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욱 스펙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고려대 물리학, 대학생 공동구매 플랫폼 ‘타운컴퍼니’ 창업자 사진 스펙터
윤경욱 스펙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고려대 물리학, 대학생 공동구매 플랫폼 ‘타운컴퍼니’ 창업자 사진 스펙터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 않다. ‘나 몰래 평판 조회를 해서 지금 다니는 회사에 소문이 나면 어쩌나?’ ‘잘 모르는 사람한테 내 평판을 물어봐서 안 좋은 말만 나오면 어떡하나?’ ‘말솜씨가 없어서 면접만 보면 떨어지는데 어쩌나?’ 등 마음에 걸리는 것만 해도 여러 개다. 물론 구직자만 고민하는 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꼭 맞는 경력자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원자 평판 조회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펙터는 구직자와 기업의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HR(인력관리)테크 스타트업이다. 기업은 지원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지원자의 허락을 받으면 평판을 조회할 수 있다. 등록된 평판이 없을 경우 기업이 지원자에게 요청하면, 지원자가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평판 작성을 부탁하면 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지인들의 글을 통해 자신의 업무 스타일이나 성격을 자세히 소개할 수 있어 좋고, 기업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평판 조회할 수 있는 데다, 개인정보 침해 같은 법적인 문제를 피할 수 있어 안심이다. 2021년 1월 출시 후 현재까지 8000개 이상의 기업이 가입했고, 1800개 기업이 매월 고정적으로 평판 조회를 이용 중이다.

‘이코노미조선’과 7월 19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만난 윤경욱 스펙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공정한 채용 시장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잘하는데 겸손한 직원들은 자기 PR을 못해 이직을 잘하지 못하고, 자기 PR만 잘하는 친구들은 좋은 직장에 척척 붙는 걸 보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정보가 많아야 하는데, 이력서와 면접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힘들다고 느꼈다”고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스펙터 평판 예시 이미지. 스펙터
스펙터 평판 예시 이미지. 사진 스펙터

스펙터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기존 평판 조회와 어떻게 다른가. 
“과거에는 불법적이거나 음성적인 방법으로 평판 조회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원자들은 기업이 누구한테 뭘 물어보는지도 몰랐거나, 전화로 민감한 개인정보가 공유되는 일도 있었다. 우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평판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이러한 일을 막았다. 지원자는 원하는 직장 동료에게 평판을 요청할 수 있다. 누군가 내 평판을 열람하려고 하면 문자로 알람이 오고, 내가 동의해야 평판이 보인다. 원치 않는 내용의 평판을 안 보이게 하거나 탈퇴(완전 삭제)를 통해 내 평판을 관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평균 1.6일 만에 평판 네 개 정도를 열람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해결하려던 채용시장의 문제가 개선됐나. 
“‘좋은 지원자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만들자’는 데 관심이 있었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용 기업에 ‘고맙다’는 연락을 많이 받는 편이다. 한 기업은 면접 때 말을 잘하지 못한 지원자를 떨어뜨리려고 했는데, 스펙터에서 ‘낯을 가리고 본인 어필을 하지 않지만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평판을 읽고 그를 합격시켰다고 했다. 면접으로만 판단했다면, 탈락시켰을 인재를 찾는 데 도움을 준 셈이다. 최근 횡령, 성 비위 등 부도덕한 문제를 일으키고도 잘만 이직하는 사람이 많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기회가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잘못을 반성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숨긴 상태로 이직하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펙터가 이러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보통 이직을 준비할 때 현 직장에 알려질까 봐 두려워한다. 이러한 점이 스펙터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나. 
“과거보다 이직이 활발해 그렇지는 않다. 지난해 국내 이직자 수는 1106만 명으로, 임금근로자(2174만 명)의 절반 정도였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장기근속률 최하위 국가로 꼽힐 정도다. 현 직장뿐만 아니라, 전 직장이나 전전 직장에서 함께했던 동료에게 평판을 요청할 수 있는 셈이다. 보통 ‘이직할 회사가 정해져야 퇴사한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 2020년 잡코리아 조사를 보니, 다음 직장이 정해지고 퇴사한 사람의 비중은 14.6%뿐이었다. 이들 중 대다수(90%)가 ‘현 직장 내 한 명 이상에게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한다. 평판 요청이 엄청나게 어렵지는 않은 것이다.”

구직자가 직접 부탁하다 보니, 실제보다 더 좋게 평판을 쓸 것 같다. 
“스펙터에 좋은 평판과 나쁜 평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해다. 평가 항목을 보면, 구직자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내근이 적합한지, 외근이 적합한지, 협력을 잘하는지, 혼자 일하는 게 더 잘 맞는지 등이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거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흡연한다’고 쓰여 있다고 해보자. 경력자를 찾는 기업 담당자가 비흡연자라면 이 지원자를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흡연자이고 흡연할 때 업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성향이 잘 맞는 사람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거지, 점수를 내는 게 아니다.” 

악의적인 평판은 없나. 
“철저히 본인인증을 해서 악의적인 평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데이터사이언스를 이용해 장난스러운 평판이나 욕설, 비방, 개인정보를 적은 평판은 자동으로 거른다.”

전 직장이 없으면 사용하지 못하나.
“사용할 수 있다. 경력직보다 자신을 증명하기 어렵긴 하지만, 아르바이트나 인턴 경험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한 구직자는 대학생 때 일했던 고깃집 사장님에게 ‘열정적이고 성실하다’는 평을 받은 적 있다. 구직자들이 회사 측에 ‘제 평판을 봐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다.” 

기업 1800곳이 꾸준히 이용 중이다. 비결은. 
“기업과 구직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까지 모두 스펙터를 이용 중이다. 가입 경로를 살펴보면, 타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추천받았다고 말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만족도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60일 이상 평판 조회를 하지 않으면 이탈로 간주하는데, 1800개 기업 이탈률이 2.3%밖에 되지 않는다. 구직자 2만5000명 중 탈퇴한 사람은 0.1%(26명)뿐이다.” 

해외에도 비슷한 평판 조회 서비스가 있을까. 해외 진출 계획은. 
“구직자의 학력, 경력, 신용, 범죄 이력 등을 확인해주는 평판조회서비스(First Advantage)나 레퍼런스체크 과정을 자동화한 기업(Xref, SkillSurvey Reference)은 있지만, 우리 같은 서비스는 없다. 우리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진출할 계획이며, 다국어 버전 출시 계획도 있다.” 

서비스 확장 계획은. 
“개인들의 커리어 개발도 돕고 싶다. 구직자들은 스펙터에서 평판의 일부만 볼 수 있는데도 커리어 개발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메일을 보낸다. 직원들이 자신의 강점이나 개선할 점을 알기 어려운 인사 시스템이 대부분이라서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려고 한다. 자영업자가 사용할 수 있는 평판 서비스도 만들고 싶다. 사실 자영업자에게는 아르바이트생이 어떤 사람인지도 상당히 중요하지 않나.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해도 기록에 남지 않으니, 추후에 이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임감 있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좋은 인재를 찾는 기업들에, 또 좋은 직장을 찾는 구직자들에게 조언한다면.
“10만 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 꼽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성장성’이었다. 기업들은 직원을 뽑을 때 ‘이전 직장에서 어떤 성장을 이뤄냈느냐’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찾을 수 있을 거다. 구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비슷하다. 세상은 성장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일을 하다 보면 매몰될 수 있겠지만, 여기에 안주하고 루틴하게 일하기보다 성장할 방법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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