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준 디파이 대표 서강대 전자공학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박사, ‘KAIST 경영대학 창업 어워드’ 수상 사진 디파이
윤성준 디파이 대표 서강대 전자공학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박사, ‘KAIST 경영대학 창업 어워드’ 수상 사진 디파이

늙으면 흔히들 기력이 달린다고 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했다. 이 질병의 이름은 근감소증(筋減少症·Sarcopenia).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힘이 약해져 잘 걷거나 뛰지 못하고, 나중에는 혼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등 신체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최근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근감소증을 의료계에서 면밀히 다루기 시작했고, WHO가 급기야 정식 질병 코드를 등재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월 근감소증 질병 코드를 부여했다. 노화 증상이 국내외에서 모두 질병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8월 30일 윤성준 디파이(DYPHI) 대표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디파이는 건강한 노화를 위한 솔루션을 만드는 업체로, 노화로 일어날 수 있는 노쇠 정도를 측정하고 근감소증을 치료하기 위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윤 대표는 “결국 항노화란 신체 기능을 잘 유지해서 노년기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노쇠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디파이의 안단테핏 제품 구성. 측정용 기기(왼쪽)와모바일 앱 화면. 사진 디파이
디파이의 안단테핏 제품 구성. 측정용 기기(왼쪽)와모바일 앱 화면. 사진 디파이

디파이는 어떤 회사인가. 노화 솔루션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우리는 노화 과정에서 보이는 노쇠를 개선, 예방하기 위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노쇠와 근감소증, 더 나아가서 노화 자체를 노인의학에 기반해서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측정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궁극적으로는 항노화와 회복(노화 방지를 넘어 다시 건강해지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들고 있다. 디파이 제품 중에 ‘안단테핏’이라는 센서기술과 알고리즘을 적용한 신체 기능 평가 솔루션 기계가 있다. 안단테핏은 근감소증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신체 기능 평가(SPPB·보행 속도 검사,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는 검사 등)를 보다 쉽고 빠르고 전문적으로 할 수 있게 해준다. 근감소증을 진단하려면 근육량, 근력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야 하는데, 주로 병원 등에서 수작업으로 해왔다. 기존의 신체 기능 평가를 편하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하고 싶은 곳에서 안단테핏을 이용한다. 쉽게 말해, 신체 기능 평가계의 ‘인바디’라고 이해하면 쉽다. 지난 7월 기준으로 병원과 치매안심센터 등 76개 기관에서 안단테핏을 도입했다.”

근감소증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량적으로 근감소증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근감소증은 바꿔 말하면 근육의 노쇠다. 노쇠가 축적되면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고 근육량도 소실된다. 사람들은 모두 노쇠 속도가 다르다. 어떤 이는 90세까지 비교적 신체 기능이 잘 유지돼 등산도 할 수 있는 반면, 어떤 이는 70세 때 이미 병상에 누워만 있다. 아직 병원에서 는 일반적으로 ‘80세로 고령이니까 위험해서 수술은 안 된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요즘 의학계에서는 ‘나이만으로 이런 판단을 하는 게 옳은가’라는 고민을 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아닌 노쇠한 정도로 판단하는 게 더 알맞기 때문이다. 이 주장에 점점 더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노쇠 정도를 정량적으로 판단해 이런 고민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

근감소증 디지털 치료 기기(DTx·Digital Therapeutics)도 개발한다고 들었다.
“‘마이 비바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이다. 근감소증을 앓고 있는 노인 환자들이 마이 비바체를 처방받아서 적절한 운동과 인지 행동 기법을 통해 근감소증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걷기·뛰기·일어나기·눕기 등 우리가 일상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능력을 ‘신체 기능’이라고 한다. 운동은 신체 기능을 증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금까지는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나 재활운동치료사를 통해서 근감소증 환자가 운동을 해왔다면, 이제는 앱이 맞춤형 운동을 제공해 환자가 집에서도 혼자서 운동하도록 할 수 있다. 고령자 특징에 기반한 자체적인 인지 행동 콘텐츠를 함께 제공해서 운동에 관심이나 의지가 부족한 노인 환자도 운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제공된 운동 프로그램을 최대한 많이 실천할 수 있게끔 마이 비바체를 만들고자 한다.”

요즘 운동·재활 유튜브 콘텐츠도 많은데, 꼭 디지털 치료 기기를 써야 할 이유가 있나.
“좋은 지적이다. 요즘 유튜브에 운동·재활 콘텐츠가 넘쳐나는데, 이런 콘텐츠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을 타깃으로 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노쇠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고령자일수록 개인마다 신체적·인지적 기능 상태에 관한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 얘기한 것처럼 건강한 90세와 아픈 70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운동·재활 유튜브 콘텐츠는 다양한 노쇠 스펙트럼에 걸쳐 있는 환자에게 대응하지 못한다. 우리가 개발 중인 디지털 치료 기기는 각 환자의 신체 기능 상태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맞는 운동을 설계, 처방하려고 한다. 일단은 12주 완성을 염두에 두고 운동을 설계하고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 묻겠다. 항노화 회사를 운영하는 이유는 뭔가. 
“2018년 11월에 공학자인 노현철 전 대표(현 이사)와 의과학자인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디파이를 창업했다. 그다음에 나는 2020년 2월쯤 디파이에 합류했다. KAIST에 재학하면서 2017년부터 셋이 교류하게 됐는데, 이때 정 교수로부터 노인의학 임상 현장에서의 애로 사항을 많이 듣게 됐다. 노인의학에서는 신체 기능 평가를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그때까지도 이를 평가하려면 사람이 초시계를 들고 눈으로 보면서 측정하는 완전한 수작업 기반의 검사를 거쳐야 했다. 이를 듣고 공학자인 노 전 대표와 나는 ‘우리가 첨단 기술로 이를 해결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노인 환자가 병원에서 많게는 80%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필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생각이 들어 항노화 산업에 매료됐다.”

항노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최근 항노화 연구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나.
“이전에는 미용 쪽에 치중됐지만 지금은 우리가 나이 들어도 젊었을 때의 신체 기능을 잘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항노화 업계에서 과거엔 ‘젊은 사람처럼 보이는 피부’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노년기 삶의 질을 어떻게 젊었을 때처럼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누구나 노년에 침대에 누워서 삶의 질이 떨어진 상태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항노화 관련해서 새롭게 관심 가는 분야가 또 있는가.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 치료 기기의 가장 큰 특징은 ‘노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앱을 표방한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노인복지센터나 목동실버복지문화센터 등과 협력해 지역사회 고령자를 대상으로 고령자에게 특화된 사용성과 인터페이스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는 결국 디지털 치료 기기 영역에서는 골감소증·골다공증이나 노인성 불면증 같은 노인성 질환을 다룰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이 밖에 영양, 인지, 돌봄 같은 콘텐츠도 포괄해 노년기 삶의 질을 개선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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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감소증 근육을 구성하는 근섬유 수가 줄어드는 증상으로, 노화에 따라 근육량이 줄어들고 근육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1초에 1m도 채 못 갈 정도로 걸음 속도가 느려지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힘들어하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동안 근감소증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한 과정으로 여겼지만 최근 각국은 이를 공식 질병으로 등록했다. 미국은 2016년 근감소증에 질병코드(M63.84)를 부여했고, 일본도 2018년 근감소증을 질병 목록에 추가했다. 한국도 2021년 표준질병사인분류(KCD) 8차 개정안에 근감소증을 포함했다. 근감소증을 진단하는 명확한 기준은 아직 없지만 일반적으로 근육의 양과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근감소증 여부를 판단한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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