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힌디 브루클린 브루어리 공동 창업자미국 양조가협회 설립 및초대 회장, 현 뉴욕인력투자위원회 임원,전 AP통신 중동 특파원브루클린 브루어리
스티브 힌디 브루클린 브루어리 공동 창업자미국 양조가협회 설립 및초대 회장, 현 뉴욕인력투자위원회 임원,전 AP통신 중동 특파원 사진 브루클린 브루어리

미국 뉴욕 브루클린 11번가 이스트 윌리엄스버그에는 브루클린의 첫 글자인 ‘B’를 독수리 형태로 형상화한 커다란 로고가 눈에 띄는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수제맥주) 양조장이 나온다. 이 로고는 뉴욕시의 상징인 ‘아이 러브 뉴욕(INY)’을 디자인한 밀턴 글레이저의 작품인데, “평생 시음권이면 충분하다”며 금전적 대가 없이 그려줬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마저 ‘브루클린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맥주’라고 평가한 이 브랜드는 뉴욕 판매 1위 수제맥주인 ‘브루클린 브루어리(Brooklyn Brewery)’다. 

양조장 내부에 들어서면 엄청난 크기의 맥주 발효 탱크 네 대가 시선을 사로잡고, 여기서 갓 따라낸 맥주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청량감을 준다. 외부 음식 반입도 가능하다. 여행자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선택한 맥주를 투명한 잔에 따라 눈으로, 코로, 혀로 음미하며 대화를 나눈다. 20분간의 시음회 투어가 끝나면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제가 고른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미국 뉴욕 브루클린 11번가에 있는 브루클린 브루어리 양조장 건물. 사진 브루클린 브루어리
미국 뉴욕 브루클린 11번가에 있는 브루클린 브루어리 양조장 건물. 사진 브루클린 브루어리

미식 트렌드가 자리 잡은 수제맥주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과 더불어 홈 파티 문화가 정착되면서 술의 향과 맛을 놀이처럼 즐기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드는 수제맥주는 이러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 최근에는 여기에 ‘푸드 페어링(Food Pairing·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의 조합)’ 바람이 불고 있다. 

1988년 설립된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설립 초기부터 브루마스터(Brew Master·맥주 양조자)인 개릿 올리버(Garrett Oliver)를 중심으로 맥주와 잘 어울리는 푸드 페어링 문화를 제안했다. 개릿 올리버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맥주 색깔과 음식의 ‘깔맞춤’을 제시했다. 짙은 갈색 수제맥주는 초콜릿 혹은 커피 향의 디저트와 곁들이는 식이다. 페어링은 애초에 고급술인 와인을 즐기는 문화에서 자주 사용됐는데, 비슷한 방식으로 수제맥주 시장이 개성을 찾고 고급화가 진행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었다. 

6월 8일(현지시각)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한 스티브 힌디 공동 창업자는 “개성 있는 수제맥주 양조장이 늘어난 덕분에 전 세계 식음료 시장에서 맥주의 지위가 올라가고 있다”면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식당에 가서 그냥 ‘맥주 주세요’라고 외치기보다 ‘어떤 종류의 맥주가 있나요?’ 혹은 ‘이 음식에는 어떤 맥주를 추천하시나요?’라고 물어보며 음미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과거 AP통신 중동 특파원 시절, 이슬람 율법에 의해 술이 금지된 곳에서 지인과 나눠 마시기 위한 홈브루잉(Home-brewing)을 해보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브루클린 브루어리 양조장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규모의 양조 시설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사진 브루클린 브루어리
브루클린 브루어리 양조장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규모의 양조 시설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사진 브루클린 브루어리
시음회를 마친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앉아 맥주를 맛보고 있다. 사진 브루클린 브루어리
시음회를 마친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앉아 맥주를 맛보고 있다. 사진 브루클린 브루어리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수제맥주 시장에 생긴 변화는.
“고급 레스토랑과 바(bar)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미국 수제맥주 시장이 판로의 영업 제한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 내 9000개의 양조장 중 40%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지난해에는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로 인해 ‘하드셀처(Hard Seltzer⋅탄산수에 알코올과 향미를 첨가한 술)’나 보드카나 럼 등에 탄산음료나 주스를 섞거나 맥주나 탄산수 등에 다양한 향미를 첨가한 ‘RTD(Ready to Drink) 칵테일’ 시장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수제맥주 시장을 넘어설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출시되는 신제품에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내나.
“새로운 맥주를 선보이기 전에 시장 조사를 꼼꼼히 한다. 예를 들면 맥주 애호가들이 건강을 생각하고 음주 단속이 엄격해지는 것을 걱정한다는 설문조사를 주목했다. 단지 알코올 도수만 낮은 게 아니라 날것의 ‘브루클린’ 방식을 원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곧바로 논알코올 맥주인 ‘브루클린 스페셜 이팩트 라거(Brooklyn Special Effects Lager)’를 출시했다. 355mL 용량의 알코올 도수가 0.4%로 소나무의 아로마 향과 달곰씁쓸한 맛을 가지고 있다. 샐러드, 구운 닭고기, 염소 치즈와 잘 어울린다. 논알코올만 마시거나 일반 맥주와 함께 논알코올을 섞어 마시면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면서 동시에 지인들과 어울릴 수 있다.”

맥주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을 추천해주는 게 흥미로운데.
“1988년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론칭하면서 전 세계 식음료 시장에서 맥주가 본래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수십 개가 넘는 다른 스타일의 맥주를 출시하고 맥주의 외관과 고유의 맛을 빛내줄 수 있는 투명한 유리잔에 선보였다.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어떤 맥주를 마시고 있고 무슨 음식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지 생각해보기를 원했다. 

술은 어울리는 음식과 마시면 훨씬 맛있다. 요즘 식당에 가면 가벼운 라거부터 무거운 라거, IPA, 흑맥주, 포터 맥주, 브라운 에일 등 맥주 종류도 다양하고 음식에 따라 가장 잘 맞는 맥주들을 추천한다.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조합이 수천수만 가지가 되는 것이다. 이런 문화가 맥주 애호가들의 삶과 맥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빈민가에서 예술·문화 성지로 떠오른 ‘브루클린’ 스타일을 맥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세기 후반 브루클린 지역은 미국 동부 해안 중에서도 많은 양조장이 지어진 곳이었다. 우리는 미국 금주령(1920년대) 이전에 맥주 문화가 가장 융성하게 꽃 피웠던 스타일로 만들었다. 가장 먼저 만든 것이 풍성한 브리오슈와 마멀레이드 향이 풍부하되, 찌르르한 쐐기풀 같은 홉의 쓴맛은 강조되지 않는, 적절한 균형을 갖춘 밝은 호박(보석)색의 ‘브루클린 라거’다. 캐러멜이나 구운 토스트 같은 달콤한 맛도 겹쳐있지만, 단맛이 지나치지 않아 물리지는 않는다. 브루클린 스타일은 한마디로 균형 잡힌 맛에 마시기 편한 맥주다. ”

한식과의 조합은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의 브루마스터 개릿 올리버가 ‘브루마스터의 테이블’이라는 책을 썼다. 맥주 푸드 페어링에 관해서는 최고의 책으로 여겨진다. 음식과 맥주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핵심인데, 한식의 대부분이 맥주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한국에는 좋은 음식과 창의적인 셰프들이 많다. 한국 양조장이 적극적으로 셰프들과 함께 일한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맥주 역시 (고급술인) 와인과 같은 위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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