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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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클럽이 1972년 발간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 표지. 사진 다트머스대
로마클럽이 1972년 발간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 표지. 사진 다트머스대

7월 26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지난 4월 예상치(3.6%)보다 낮은 3.2%로 내려 잡았다. 지난해(6.1%)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2023년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떨어진 2.9%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총재는 7월 16일(현지시각)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공급망 붕괴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으로 세계 경제 전망이 지난 4월보다도 훨씬 어두워졌다”고 경제 성장 전망치를 낮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세계적 저성장 추세는 단기간에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훨씬 암울한 미래를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및 투자 분석 기관인 비주얼 캐피털리스트(Visual Capitalist)는 향후 5~10년 뒤 세계 경제는 제로(zero) 성장에 수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중 갈등과 전쟁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훨씬 이전인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속적인 하강 국면을 그리고 있었다. 195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낮은 경제 성장률이 전쟁이나 감염병 등 예상치 못한 악재(惡材)로 인한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장기적인 흐름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어느 순간 멈출 것이라는 주장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1972년 MIT가 인류와 지구 미래를 연구하는 비영리 연구기관 로마클럽의 발주를 받아 펴낸 보고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는 당시로부터 100년 안에 성장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 무렵이 되면 재생 가능한 자원은 재생 한계에 부딪히고, 재생 불가능한 자원은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발표 직후부터 숱한 비판과 논란을 낳았지만, ‘더 이상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는 보고서 내용에 동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경제 성장이 제로에 수렴할 정도로 떨어지는, 이른바 ‘성장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관측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올해 2월 한국경제학회가 경제 성장을 주제로 토론과 설문을 진행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국내 경제학자 37명 중 18명(49%)이 “정책 변화가 없을 경우, 15년 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응답자도 3명(8%)이었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990년대부터 5년마다 1%포인트씩 국내 경제 성장이 하락하는)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2027년 무렵 한국 평균 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답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2021년 ‘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략과 비전’ 보고서에서 “저성장 기조의 구조적 고착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성장 잠재력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10년 내 한국 잠재 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성장의 종말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는 몇 가지 구조적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인구 고령화와 그에 따른 생산성 저하다. 2019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향후 지속적인 저성장을 예측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조기 은퇴와 저출산의 영향으로 노동 인력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가 늙어가고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수익성 있는 투자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로마클럽 보고서가 지적했던 것처럼 자원의 급속한 고갈이다. 리처드 하인버그(Richard Heinberg) 탈(脫)탄소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12년 출간한 “제로 성장의 시대(The End of Growth)’라는 책에서 “자원 고갈, 환경 재앙, 급증한 부채에 직면한 세계 경제는 더는 성장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화석 연료를 비롯한 주요 자원은 과도한 성장 위주 경제 정책으로 인해 이미 고갈 국면에 접어들었다. 반면 자원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환경 오염 방지 비용은 증가했고, 자원과 환경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남발한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의 부채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기술 혁신으로 대체 연료를 개발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이에 대한 하인버그 연구원의 입장은 냉소적이다. 그는 책에서 “석유의 대체재로서 옥수수에서 추출한 에탄올이 꼽혔지만,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판명 났다. 자원 위기는 금융위기로 이어진다. 자원 고갈로 비롯된 저성장 기조는 끊임없는 성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현재 경제 시스템에 타격을 줘 결국엔 금융 대란을 초래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셋째,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다. 이미 전 세계는 재화의 공급 과잉과 그로 인한 소비 시장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때문에 각국 무역 전쟁은 점점 치열해지지 않을 수 없고, 이것이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 쌓는 현상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은 이 흐름을 가속화했다. 비주얼 캐피털리스트도 제로 성장의 원인으로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 지역화(보호무역주의와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인해 세계 각국이 한층 더 지역별 무역 블록을 쌓는 데 집중하는 현상) 등을 꼽았다.

성장의 저하, 더 나아가서 성장의 종말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일까. 그렇다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주력했던 각국은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며 성장 신화를 만든 한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이코노미조선이 ‘제로 성장의 시대’를 기획한 이유다.


plus point

저성장의 또 다른 뇌관, G2의 부동산 버블 붕괴


글로벌 경제 저성장의 단기적인 악재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코로나19를 꼽을 수 있지만, 최근엔 전 세계 1·2위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역시 세계 경제 성장률을 저하시킬 새로운 뇌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GDP는 각각 전 세계 경제의 24.2%와 18.6%를 차지했으며, 부동산은 양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이다. 

올해 2월 ‘헤지 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부동산 호황이 단숨에 꺼지면서 중국에 경제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로스는 “중국의 부동산 붐은 지방 정부에 혜택을 주고 국민이 저축한 돈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하도록 장려하는 ‘지속 불가능한’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중국 부동산 가격 폭락을 예상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는 이미 2021년 중국 2위 부동산개발회사 헝다(恒大) 파산 때부터 수면 위로 불거져 나왔다. 헝다는 3000억달러(약 391조9500억원)가 넘는 부채를 안고 파산하면서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었다. 중국의 부동산 산업은 중국 GDP의 29%를 차지하는데,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수치는 2010년 금융위기 당시 스페인이나 아일랜드보다도 높은 상황”이라면서 “중국 부동산의 붕괴는 다른 부문에 대한 연쇄 침체로 작용해 향후 몇 년간 중국의 누적 GDP 성장률을 5~10%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중국이 올해 목표로 내세운 경제 성장률 5.5% 달성은 어려우며,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GDP가 중국 정부 목표치보다 최소 1.4%포인트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도 부동산 시장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업체 프레디 맥(Freddie Mac)이 발표한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담대 평균 금리는 5.81%로, 2008년 11월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것이다. 영국 컨설팅 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주담대 금리가 6%를 초과하면 주택 구매 능력이 저하돼 미국 주택 가격이 5%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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