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키구치 토모키 교토대 경영대학원 교수 도쿄대 문학부, 아오야마가쿠인대 MBA,미국 워싱턴대 포스터 비즈니스스쿨 경영학 박사 사진 세키구치 토모키
세키구치 토모키 교토대 경영대학원 교수 도쿄대 문학부, 아오야마가쿠인대 MBA,미국 워싱턴대 포스터 비즈니스스쿨 경영학 박사 사진 세키구치 토모키

일본 정부는 2018년부터 근로자의 부업·겸업을 장려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적 노동 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다. 기업은 능력 있는 (부업) 근로자를 고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근로자는 부업을 하며 수입 증대는 물론 자신의 능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기업, 근로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효과적인 인적자원(HR) 전략이라는 게 일본 당국의 판단이다. ‘이코노미조선’이 HR 및 조직행동 이론 전문가인 세키구치 토모키(関口倫紀) 교토대 경영대학원 교수에게 일본 정부의 부업·겸업 장려 정책 5년 후인 현 상황을 물었다. 그는 7월 11일 서면 인터뷰에서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따라가고 있지만,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며 “근로자의 부업 확대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큰 벽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 기술을 지닌 고연차 근로자를 중심으로 부업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제는 일본 노동 시장 전체로 부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를 어떻게 부르나.
“비즈니스 현장에서 ‘패러렐(parallel) 워커’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패러렐은 병행·평행이란 뜻으로, 패러렐 워커는 경영 그루 피터 드러커가 1999년 쓴 책 ‘21세기 지식경영: 지식근로자의 자기개발’에서 시작됐다. 한 가지 일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일을 하는 업무 스타일로, 약 20년이 지난 현재 일본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 패러렐 워커는 우선 부업을 하며 더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한다. 부업을 통한 자기개발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자아실현 욕구도 충족한다.”

일본 정부가 근로자의 부업·겸업을 장려하는 이유는. 
“일본 노동 시장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적 노동 인구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낮은 생산성,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과로 자살 등의 문제를 드러냈다. 2014년에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을 ‘블랙 기업’이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등장했다. 이에 정부는 2016년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 노동 환경 개선에 나섰다. 이 흐름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인력 부족 문제 해결, 성장 산업으로의 원활한 인력 이동 등을 목적으로 2018년 부업·겸업을 촉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전까지 일본 기업들은 자사의 취업 규칙으로 부업·겸업을 금지했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9년에는 기업에 제공하는 취업 규칙 기본 지침에 ‘허가 없이 다른 회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근로자 부업·겸업 금지 항목을 삭제했다. 2022년 6월에는 기업에 근로자 부업·겸업 허용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정부 정책이 효과가 있나. 
“기업(고용주)과 근로자 두 측면에서 보자. 민간 연구기관 파솔종합연구소가 일본 내 종업원 10명 이상인 기업 1500곳과 정규직 3만48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부업을 허용하는 기업 비율은 2018년 51.2%에서 2021년 55%로 증가했다. 또 타사에서 일하는 인재를 고용하거나, 고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47.8%였다. 그러나 부업을 하는 근로자는 증가하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부업을 하는 근로자 비율은 2018년 10.9%에서 2021년 9.3%로 오히려 감소했다. 부업을 희망하는 근로자 비율은 2021년 40.2%였다. 2018년(41%)과 비교해 조금 줄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부업을 하고 싶지만, 실제로 부업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부업·겸업을 허용하는 기업은 분명히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부업을 하는 근로자는 증가하지 않았다.” 

부업 근로자가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부업을 하려면 경험과 기술력을 갖춰야 하고,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근로자 누구나 이런 조건을 충족하긴 어렵다. 이런 이유로 연 수입 1500만엔(약 1억3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에서 부업 실시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업계에서 오래 일하며 전문성을 갖췄다. 반면 저소득층은 부업 실시율이 낮다. 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있거나 시간적,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없어, 부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전문 기술을 지닌 고연차 근로자를 넘어, 일본 노동 시장 전체에 부업·겸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일본에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를 뜻하는 프리터(freeter)족이 많은데, 이들과 패러렐 워커는 다른가(프리터는 영어 free(자유)와 독일어 arbeiter(노동자)를 합친 말이다). 
“완전히 다르다. 프리터족은 파트 타임으로 일한다. 그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전 생계유지 △하려는 일과 연관된 아르바이트로 현장 학습 △정직원이 될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 등이 있는데, 이 중 어쩔 수 없이 프리터족이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본업(정규직)이 있는 상황에서 부업에 도전하는 패러렐 워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업 근로자가 증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기업은 능력 있는 근로자를 고용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근로자는 부업을 통해 수익 증대, 능력 개발 등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본업에 피해가 가지 않게 부업을 해야 한다.” 

근로자로서 부업 성공 원칙이 있다면. 
“수입 증대를 위한 목적으로 부업을 하는 것이라면 효율을 고려해야 한다. 부업에 쏟는 시간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면 그 부업을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디자인이나 동영상 편집 같은 부업을 할 때 고객이 계속해서 수정 작업을 요청해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때 특히 그렇다. 단순 아르바이트보다 더 적은 돈을 벌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비효율적인 부업이고, 본업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본업에 주력하는 게 더 낫다. 물론 앞으로 하고자 하는 또는 본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얻기 위해 하는 부업의 경우 미래를 보고 수입이 적어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얻을 수 없는 경험과 기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내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부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부업을 키울 경우, 본업에 방해를 주는 변수가 작용할 수 있고, 시간 및 건강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근로자의 부업으로 인한 피해도 걱정해야 할 텐데. 
“크게 근로자의 건강과 기업 피해 측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근로자가 여러 일을 하면서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일본 노동기준법에 따르면, 기업은 고용하는 직원이 타사에서도 일할 때 자사(본업) 노동시간과 부업을 하는 직장에서의 노동시간을 합쳐 관리해야 한다. 기업은 ‘부업 노동시간 월 30시간으로 제한’ ‘오후 10시 이후 부업 금지’ ‘일주일 중 하루 필수 휴식’ 등 부업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근로자가 본업에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근로자가 부업을 하면서 본업 영업과 경쟁이 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고, 본업의 기밀을 누설하는 것을 금하는 등의 원칙도 필요하다.”


plus point

Interview 피터 카펠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기술 발전으로 인한 노동 시장 변화 주목해야”

사진 피터 카펠리
사진 피터 카펠리

“노동 인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유연하게 ‘부업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인적자원센터 소장)는 7월 7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기업이 본업을 가진 근로자를 파트 타임으로 고용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카펠리 교수는 미국 노동통계청이 2022년 1월 발표한 자료를 제시하며, “미국에선 25~54세 근로자들이 주로 부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노동 시장에 N잡러는 총 700만7000명으로 2020년 대비 4.7% 증가했다. 그중 25~54세가 455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20~24세 15만5000명, 55~64세 105만8000명 등으로 조사됐다. 카펠리 교수는 “현업에서 일하며 경험과 기술을 쌓은 근로자에게 부업의 기회가 더 많다”고 했다.

카펠리 교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근로 형태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경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00년 이후 태스크래빗(아르바이트 중개·2008년), 우버(승차 공유·2009년), 인스타카트(신선식품 배달·2012년), 파이버(프리랜서 중개·2012년) 등의 플랫폼 기업이 등장했고, N잡러들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며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한 노동 시장 변화도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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