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빙 장강상학원 총장 중국 시안 자오퉁대, 장강상학원 MBA, 캐나다 앨버타대 박사, 현 아시아 하우스(영국) 고문, 현 연세대 경영대 글로벌 고문, 전 유나이티드 웨이 월드와이드(United Way Worldwide·미국) 멤버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샹빙 장강상학원 총장
중국 시안 자오퉁대, 장강상학원 MBA, 캐나다 앨버타대 박사, 현 아시아 하우스(영국) 고문, 현 연세대 경영대 글로벌 고문, 전 유나이티드 웨이 월드와이드(United Way Worldwide·미국) 멤버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르네상스 계몽주의 이후 약 300년간 글로벌 경제·정치·문화는 모두 서구가 제안하고 주도해 왔다. 한·중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 간 경제 연합으로 이 같은 흐름을 바꿔야 한다.”

장강상학원(CKGSB)의 샹빙(項兵) 총장은 인터뷰 내내 이 대목을 강조했다. 홍콩 거부 리카싱이 중국 베이징에 설립한 경영대학원인 장강상학원은 베이징대·칭화대·중국유럽국제대학원 MBA와 함께 ‘중국 4대 경영대학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류촨즈 레노버 명예회장, 궈광창 푸싱그룹 회장, 천이단 텐센트 공동 창업자 등이 이곳 동문이다. 중국 500대 기업의 요직에 장강상학원 동문 비중은 약 20%에 달해 ‘중국 재계 리더 사관학교’로 꼽힌다. 7월 19일 샹 총장을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 만났다.


한·중 수교 30년 동안 양국의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무엇인가.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양국의 상품 거래량은 겨우 50억5000만달러(약 6조6155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이는 3624억달러(약 474조7400억원)로 급증했다. 한국에 있어 중국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18년간이나 최대 무역국 자리를 지켜왔다. 유엔무역개발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중 수교 초기인) 1995년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비중은 7.31%에 불과했으나, 2021년엔 25.28%로 늘었다. 1995년 한국에서 전체 수입의 5.48%에 불과했던 중국산 수입 비중도 2021년엔 22.53%까지 커졌다. 이러한 교류는 2015년 발효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다. 2021년 4월 1일 기준,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6만7438명이고, 이는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44.2%를 차지한다(한국교육개발원). 반면 중국에는 홍콩을 포함해 13개 도시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교육 과정까지 아우르는 한국인 학교가 설립돼 있으며, 5400명이 넘는 학생과 600명이 넘는 교사가 재직 중이다. 양국은 경제·교육·문화 등 각 분야를 아우르며 윈윈(win-win)하는 관계로 발전해 왔다.”

올해 2월 1일부터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양국은 어떤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될까.
“2021년 말 기준, RCEP 회원국 국민은 전 세계 인구의 29.7%(22억9000만 명)이며, 전 세계 GDP의 30.57%(29조4300억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그 위상이 크다. 특히 RCEP는 한국·중국·일본 3개국이 모두 참가하는 첫 번째 자유무역협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이 세 나라 경제 규모를 합치면 전 세계 경제의 25.1%나 된다. RCEP는 이 3개국이 향후 더욱 긴밀한 발전을 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것이다. 특히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이들 국가의 생산과 거래를 늘려 경제적 이득을 늘릴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이 특히 경쟁력 있는 산업 분야는 무엇인가.
“한국은 반도체·전자·통신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한국무역협회의 대중(對中) 수출 품목 상위 10위를 살펴보면 전자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41.7%로 1위, 핵원자로·보일러·기계 장비 등이 10.75%로 2위였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전기차·이차전지 등은 수출 시장에서 꾸준히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신(新)사업 분야는 앞으로도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글로벌 시장 성장 초기 단계에 발 빠르게 뛰어들어 퍼스트 무버(first-mover) 지위를 확보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양적 성장을 이뤄낸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을 5.5%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국가는 중국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관건은 중국 정부의 규제 해제(deregulation)에 달려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오일, 가스, 금융 서비스 등 분야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발전(發電), 항공·철도, 미디어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정부 주도에 따라 움직이는 중국의 독특한 경제 시스템은 서양권의 경제 시스템과는 아주 다르다. 따라서 서구권 국가의 잣대로 중국 경제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또한 시장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등의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니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단, 중국의 독특한 경제 시스템을 감안하면 이 목표치는 불가능한 게 아니다.”

‘유교 경제권’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창안했다.
“2017년 중화권 네 개 지역(중국 본토에 홍콩·마카오·대만 포함) 및 일본·한국·싱가포르·베트남 등 8개 경제권을 묶어 ‘유교 경제권(CES·Coufucian Economic Sphere)’이라고 명명했다. 2021년 기준 CES의 GDP는 26조1450억달러(약 3경4220조원)로, 전 세계 GDP의 27.15%를 차지한다. 2021년 기준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 가운데 CES 기업 수는 215개로 42%에 달했다. 또한 IMF는 CES가 향후 전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CES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CES가 다른 경제권에 비해 어떤 강점이 있나.
“오래전 새뮤얼 헌팅턴이 쓴 ‘문명의 충돌’을 인상 깊게 읽었다. 그는 서로 다른 문명권 간의 갈등이 향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갈등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유교라는 이념을 공통점으로 하는 CES는 상대적으로 문화적 차이가 작다. 나는 출장으로 한국이나 일본을 자주 방문하는데, 커다란 문화적 괴리를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비슷함만이 장점은 아니다. CES 안에서도 국가 간 정치·경제 모델이 조금씩 다르다. 서로의 모델을 통해 배우고, 절충하면서 발전해 나갈 수도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남과 사이좋게 어울리면서 자기 것을 지킴)’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한·중이 향후 긍정적인 관계를 이어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양국이 협력할 여지는 매우 많다. RCEP 안에서 양국의 시장을 더욱 오픈할 수 있으며, 현재 추진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 한·중·일 FTA로 새로운 기회를 더욱 넓힐 수도 있다. 한·중·일 3국은 과거 역사적인 갈등을 넘어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 언제까지고 과거에 연연해서 현실의 이익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유럽연합(EU) 회원국도 모두 과거 영토·종교 분쟁을 하던 국가들 아니었나. CES의 주축이 되는 이들 3국이 보다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서구가 중심이 돼 만들어 왔던 세계 질서와 가치에 편승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CES가 중심이 돼 아시아적 가치를 만들어 냄으로써 세계에 공헌해야 한다.”

장강상학원은 이 목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역사를 넘어 미래를 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시작부터 글로벌 마인드, 글로벌 가치관을 지향했고, 학생들에게 그것을 가르쳐 왔다. 이러한 글로벌한 시각을 몸에 익히고 교육받은 장강상학원 동문들이 CES라는 틀 안에서의 양국 발전에 공헌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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