을 전년 대비 음용이 증가한 주종으로 꼽았다.

신세계L&B가 엄선하고 이마트가 2019년 8월 선보인 ‘도스코파스(DOS COPAS)’도 와인 대중화에 한몫했다. 4900원인 이 와인은 출시 후 단 4개월 만에 100만 병을 판매했다. 와인을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들도 한 번쯤 와인을 사보게 만든 것이다. 이후 다른 경쟁사 마트와 편의점도 이와 비슷한 가격대의 상품을 많이 내놓으면서 와인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을 덜게 됐다. 소주와 가격은 비슷해지고 용량은 와인이 750mL(소주·360mL)로 더 많아서 오히려 와인이 가성비 술이라는 인식도 생기게 됐다.”

와인 접근성도 좋아졌다.
“그렇다. 와인은 이전에 기념일 등에 백화점에서나 살 수 있던 술이었는데, 이제 대형마트, 편의점에서도 와인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와인 대중화와 다양해진 와인 구매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신세계그룹을 비롯한 유통사들이 와인 수요를 빠르게 인식하고 마트와 편의점에 와인을 배치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이런 추세는 와인을 자주 접했던 이들뿐 아니라 와인을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가 계속 늘어나게 했다. 이제 20대 초반도 집 근처에서 쉽게 와인을 사서 먹는다. 이들이 나중에 재정 상태가 나아지면 더 비싼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 지갑을 열게 될 것이다.”

술 소비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와인 수입도 늘었나.
“노는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술 소비 문화도 다양해졌고, 다양한 장소와 때에 와인을 찾는 이들도 함께 늘었다. 예전에는 누가 혼자 캠핑을 하면서 와인을 마시고 그걸 소셜미디어(SNS)에 올릴 생각이나 했겠나.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진 것과도 연관이 있다. 와인 종류가 많다 보니 사람들은 마신 와인 말고 다른 와인도 맛보고 싶어 한다. 와인을 찾는 사람의 취향이 계속 바뀌니까 와인 수입사도 여러 와인을 수입해 오려고 노력한다. 내 와인 취향도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달콤한 와인을 마셨다가 그다음에는 드라이한 와인을 마시고, 이제는 스파클링 와인을 찾고 있다. 한 명도 이렇게 계속 취향이 바뀌는데,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다양한 와인에 대한 니즈(수요)가 자연스레 증가한다. 최근에는 비건 와인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와인앤모어에선 비건 와인을 ‘오가닉앤모어(Organic&More)’ 코너에 모아서 팔고 있다. 실제로 2020년 와인앤모어의 친환경 와인(유기농·내추럴·비건 와인) 매출은 2019년 대비 300% 넘게 늘었다. 참고로 국민 와인 ‘G7’이 최근 비건 인증을 받았다.”

신세계L&B에서 수입, 유통하는 와인의 주 소비층은.
“소비층은 2050까지 넓게 보고 있으나, 최근에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 2010년생) 젊은층을 중심으로 와인 수요가 늘고 있다. 기존 와인 소비자는 프랑스 보르도, 칠레 등 특정 원산지를 먼저 확인하고 구매했다면, MZ 세대는 다양한 원산지의 와인을 경험하는 것을 즐긴다. 또한 일상에서 가성비 좋은 와인을 즐기기도 하지만, 최근엔 와인별 특성을 이해하고 중고가 와인을 찾는 젊은 마니아층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L&B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내 와인 인구를 늘리는 게 목표다. 와인 인구를 늘려야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다. 그래야 우리 같은 수입사가 더 맛있는 와인을 더 저렴하게 공수해 올 수 있으니까.”

최근 와인 트렌드는.
“과거에는 유명 브랜드나 특정 원산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지만, 이제는 개인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맛과 가격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일반 소비자도 와인 애플리케이션으로 와인 라벨을 찍고 테이스팅 노트, 평균 판매가, 추천 푸드 페어링 정보를 확인한다. 또 많은 소비자가 당도는 중간 이상, 타닌은 중간 이하, 보디감은 강하고 산도는 낮은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1만~3만원대의 가성비 와인 선호도도 높았다.”

최근 와인 수입 시장에 변화가 있다면.
“와인을 수입, 유통하는 회사들은 와인앤모어 같은 직영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1인 수입사가 많아졌다. 아직 매출 규모에서 큰 영향력이 있진 않지만, 다양성에 보탬이 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기업이 수입하지 않는 고가의 와인이라든지, 마니아층만 마시는 와인을 수입해오기도 한다.”

최근 신세계프라퍼티에서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인수했다.
“그룹 내 시너지 방안은 사업의 주체인 신세계프라퍼티에서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다. 신세계L&B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면 신세계그룹 내 주류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로서, 당연히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한국 판매 물량을 더 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통 3사(신세계·롯데·현대) 모두 와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L&B는 다양해지는 소비자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가 라인 등 상품군을 강화할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와인앤모어 매장을 올해 7개 더 열 계획이다. 또 레스토랑과 호텔 영업에도 힘쓸 예정이다. 그리고 유통 3사가 와인 사업을 키우고 있는 건 파이(pie)가 커지는 것이므로 반길 일이다. 유통사끼리 경쟁해 소비자는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와인을 사게 될 것이다.”


plus point

‘아저씨 술’이라니? 
MZ 세대 사로잡은 위스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아재 술’로 여겨지던 위스키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MZ 세대 ‘픽’이 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혼술·홈술하는 MZ 세대가 늘면서 위스키 인기가 높아졌다. 과거 4050대 중심으로 임페리얼·발렌타인 등 ‘블렌디드 위스키’가 인기였다면 최근 MZ 세대는 맥캘란·글렌피딕 등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겨 찾고 있다. 

MZ 세대는 위스키를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던전’이라고 불리는 남대문시장을 활보하고, 면세점으로 오픈런을 가기도 한다. 6월 2일 위스키 커뮤니티에 ‘가성비 위스키’로 알려진 조니워커 그린이 대형마트에 6만~7만원대 가격으로 물량이 풀렸다는 소식이 올라오자 MZ 세대 위스키 마니아들은 마트로 달려갔다. 또 지난해 11월 신세계L&B는 가성비 위스키로 떠오른 아메리칸 버번위스키인 ‘에반 윌리엄스’를 들여왔는데, 한 달 만에 1만1200병이 팔리기도 했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1억7534만달러(약 2100억원)로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위스키 수입액도 5219만달러(약 68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7% 늘었다. 위스키 시장은 2007년 정점을 찍은 뒤 위축되다가 지난해부터 V 자 반등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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