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김영은(가명)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플랜테리어(planterior·plant+interior)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무늬 몬스테라, 싱고니움 등 반려식물 60여 개를 키우고 있고, 관련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를 자주 방문해 식물 집사(집에서 식물을 열심히 키우는 사람)들과 정보를 나눈다. 김씨는 “카네즈센, 제네스포터리 등 국내 토분업체의 인기 제품은 판매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마감되는 경우도 있어 타이머를 맞추고 기다린다”며 “때로는 선착순 이벤트에 참여해 오프라인으로 화분공방에 직접 가서 화분을 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40대 회사원 김창운씨는 지난 5월 화분을 놓은 방 안에 LED 조명을 설치했다. 식물재배기도 하나 장만했다. 김씨가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건 2년 전 코로나19가 확산한 직후였다. 당시 김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외부 활동이 크게 줄어 무기력감을 느꼈다. 김씨는 “퇴근 후 집에 와서 식물을 보면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힐링되는 느낌을 받는다”며 “어린 아들과 함께 화분을 갈고, 물도 주면서 가족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물 집사들이 늘고 있다.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녹색 식물은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우울증이나 무기력함) 방역 아이템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식덕(식물 덕후), 풀친(식물로 알게 된 친구들), 풀멍(식물 바라보기)이라는 신조어도 확산됐다. 

식물 집사 붐은 최근 출간된 ‘퇴근하고 식물 집사’ 같은 식물 관련 책 출판 시장에도 나타났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21년 출간된 식물 관련 책은 총 107종으로 2020년(89종) 대비 18종 늘었고, 판매량은 30.6% 증가했다. 

식물 인기에는 소셜미디어(SNS)의 역할이 컸다. SNS 인증을 통해 자기 식물을 자랑하려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팔로어 수가 63만 명이 넘는 대릴 쳉(Darryl Cheng) 같은 플랜트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도 커졌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팬데믹 시작 직후인 2020년 ‘식물’ 검색량은 2019년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식물재배기 판매가 급증한 것도 팬데믹 시작 이후다. 교원 웰스에 따르면 자사 식물재배기 ‘웰스팜’의 2021년 판매량은 2019년 대비 460%가량 늘었다. 홈가드닝(집에서 식물 가꾸기) 관련 상품(식물 영양제, 자갈, 모래, 화분 등) 판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SSG닷컴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관련 상품 매출은 2019년 1분기 대비 네 배 증가했다. 플랜테리어 시장도 수혜를 보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리바트가 운영하는 홈퍼니싱 브랜드의 플랜테리어 관련 상품(화분, 테이블, 다용도 식물 수납장 등)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7% 늘었다.

식물 집사 시대의 도래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가드닝(식물 가꾸기) 시장 규모는 2021년 1090억달러(약 143조3350억원)로 2019년 대비 10% 이상 성장했다.

반려식물 관리 방법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과 식물호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해외에서 먼저 생겨난 배경이다. 2021년 1월 출시한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기반 반려식물 관리 앱인 미국의 그레그와 올해 4월 세계 최초로 식물과 함께 입실이 가능한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 미국의 엘우드 호텔이 대표적이다.

희귀식물을 중심으로 식(植)테크(식물+재테크)가 유행하기도 했다. 팬데믹 시작 이후 부양자금 때문에 유동성이 넘치며 자산 거품을 일으키자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 희귀식물 가격까지 끌어올렸다. 

20여 년 전 풍란 재테크 열풍을 야기한 닷컴버블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풍란 한 촉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했지만 몇 년 뒤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김정아 전 금융투자협회 상무는 “2020년부터 정부가 저금리 정책으로 돈을 많이 풀면서 시중에 통화 유동성이 커졌고, 이것이 가드닝 취미 영역으로 재테크 수요와 결합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며 “최근 미국이나 한국 모두 통화 긴축 정책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자산 전반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고수익의 식테크 시대는 끝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조선’은 팬데믹 시작 이후 홈가드닝 시장에 올라탄 기업인은 물론 식테크 전문가들, 식집사가 된 일반인과의 인터뷰를 담은 ‘식물 집사 시대’를 기획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정아 전 금융투자협회 상무
“애정을 쏟은 만큼 정직하게 크는 게 식물…마음 힘들 땐 위안처”

