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전경. 2·3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내 오픈랩.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1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전경. 2·3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내 오픈랩. 사진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차상훈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서울대 의대 학·석·박사, 전 충북대병원 기획조정실장, 전 충북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 사진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차상훈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서울대 의대 학·석·박사, 전 충북대병원 기획조정실장, 전 충북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 사진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서울역에서 KTX로 40분을 달려 오송역에 내리면 인근에 여의도 면적의 약 39%(113만1054㎡) 규모의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오송첨복단지)가 등장한다. 차로 10분 정도 거리 안에 126개 기업·대학·병원·연구기관이 몰려있는 이곳은 2010년부터 정부(현 보건복지부·과기정통부·산업부) 부처가 공동으로 바이오신약과 BT(바이오 테크) 기반 첨단 의료 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국가 주도형 바이오 클러스터 두 곳(오송·대구) 중 한 곳이다.

7월 28일 오전, 오송첨복단지에 들어서자 대로변에 보이는 핵심연구지원시설인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KBIOHealth)에는 도보 10분 거리에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바이오의약생산센터, 비임상지원센터 등 거대한 신식 건물이 미래 도시처럼 들어서 있었다. 각각의 건물에는 바이오신약의 최적화 및 평가, 임상 시료 분석, 비임상시험(임상시험 전 시행 동물실험), (비)임상 시료 생산과 BT 기반 첨단 의료 기기 시제품 설계, 인증 평가 등 의뢰받은 서비스를 언제든지 제공할 수 있는 최신 사양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었다. 

차상훈 KBIOHealth 이사장은 “여기는 의뢰자가 하고 싶은 것을 대신 실현해주는 드림메이커(Dream Maker)가 모인 곳”이라고 소개했다. 재단 관계자는 “장비(기계) 사양에 따라 결과치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곳은 모두 최고 사양의 기계로만 갖춰져 있다”며 “(성공할 수 있는) 세팅값에 대해 조언하는 등 선수와 심판 사이에서 자문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비)임상시험 시료 생산이나 의료 기기 시제품 제작, 비임상시험, 인증 평가까지 ‘원스톱 토털 케어’가 가능하다. 

대표 성공 모델로 꼽히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랩센트럴의 경우 입주한 스타트업에 비임상 CRO 업체를 중개하는 방식이라면, 이곳은 정부 주도로는 유일하게 자체 시설로 CRO(R&D 대행)뿐 아니라 CMO(위탁생산), CDMO(위탁개발생산)까지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지난해 5월 취임한 차상훈 이사장과 인터뷰했다. 차 이사장은 “전국 어디에서도 공공 주도로 CRO, CMO, CDMO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라며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면) 아까운 기관이니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제품의 ‘아웃바운드(OutBound)’라는 꿈을 함께 실현시켜주는 디딤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송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된 지 10년이 넘었다. 취임 이후 고민하는 부분은.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건너는 바이오 벤처 입장에서는 무조건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민간에서도 연구개발 대행업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그런 곳은 수지타산부터 생각해 이윤이 많이 나지 않으면 의뢰받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은 공공이 주도하는 의료연구개발단지다. 소위 말해 이윤이 크지 않더라도 혹은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가 원하는 걸 이야기하면 세계적 수준으로 대신 이룰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 모여 있다. 그 자체로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곳이고, 존재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요즘은 국내 현실에 맞는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은 어땠나. 
“흔히들 성공했다고 불리는 바이오 클러스터의 현실을 직접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실제로 가 본 미국 랩센트럴은 자선 개념만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었다. 기부자(대기업)에게 일명 ‘골든 티켓’이라는 입주 권한을 주면, 기업 입장에서는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선정해 입주시켜 키우고 엑시트(exit)할 수도 있었다. 철저히 윈윈 시추에이션으로, 내부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나라 법과 규정 체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아직도 국내 현실에 최대한 맞는 모델을 고민 중이다. 일본 고베의 의료산업도시, 독일 프라운호퍼(Fraunhofer)연구소 등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국내에도 이미 대기업과 함께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각 지역에 있는데.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입주 회사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지만, 바이오 스타트업이 제품 연구를 진행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연결을 시켜주지 못한다. 이 부분은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성장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1차로 스크리닝해서 추리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는 전제하에) 육성은 우리 같은 바이오 클러스터가 하면 된다. 우리가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한다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재단의 교류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취임 이후 15개월 동안 200여 회 약 900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규제 기관뿐 아니라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삼성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대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대학과 전국 대학병원, 국가 주도 연구개발사업단 그리고 기업의 연구개발(R&D) 조직까지 모든 바이오 밸류체인 구조를 보면서 재단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궁극적으로 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너무나 값진 공간이니 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제 역할이라는 건 민간에서 못 하는 CRO, CMO, CDMO 등을 대신 수행해,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제품을 해외 수출할 만큼의 퀄리티로 완성시켜주는 것이다. 수많은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건너야 하는 데스밸리는 많다. 다리를 놓든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든지 함께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우리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에게 기본적인 자금 조달이 안 되면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이지머니(easy money)를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곳만큼은 그렇게 되면 안 된다.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체계를 꼭 구축해야 한다.”

한국에서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가 탄생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성공한 자생 클러스터는 기관과 기업, 시설 등 물리적 구성 요소뿐 아니라 사람, 문화도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송첨복단지는 지금 113만1054㎡(약 34만 평)라는 한정된 공간에만 있는데 범위를 조금 더 넓혀 가깝게는 현재 조성 중인 오송의 제2·3 산업단지, 세종의 국가기관과 정책연구소, 대전의 대덕연구단지까지로 넓혀보면 어떨까. 이미 국내에는 성공 요소들이 다 있다고 본다. 국가로서는 ‘바이오 클러스터’ 개념을 다시 설정하고 접근한다면, 이미 투자한 재원을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2200억원 이상이 투입된 KBIOHealth는 바이오 의약품, 의료 기기 개발의 피를 수혈할 ‘심장’과 같은 시설을 이미 구축한 상태다. 2035년까지 재정 자립률 70~80%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오송=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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