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 성균관대 산업공학 학·석·박사, 전 SK하이닉스 반도체기술기획 담당, 전 KAIST 나노종합기술원 수석 연구원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이 8월 23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전효진 기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 성균관대 산업공학 학·석·박사, 전 SK하이닉스 반도체기술기획 담당, 전 KAIST 나노종합기술원 수석 연구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이 8월 23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전효진 기자

“반도체 인력의 유출은 개인의 선택이라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양질 인력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전무)은 8월 23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이탈 비율이 적은 반도체 계약학과는 사실상 현재의 문·이과 비율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나온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인력 양성 방안”이라면서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근본적인 솔루션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안 사무국장은 “문·이과 비율을 조정해 변화하는 산업 현실에 발맞춘 대학 정원 조정이 시급하다”면서 “(타 직종으로) 이탈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과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7월 19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등이 합동으로 보고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에는 2031년까지 10년에 걸쳐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이끌 인재 15만 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의 반도체 인력은 얼마나 부족한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도체 산업 전체 근로자 수는 17만7807명으로 집계되는데, 이 중 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연간 1510명의 인력이 부족하다. 현재 인력 양성 체제에서는 매년 9000명 정도가 취업하는데, 이를 정부는 연간 1만5000명까지 일자리 수요가 늘 것으로 보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면 부족한 인력 규모를 상쇄하고도 남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미지수다.”

정부가 10년 동안 반도체 인재 15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는데.
“연간 1만5000명이 배출되는 셈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국의 대학에서 관련 전공 인원을 증원할 수 있도록 법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전국 어느 대학이든지 대학의 의지만 있으면 충원된 교수 비율만큼 관련 학과 정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제한된 인원하에서 무조건 늘릴 수는 없으니 선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데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자율적으로 확대하도록 대학에 허용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제한된 숫자의 학령 인구 안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문계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물론 기존 학과의 생존권 문제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이건 정부가 해결해줘야 한다. 대학은 사회의 연결고리 아닌가. 인력 정원을 사회 수요에 맞게 유연하게 조절해야 할 때다. 

대학 인재 양성 구조가 산업의 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내부에서 반도체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핵심 이유를 찾아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학 협력 교육사업인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가 인력 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나.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드는 건 근본적인 솔루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입학할 때 만족도는 최상일 수 있지만 취업이 보장돼 있으니 그로 인한 명암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시스템은 선순환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 인력 양성 해결책을 찾지 못해 만든 이 같은 극단적인 방식으로는 또 다른 인력 양성 시스템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문과와 이과 정원 조절을 통해 이과 인력을 늘리고, 양적 확대를 통해 반도체 인력 정원을 늘리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양질의 인력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연봉을 세 배 이상 준다고 해도 애국심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직이나 기술 유출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잘하는 사람들은 미국으로 간다. 잘하는 인력이 본인의 선택에 의해 가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그 빈자리를 어떻게 메꿀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국내 반도체 업계 인력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회사 규모가 작아질수록 균형적인 인력 공급이 안 된다는 점이다. 이건 산업 불균형까지 이어지는데, 결국은 인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게 해줘야 한다. 그것을 양적 확대라고 하고, 인력이 빠져도 언제든지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지금은 신입 사원을 뽑기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서 어쩔 수 없이 경력을 뽑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도체 학과를 만드는 건 위험할 수 있다. 글로벌 기준에 맞는 수준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곳이 나서야 한다. 지금 고졸, 전문대, 학사, 석사, 박사 출신 인재 등 모든 수준의 반도체 관련 인력이 다 필요하다. 기본적인 소양은 갖춰야 하고, 관련 학과에서 전공 공부를 해야 하고, 입사해서는 산업 현장과 연계된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한다.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plus point

차세대 반도체 산업기술인력 전망 보고서
기업 56%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력 양성 주체는 대학”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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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기업의 절반 이상은 대학이 차세대 반도체 산업기술인력 양성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산업 현장에서는 구인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나, 신입직 채용 후 자체 교육이나 경력직 채용 등의 방식으로도 필요 인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차세대 반도체 산업기술인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근로자 10인 이상의 반도체 사업체 859곳 중 56.7%는 대학이 반도체 소재 분야의 산업기술인력 양성 주체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기업의 OJT(현장 연수) 형식의 직접 교육(22.8%), 실무 관점의 전문교육센터(16.1%)를 중시하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대졸 기준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경우 전자공학(53%),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경우 반도체공학(35.8%)과 관련된 전공의 인재가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인재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 훈련 분야로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우 칩 설계, 반도체 소재 분야는 제품 검증 부분으로 꼽혔다. 

다만 분야별로 향후 선호하는 인재에 대한 미래 수요는 조금씩 달랐다. 고졸과 전문대졸 학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 비중이 확대되는 반면 반도체 공정장비와 반도체 소재 분야 비중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졸 학력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반도체 소재 분야의 비중은 확대되는 반면, 반도체 공정장비 분야 비중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석·박사급 인력 수요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만 비중이 확대되고 나머지 분야 비중은 축소될 것으로 예측됐다.

KIAT 보고서는 “반도체 소재 교육을 마친 대졸 인력의 공급이 많지 않아 부족률이 높은 편이라며 연구개발을 위한 석·박사 또한 기업의 수요 대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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