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무LG경영연구원 경제연구부문 경제전망팀장 연세대 경제학 학사·경영학 석사, 콜로라도대 경제학 박사, 전 국민연금 자문위원, 전 국무조정실 자문위원, 전 금융감독원 특별초빙연구위원, 전 기획재정부· 한국장학재단·전 금융위원회 자문위원,전 외교부·국토교통부 자문위원, ‘제로 이코노미’ 저자 사진 LG경영연구원
조영무LG경영연구원 경제연구부문 경제전망팀장 연세대 경제학 학사·경영학 석사, 콜로라도대 경제학 박사, 전 국민연금 자문위원, 전 국무조정실 자문위원, 전 금융감독원 특별초빙연구위원, 전 기획재정부· 한국장학재단·전 금융위원회 자문위원,전 외교부·국토교통부 자문위원, ‘제로 이코노미’ 저자 사진 LG경영연구원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는 ‘제로(0)’를 향해 가고 있다. 코로나19는 그 속도를 더 앞당길 것이다.”

책 ‘제로 이코노미’ 저자 조영무 LG경영연구원 경제연구부문 경제전망팀장(연구위원)이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내린 진단이다. 0%대 물가 상승률과 0.8명대 합계출산율, 낮아지는 경제 성장률까지. 코로나19 사태 전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암울한 상황이었다. 조 연구위원은 책에서 우리 경제가 0로 수렴하고 있으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능가하는 길고 혹독한 경제 침체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물가가 급등하고 이를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 상승으로 세계 경제는 한층 더 혼란해졌다. 이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물가가 영원히 오르지는 않는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제로 이코노미’가 더 빨리 다가올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책에서 한국 경제를 ‘제로 이코노미’라고 진단했는데. 현 상황은 어떤가.
“일단 ‘제로 이코노미’라는 것은 중장기적인 우리 경제 트렌드에 대한 얘기다. 출산율,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금리 등 우리 경제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많은 지표가 길게 볼 때 ‘0’를 향해서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단기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지표들이 있다. 가령 물가 상승률이 좀 높아졌고 거기에 대응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다만, 앞으로 몇 년을 놓고 봤을 때 계속 이렇게 물가가 높을 것이냐,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냐를 보면 아니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나 미·중 갈등 양상 등 돌발 변수들이 있지만, 물가 상승률 자체는 올해 가을쯤이 정점이 될 걸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상승 기조도 내년 중반 이후부터는 금리 인하로 돌아설 거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있다. 물가나 금리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변수들, 가령 출산율(0.8), 경제 성장률은 계속해서 0를 향해 가고 있다. 10~20년 장기 통계로 볼 때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0.8명대를 기록한 나라다. 경제 성장률 역시 올해 2% 초반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 내년엔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국가 빚도 늘었고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을 종합하면 한국 경제가 0를 향해 가는 추세로 다시 돌아가거나 오히려 더 빠르고 뚜렷해질 것 같다.”

물가는 왜 가파르게 오를까.
“우선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들이 돈을 많이 풀었다. 가계에 돈도 바로 꽂아주고, 그러니까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을 단기적으로 늘렸다. 그래서 수요는 늘었는데 반면 공급에는 차질이 생겼다. 노동자들이 감염 예방을 위해 출근을 못 했고, 작년 말 올해 초 미국에서 물류 대란이 벌어졌던 것, 당장 올해 상반기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생산 차질이 빚어졌던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이 단기적으로 생산에 악영향을 줬고, 물가가 좀 올랐다. 여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인 돌발 변수 때문에 에너지 가격, 광물 가격, 곡물 가격 같은 것들이 급등했다. 그 와중에서 동서 진영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삼으려고 하고 있고,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가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탈탄소 움직임도 에너지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이다. 재생 에너지는 생산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곧 물가 상승률이 꺾일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아질 수는 없지 않나.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인은 침체 가능성이다. 경기 침체가 오면 아무래도 수요가 줄 거고, 벌써 그런 두려움 때문에 석유 가격이나 곡물 가격 같은 것이 한두 달 전부터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그리고 적응을 해나간다는 거다. 전쟁이든 뭐든. 그러니까 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아지기보다는 어느 시점에서는 정점을 찍을 텐데 글로벌하게 올해 가을 정도쯤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은 꺾이더라도 한동안 높은 물가 수준은 유지될 것 같다.”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정책이 효과가 있을까.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중앙은행은 태생적으로 물가를 잡으라고 만들어진 기관이다. 그러니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입장에서는 이런 물가 상승이 굉장히 뼈아픈 거다. 미국의 경우 단순히 중앙은행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정치권에 대한, 즉 조 바이든 행정부, 민주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애초 예상보다 굉장히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면서 물가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 효과가 그렇게 클 것 같지는 않다. 물가 상승의 요인들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요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준도 그런 상황을 알 것이다. 그런데도 왜 금리를 올리느냐. 공급 요인을 컨트롤할 수는 없어도 수요는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많이 올려서 대출받기 어렵게 하거나 이자 부담을 높이면 수요가 줄면서 여러 가지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 것 아닌가. 수요가 줄면서 물가가 좀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은 단적으로 말하면 경기 둔화라는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물가를 우선 잡겠다는 거다. 이렇게 금리를 막 올려서 물가만 잡히고 경기는 안정화되는 선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과거 전례를 보면 많은 경우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 중앙은행은 경제 침체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과거 경험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공포는 커지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수출에 타격이 생길 거고,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 성장률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부채가 늘고 성장이 더뎌진 시대, 투자도 쪼그라들었다. 앞으로 투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투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주택 건설 투자도 있고 기업의 설비 투자도 있고 정부가 하는 투자도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 지금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정부 재정 지출을 늘리기보다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대신 감세를 해준다. 세금을 덜 거두고 덜 쓰겠다는 거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가계의 소비나 기업의 투자 같은 민간 쪽의 경제활동을 활성화해서 국내총생산(GDP), 즉 경제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도 투자를 늘리려면 우선 기업들이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들은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다만 활로를 잘 찾을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결국은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신성장 산업이나 또는 미래 산업이나 이런 쪽에서 활로를 얼마나 잘 찾느냐, 그리고 그런 활동을 정부가 얼마나 잘 도와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책에서 ‘월 100만원 일자리가 자산 10억원보다 낫다’고 했다. 저성장 시대에 적합한 재테크 팁을 조언하면.
“물가와 금리가 오른 와중에 주식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많은 사람이 재테크 열의가 식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근로소득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노후 대비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현금 흐름이다. 책에서 자산이 10억원 있는 사람보다 한 달에 안정적인 근로소득 100만원을 버는 사람이 실질적으로는 더 부자라고 말했는데, ‘안정적인 근로소득’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일을 오래 할 수 있으려면 우선 건강해야 하고 지식, 노하우, 경험이 있어야 한다. 최근 관심을 받는 ‘파이어족’ 개념은 위험하다고 본다. ‘얼마 정도 목돈 모아서 은퇴해서 살겠다’라는 목표에는 ‘물가가 크게 안 오를 것이다’, 내지는 ‘금리가 이 정도 수준이 유지될 거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거다. 하지만 미래를 예상하기란 매우 어렵다. 지금 시선으로 미래를 봐서는 안 된다. 그래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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