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왼쪽에서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8월 19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왼쪽에서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8월 19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사진 삼성전자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19일 복권 후 첫 대외 일정으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한 말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총괄하는 경계현 DS 부문장은 이날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 전략을 보고하며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들이 스스로 모이고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통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 6월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친 직후 밝힌 말에서도 인재 확보에 대한 삼성의 의지가 잘 드러난다. 지난 2분기(4~6월)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국 램리서치의 윤석민 수석 디렉터를 삼성전자 설비기술연구소 부사장으로 데려왔고,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모바일앱 브라우저 업체 모보탭의 정성택 총괄사장을 신사업 TF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정 부사장은 미국 반도체 회사인 퀄컴 출신이다.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고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오른 이후 30년째 세계 1위 메모리 업체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사업 부문 매출만 94조1586억원에 달했다. 지난 30년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경쟁에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엔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한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인재 사랑이 있다. 

 

‘3C’ 역량 갖춘 인재 찾아라

삼성전자가 지향하는 반도체 인재상은 ‘3C’로 요약된다. 경계현 DS 부문장은 지난 2월 개최한 반도체 인재 글로벌 채용설명회인 T&C포럼에서 삼성이 원하는 반도체 인재의 핵심 역량은 도전(Challenge), 창의(Creativity), 협업(Collaboration)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 회사가 지속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8월 16일부터 24일까지 국내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해 서울대·카이스트(KAIST)·연세대·성균관대·포항공대 등 5개 대학의 석·박사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실시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등 반도체 사업 부문 주요 경영진이 직접 채용설명회 강연자로 참가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인력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6만8121명으로 지난 5년 새 1만9000명 이상 늘었다. 


삼성 반도체연구소 직원들. 사진 삼성전자
삼성 반도체연구소 직원들. 사진 삼성전자

산학 협력으로 인재 확보

삼성전자는 직접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2006년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와 채용조건형 계약을 체결했다. 이른바 국내 최초 반도체 계약학과였다. 입학생에게는 학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 입사를 연계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세 개 더 늘리며, 반도체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세대가 삼성전자와 채용조건형 계약을 맺고 2021년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했고, 2021년 삼성전자와 채용조건형 계약을 체결한 카이스트와 포항공대도 2023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국내 대학들이 반도체 관련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회사가 보유한 첨단 반도체 설비를 대학들이 연구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무상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국책 반도체 특성화 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 안성 캠퍼스에 반도체 공정장비(Asher)와 계측장비(AFM)를 기증해 학생들이 반도체 제조 공정을 직접 실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학의 연구 역량이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기초 토양이라고 판단해 2018년 7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산학협력을 전담하는 ‘산학협력센터’를 설치했다. 매년 전·현직 교수 350여 명과 박사 장학생 및 전문인력 양성 과정 학생 등 400여 명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산학과제 지원 규모를 기존 연간 400억원에서 두 배 이상 확대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소영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장
“졸업 후 86%가 삼성전자行…성적 우수 학생은 실리콘밸리 연수도”

심민관 기자

김소영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장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사진 김소영
김소영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장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사진 김소영

“졸업 후 86%의 학생이 삼성전자로 입사한다.” 김소영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장은 8월 27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2006년 설립된 국내 최초 채용조건형 반도체 계약학과다. 계약 기업은 삼성전자로, 입학 정원은 70명이다. 최근 반도체 인력 부족으로 반도체 계약학과를 통한 인재 육성 방안이 부각되면서, 반도체 계약학과가 2021년 연세대(50명·삼성전자)와 고려대(30명·SK하이닉스)에 신설됐다. 2023년에는 서강대와 한양대, 카이스트, 포스텍에도 반도체 계약학과가 문을 열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생들에게 어떤 혜택이 있나. 
“대학이 정한 장학 기준 충족 시 입학 후 2년간 전액 장학금이 지급된다. 4학기부터는 삼성전자의 채용 절차 통과 시 인턴십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를 통해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되고, 학업장려금도 제공된다. 이 밖에 성적 우수 학생에게는 미국 실리콘밸리 연수를 지원한다.”

졸업 후 진로는.
“현재 졸업생의 86%가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 중 20% 정도는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에 입사하지 않은 학생 중 상당수는 반도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해외나 국내 대학 박사 과정에 진학해 교수로 임용되거나, 다른 정보기술(IT) 회사에 취업했다.”

반도체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4차 산업혁명에서 말하는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근간이 반도체 기술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시대에 아주 빠르게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인 반도체칩 위에 올려져서 동작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성능 또한 하드웨어의 설계에 따라 달라져서,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의 중요성이 최근에 더 커졌다. 빅데이터 시대 도래로 늘어난 데이터 처리를 위해 반도체 메모리 수요 또한 급격히 늘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전기차 비중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첨단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자동차 안에 수십 개 이상의 반도체칩이 사용되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 때문에 반도체 인재가 부족하게 된 것이다.”

기업이 필요한 반도체 인재란.
“어떤 업무에 투입돼도 단기간의 교육을 통해 업무 수행이 가능한 인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충분한 산업체 경험을 통해 엔지니어적 업무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반도체의 근간이 되는 물리, 수학, 전자공학,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의 탄탄한 기본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있어야 한다.”

학사보다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인력이 더 필요한 것 아닌가.
“대학원은 실무 프로젝트 위주의 교육을 받게 된다. 기업에서는 공대 학부 졸업생이 실무 면에서 부족하다고 느껴, 석사 학위 이상을 취득한 인력을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 석·박사급 인력이 부족해진 원인으로는 학비를 고려한 기회비용 측면에서 희생이 크다는 점이 꼽힌다. 매해 진학률이 점점 떨어지는 이유다. 자비로 학비를 내야 하는 학생들에게 1년에 1200만원 이상의 대학원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된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학부 과정보다는 석·박사 과정에 더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해외 대학원은 어떤가.
“미국에서는 석·박사 대학원 학생들이 상당히 높은 임금을 받으며 방학 기간에 반도체 회사에 인턴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이 기업 내 연구실 부서로 인턴을 가기 때문에 산학협력이 가능하며,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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