심민관 기자

김정아 전 상무가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 사진 김정아
김정아 전 상무가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 사진 김정아
김정아 전 금융 투자협회 상무 사진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김정아 전 금융 투자협회 상무 사진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회사를 그만두면서 마음이 힘든 상태라 뭔가 전념할 것이 필요했고 식물에 눈 돌리게 됐어요. 식물은 말이 없고, 관심과 애정을 쏟는 만큼 정직하게 커가니까요.” 

김정아 전 금융투자협회 상무는 6월 17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식물 집사 도전 스토리를 전했다. 김 전 상무가 식물 집사에 도전한 건 회사를 그만둔 2020년 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직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홈가드닝 열풍이 불기 시작한 시기였다. 2020년 8월부터 ‘김정아의 식(植)세계’라는 타이틀로 한 언론사에 10회에 걸친 연재물을 쓰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식물 집사는 무엇이 좋은가. 
“식물 키우는 과정이 주는 위로가 있다. 겨울에 다 말라죽은 줄 알았던 베란다 구석의 화분에 있던 수국(水菊)에서 3월이 됐다고 새순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감동을 느꼈다.”

입문 이야기가 궁금하다.
“처음엔 플랜테리어에 많이 쓰이는 실내 식물 몇 가지를 키웠다.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본 이국적이고 멋진 희귀 열대식물에 빠지게 됐다. 마침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드닝 붐이 불 때였고 국내에서도 희귀 관엽이 막 대중화되는 시점이었다. 희귀 열대식물 공급은 제한돼 있고 수요가 급증하던 때라 가격이 비쌌다. 여기에 바나나뿌리선충 문제로 앤슈리엄과 필로덴드론, 몬스테라 수입 규제 조치가 생겨나면서 희귀 열대식물 시장은 완전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서 판매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됐다. 희귀 열대 관엽식물이 비싸긴 해도, 잘 키워 번식해서 팔면 돈 들인 만큼 회수가 가능할 것 같아 2020년 여름부터 고가의 열대 관엽식물을 구매해 키웠다.”

키우는 데 든 비용은.
“온실장과 식물 조명, 서큘레이터 같은 장비와 각종 화분, 열대 관엽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상토와 비료, 유명 브랜드 토분 수집에까지 빠져서 2000만원 정도를 썼다. 수도료, 전기료를 빼고도 말이다.”

반려식물이 인기를 끈 이유는.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인 홈가드닝과 플랜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식물의 공기 정화 효과가 과장됐다는 논문도 발표된 적이 있지만, 분명히 식물로 둘러싸인 공간은 심미적으로도 좋고, 방 안에 있을 때 냄새부터 다르다. 무엇보다 식물 키우는 과정이 주는 위로 같은 게 있다. 실내에서 키우는 열대 관엽식물은 자기가 살던 고향이 아닌 춥고 건조한 한국의 겨울에서도 집사가 잊지 않고 습도를 유지해주고 물을 주면 어김없이 예쁜 새 잎을 보여준다. 이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식물을 찾는 거 아닐까 싶다.” 

식물 키우는 데 어려움은. 
“입문 첫해에 주로 베란다에서 키우던 먹는 채소 종류와 유칼립투스에 뿌리파리와 총채벌레, 응애, 솜깍지벌레, 진드기 등 생전 처음 보는 벌레들을 많이 구경했다. 그래서 식물 키운 첫해는 벌레와의 전투에 많은 에너지를 썼다. 블로그와 전문 서적 등을 보면서 벌레 잡기에 집중했다. 농약을 쓰는 건 반대하는 입장이라 가급적 벌레의 천적을 이용하거나, 백강균이라는 흙에 있는 뿌리파리나 총재벌레 등의 유충을 죽이는 곤충병원성 곰팡이를 썼다."

심민관·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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