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과학산업단지(난커·南科)에 있는 TSMC의 팹 16. 사진 TSMC
대만 남부과학산업단지(난커·南科)에 있는 TSMC의 팹 16. 사진 TSMC

“반도체 산업이 지속 성장함에 따라 인력 수요가 더욱 절실해졌으며 전 세계 석·박사급 인재뿐 아니라 고졸 직원 채용 등 인재 풀을 확대하고 있다.”

8월 23일 차오스룬(曹世綸) SEMI(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글로벌 마케팅 총괄 겸 대만지역 총괄이 대만 기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밝힌 현지 업계의 인재 채용 분위기다. 2021년 말 기준 대만의 반도체 인력 부족 규모는 3만4000명으로 2년 전보다 77% 늘었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53.6%(트렌드포스 조사, 2021년 기준)를 장악한 대만의 TSMC도 예외가 아니다. 9월 중 본격적으로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양산에 돌입하는 TSMC는 올해 초 정한 8000여 명 규모의 반도체 엔지니어 고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에서 근무할 인력을 찾기 위해 단순히 상시 채용 공고를 내는 것을 넘어서 글로벌 반도체 포럼 연설을 통해 구직자들과 ‘스킨십’을 늘리거나 104인력은행과 협력해 현장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추천받고 있다. TSMC는 2021년 말 기준 자회사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모두 6만5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美 공장 완공 앞두고 글로벌 채용 가속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아시아·태평양 리서치본부장은 대만 최고의 인재들을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을 TSMC 경쟁력의 원천으로 본다. 파운드리는 고가 장비와 숙련된 엔지니어의 노하우를 조합하는 게 핵심이어서 다른 IT 위탁생산과 달리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필요가 없는데, 대만 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 덕에 고급 인력이 반도체 업계로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TSMC는 그러나 대만이 역대 최고 수준의 반도체 인력 수급난을 겪자, 대만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8월 31일 기준 TSMC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TSMC는 미국, 대만, 일본, 한국, 중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 총 7개 국가에서 390개 분야 상시 채용이 진행 중이다. 이 중 TSMC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분야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에서 근무할 59개 직무 분야 채용이다. TSMC는 지난 2020년 5월 1000억달러(약 136조7000억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새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완공 시기인 2024~2025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약 2년 전부터 에칭 모듈 엔지니어링 관리자, 분석 화학자 등의 채용에 나섰다. TSMC는 신규 채용 인력을 대만에서 훈련시킨 후 피닉스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대만 현지에서 미국으로 보낼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인데, 석·박사 과정 학생이 TSMC에 지원서를 내면 10만대만달러(약 441만원)를 준다.


글로벌 포럼 등 플랫폼 활용 적극

TSMC는 9월 11일 ‘2022 TSMC 테크니컬 토크’를 온라인 행사로서는 처음으로 개최한다. 전 세계 석·박사 등 우수 인력 채용을 전제로 하는 행사다. TSMC 경영진이 직접 비전과 최근 혁신 기술을 소개한다. TSMC는 이와 함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장 채용설명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9월 5~7일은 싱가포르, 8~11일 말레이시아에서 ‘글로벌 탤런트 리쿠르먼트 트립’을 개최해 경영진과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TSMC는 산업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자 채용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SEMI의 도움을 받아 104인력은행과 협력해 고졸 인재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대만의 ‘반도체 장비 재료 전시회 2022’에서는 TSMC 창업자 모리스 창(Morris Chang)의 부인인 소피 창(Sophie Chang)이 연사로 나선다. 


대만 정부, 주식 보너스에 세금 면제 

TSMC는 대만 정부의 지원하에 ‘주식 보너스 제도’로 순이익의 10%를 신주로 발행하고 액면가로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직원들은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타 업계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의 연봉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이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기술 인력 확보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관련 현안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5월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의 교육을 장려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올해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10% 늘렸다. 산·학 협력으로 대만 반도체 산업의 향후 10년 기반을 다진다는 목표다.

이 밖에도 대만 정부는 다른 국가로 반도체 기술 인력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중국의 인력 탈취를 막겠다는 목표로 법무부 수사국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최근에는 100여 개 중국 기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대만 정부는 핵심 반도체 기술 유출 사안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plus point

TSMC를 초강자로 만든 모리스 창

전효진 기자

모리스 창TSMC 창업자 사진 연합뉴스
모리스 창TSMC 창업자 사진 연합뉴스

“고객 회사들과 직접 경쟁을 하지 않는다(確保不與客戶直接競爭).”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창업자인 모리스 창(장중머우·張忠謀)의 경영 원칙이다. 1931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난 모리스 창은 18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에 입학 후 MIT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7세에 IT 업계에서는 최초의 중국인 직원으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 입사했으며, 반도체 부문 부사장까지 지냈다. TI는 세계 최초로 집적회로를 만든 곳이다. 

모리스 창은 미국의 IT 기업들이 인건비 때문에 반도체칩 설계만 하고 직접 제조공장은 지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하고, 대만으로 건너가 경쟁사에 기술 유출 걱정 없이 일을 맡길 수 있는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구상을 한다. 모리스 창은 1985년 54세의 나이에 대만 정부의 요청에 따라 대만 공업기술연구원(ITRI) 원장으로 취임한 뒤, 1987년 TSMC를 설립했다. 

TSMC는 다양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로부터 위탁을 받아 시스템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다. 글로벌 GPU(그래픽처리장치) 분야의 경쟁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 그리고 휴대폰 칩의 라이벌인 퀄컴과 미디어텍, 무선 네트워크 칩을 만드는 브로드컴과 리얼텍 등이 모두 고객이다. 

2005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줬던 모리스 창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중 복귀해 경쟁 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폐쇄할 때 과감하게 설비투자를 늘렸다. 로직IC 외에 파워IC, MEMS 등 아날로그IC의 7개 분야 제품 라인을 추가했다. 또 기존 설비를 활용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등 새로운 이익 모델을 만들었다. 모리스 창은 2018년 6월 현직에서 물러났다. TSMC의 시가총액은 8월 말 기준 4294억달러(약 586조9898억원)로, 삼성전자(357조5900억원)를 크게 웃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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