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현 율촌 노동팀장·경영노동포럼 의장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현 율촌 노동팀장·경영노동포럼 의장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타인의 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사람을 칭하는 신조어, ‘오피스 빌런(office villain·직장의 골칫덩이)’. 언뜻 폭언이나 성희롱 등 법적 문제를 일으키는 직장 상사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해 직원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억지 주장으로 과도한 신고를 하는 직원’ ‘무분별하게 동료를 고소하는 직원’ ‘부당하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내부 고발자’ 등이 그 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최근 율촌 ‘오피스 빌런, 알고 대응하기’ 웨비나에서 이러한 직원을 ‘권리 남용 직원'으로 정의했다. 조 변호사는 10월 13일 대면 인터뷰에서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를 처음 듣는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며 “실제로 권리를 남용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방증하듯 이 웨비나에는 2000여 명의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 등이 참석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3여 년이 흘렀음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오피스 빌런에 대한 대응에 미흡하다. 직장갑질119가 9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291명 중 73.5%는 괴롭힘을 참거나 모르는 척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를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였다.

조 변호사는 “기업은 문제가 일어난 일에 대해 신속하게 차근차근 조사한 뒤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다른 직원이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권리 남용 직원에 대해서는 피해를 감내하더라도 당당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3년 정도 지났다. 관련 문의가 늘었나.
“굉장히 체감한다. 로펌에는 보통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기업이 징계나 인사 조치와 관련한 의뢰를 한다. 내 경우 업무의 30% 정도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맡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어떤 종류의 문의가 많았나.
“주로 폭언 신고에 대한 문의가 많다. 그 뒤로는 업무 열외가 많고, 폭행과 성희롱 등 극단적인 것도 있다. 사건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거기에 대해 어떤 인사 조치를 해야 하는지 자문해준다. 여기에 피해자나 가해자가 불복할 경우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에 대응하는 일도 변호사가 맡는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 사용자·가해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크게 인정한 형벌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맞다. 정신적 손해배상인 위자료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법원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의 폐해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엉뚱한 업무에 배치했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판결도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은 판결이 하급심 위주로 나오며 법리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

‘오피스 빌런’을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작년부터 ‘경영 노동 포럼’을 만들어 진행해왔다. 기업을 대리하는 노동자인 만큼 오픈 포럼 형식으로 노동조합 원청과 하청의 관계, 경영 성과급 등 기업의 중요한 현안을 전문가들과 검토하고 싶었다. 3년 전부터 시행 중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기업 인사·법무 담당자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분야 중 하나가 됐다. 너무 피해자 편을 들거나 가십성으로만 사건을 다루는 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실용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심리 전문가까지 초청해 진행했는데, 정말 만족스러운 웨비나가 됐다.”

웨비나에서 언급한 ‘권리 남용 직원’에 대해 설명해달라.
“내가 지어낸 말이다.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던 ‘억지 주장으로 과도한 신고를 하는 직원’ ‘무분별하게 동료를 고소하는 직원’ ‘부당하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내부 고발자’ 등 세 가지 유형의 직원을 말하고 싶었다. 겉으로 보기엔 적법한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개인적인 부정한 이익을 취하려는 것을 ‘남용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권리 남용 직원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방안은.
“‘차근차근, 똑똑하게,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권리를 남용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편견이다. 그걸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리 남용 직원의 주장은 100% 거짓이 아니다. 일부 진실이 있다. 그것도 대접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신고를 접수했을 때 기업은 신속하게 조사, 피해자 분리 등 조치를 해야 한다. ‘변호사를 대동하겠다’ ‘녹취하겠다’ 이런 요구에 대해서는 법리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차근차근, 똑똑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당당해야 한다는 것은 리스크를 감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권리 남용 직원과 타협할 수도 있지만, 허위 신고나 사내 질서를 어지럽힌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언론 플레이 등 그에 따른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일을 처리하는 시간·비용도 더 많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이겨내지 못하면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다.”

앞으로 신고자의 피해 사실 진위를 구분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은.
“이번 웨비나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주제가 바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징계 절차에 들어갔더니 괴롭힘 신고를 한다든지, 좋은 데로 발령 나고 싶었는데 못 가게 되니 신고를 한다든지, 동료 직원을 모아 평소 사이가 안 좋은 상사를 신고한다든지 등이다. 기업들은 신고 대상을 쉽게 풀어줄 수가 없다. 신고가 아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고자의 말을 들어주는 게 기업 입장에서 가장 편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하지 못한 상황을 지켜보는 다른 직원도 피해를 본다. 사실 관계를 엄밀하게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처분을 내려야 한다. 처분 대상이 반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리스크로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는 직원들에게 그와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고, 무관용의 원칙을 선언해야 한다. 신고자와 신고 대상 모두에게 공정한 인사 조치를 해야 한다.”

신고인이 사전 고지 없이 녹취하는 경우가 많다. 무차별적인 녹취에 대응할 방안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대화자 간 녹취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건 국민 상식이다. 그래서 녹취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기업이 신고자를 면담할 때도 당연히 녹취를 한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모든 경우에 녹취가 가능한 게 아니다. 녹취를 보존하고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은 조사자에 대한 인격권 침해다. 조사 활동은 기업의 한 부분이다. 함부로 공개되면 조사 활동의 적정성,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녹취는 정당한 목적과 이익이 있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이뤄져야 적법하다. 조사자가 녹취에 동의하지 않는 대신 신고인(피조사자가)이 진술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신고인이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방안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괴롭힘 범위에 모든 비매너 행위를 포괄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상사의 언성이 높아졌다고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신고를 하면 그다음부터 일어나는 일은 보통이 아니다. 공식적인 조사부터 인사 조치, 처벌까지. 첫 게이트가 넓으니 과정에서 벌어질 일들이 어마어마하다. 이를 적정하게 운영할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 시행 3년이 지났음에도 신고 자체를 안 하기 때문에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자료가 국감에서 많이 보인다. 제도를 강화하자는 이들이 과태료에 대해 언급도 한다. 그러면 나중에 역풍이 온다. 이번 율촌 오피스 빌런 웨비나에 2000명 이상이 참가를 신청했다. 로펌 웨비나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다. 사회에서 이미 이 법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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