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표 코트라 중국본부장 중국사회과학원 국제경제 석사, 중국 지린대 세계경제 박사, 전 코트라 중국사업단 단장, 전 코트라 베이징 IT 지원센터 센터장 / 사진 홍창표
홍창표 코트라 중국본부장
중국사회과학원 국제경제 석사, 중국 지린대 세계경제 박사, 전 코트라 중국사업단 단장, 전 코트라 베이징 IT 지원센터 센터장 / 사진 홍창표

한국에서 출산한 산모가 산후 조리를 할 때 미역국을 먹는 풍습이 있다면, 중국 푸젠성(福建省)에선 보양식으로 인삼 달인 물을 마시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지역 풍습을 제대로 공략해 중국 현지에서 ‘대박’이 난 제품이 있다. 바로 1970년대 대한민국 최초로 만들어진 인삼 드링크인 자양강장제 ‘원비디(元秘-D)’가 주인공이다. 일양약품(중국 자회사 통화일양)은 과감하게 기존의 ‘WONBI-D’를 ‘으뜸 원(元)’과 ‘신비할 비(秘)’에 마시다(Drink)란 영어를 혼용하는 등 현지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했다. 1996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꾸준히 성장해 현지 연간 매출이 지난해 기준 389억원에 달했다.


세분화되는 중국 新소비층 공략법

홍창표 코트라 중국본부장은 6월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2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서 ‘중국 진출 성공 한국 기업 키워드’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최고의 기술보다 최적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흥 중산층, 여성, 실버,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까지 중국 신흥 소비층이 이전에 비해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것이다. 강연에 이어 베이징에 있는 홍 본부장과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는 빠른 위기 대응력과 중국 시장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다음은 홍 본부장과 일문일답.


양국 간 경제 교류 확대 배경엔 중국 진출에 성공한 한국 기업 덕이 크다.
“한국의 대(對)중국 교역액은 1992년 64억달러(약 8조5888억원)에서 2021년 3015억달러(약 404조6100억원)로 46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기준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및 수입 대상국이다. 그 배경엔 성공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노력이 있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흑자 전환 달성에 성공한 풀무원을 비롯해 프리미엄 전략을 쓰면서 현지화에 성공한 정관장, 지역마다 다른 현지 풍습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원비디가 대표적이다. 정관장은 중국 명절에 맞춰 출시한 상품의 현지 반응이 정말 좋다. 정서와 문화를 정확히 파악한 결과다.”

건강기능식품은 한국에서도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는데.
“한국에서 정관장 제품은 프리미엄, 명품, 고가의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선 프리미엄을 강조하면서도 현지 재료를 써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하는 ‘이원화 전략’을 구현했다. 명절에 맞춰 제품군을 다변화해 판매량을 늘렸고 소비자 접점도 늘렸다. 원비디도 중국의 지역 세분화 전략을 잘 활용했다. 중국은 겉으로 보면 단일 국가지만 성(省), 민족, 사투리 등 지역별로 모두 다르다. (원비디는) 사실상 유럽연합(EU) 같은 개념으로 중국을 세분화해서 접근했다. 북쪽보다는 남쪽을 중심으로 많이 진출했고, 푸젠성 지역 사람들은 산후 조리할 때 인삼 달인 물을 마시는 문화가 있는데, 이걸 자사 제품에 자연스레 접목시켰다.”

우리 기업이 중국 진출할 때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K브랜드’ 인기가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여전히 한국 선호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는 ICT 반도체, 의료, 서비스,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또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하는 것보다 중국은 지역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때 빠른 위기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노리고 다국적 기업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고 중국 기업들도 장악력을 높이려고 한다. 기업에 대한 규제 확대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 불안감, 인플레이션 부분도 투자 진출 등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 규제 흐름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데.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 동력을 수출에서 소비로 전환했고, 다양한 내수 진작책을 펴고 있다. 소비세 인하, 전자상거래 유통 체계 정비, 서비스 시장 진입 장벽 완화 등이 대표적 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소비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고, 인공지능(AI), 스마트 물류 등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O2O 융합의 신(新)유통 등에도 관심이 많다. 결국 소비 계층별로 라이프스타일 및 선호도를 파악하고 세분화된 맞춤형 전략을 구현하고, 내륙 지역별 유통 구조나 현지 소비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중국 진출 유망 도시와 분야가 있다면.
“중국의 특대 도시보다 신흥 도시(시장)가 기업 입장에서 진출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중국은 2035년까지 중서부, 동북 지역 등 내륙 거점 도시 인구 확대 및 신(新)도시화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두, 충칭, 후베이, 후난, 허난 지역 등은 소매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도시화율도 상승 중이다. 첨단, 미래 산업 기반 관련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고 경기 활성화 및 소비 여력이 기대되는 곳이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에 이어 RCE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가 추가로 체결된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한국 기업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역내가치사슬(RVC) 40% 원산지 기준을 충족시키면 역내 국가 간 RCEP의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공급망 재편 전략에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기업들도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결국, 미래 예측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하에서 진출하는 기업들은 시간과 순발력이 생명인 두더지 게임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넓은 도시에서 확산 중인 코로나19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지역적 위치와 각기 다른 도시의 산업 기반과 특성으로 해서 핀볼 게임을 하는 것처럼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방역 정책이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어떻게 변화하고 대응할 것이냐에 대한 예측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plus point

[Interview] 이충일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이사
“미래 성장 동력 유니콘 중국 세계 2위…한국과 협업 기회”

이충일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이사 고려대 중어중문학·경영학, 장강상학원 금융MBA 석사, 전 넥슨 중국법인 실장 / 사진 조선비즈
이충일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이사
고려대 중어중문학·경영학, 장강상학원 금융MBA 석사, 전 넥슨 중국법인 실장 / 사진 조선비즈

“하드웨어 테크닉, 반도체, 의료 등의 산업에서는 중국 정부 자본이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충일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이사는 6월 30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2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서 “중국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은 코로나19 발생 직전부터 3년 동안 공유 경제, 플랫폼, 스마트 경제 부상과 더불어 71개에서 202개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범LG가(家) 벤처캐피털(VC)이다.

LB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미래 경제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전 세계 유니콘은 미국(487개)에 이어 중국이 301개로 두 번째로 많다. 이 중에서는 ‘틱톡’의 운영사 바이트댄스,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계열사인 엔트그룹, 알리바바 계열 물류 플랫폼 회사인 차이냐오 등 세 개 중국 기업이 글로벌 유니콘 톱10에 포함돼 있다.

이 이사는 “중국의 스타트업들이 다층적으로 형성된 비상장 시장에서 기업공개(IPO) 이전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성장해왔다”며 “중국의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지난 10년간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이처럼 폭발적으로 변화하는 중국 시장을 활용하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이사는 향후 주목해야 할 중국 유니콘 성장 분야로 △신재생에너지 △‘고 글로벌(go global·중국의 우수 창업자들을 해외로 진출시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 △블록체인 △융합과학 등을 꼽았다. 이 이사는 특히 “‘고 글로벌’ 영역에서 한국 글로벌 플레이어가 중국 브랜드의 파트너로서 함께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협업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안보 이슈로 중국 첨단 유니콘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 기회가 제한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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