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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싱가포르 난양 공대 국제대학원 조교수 미국 하버드대 동아시아학 석사, UC 샌디에이고 정치외교학 박사, 전 중국 칭화대 박사후연구원
이종혁 싱가포르 난양 공대 국제대학원 조교수 미국 하버드대 동아시아학 석사, UC 샌디에이고 정치외교학 박사, 전 중국 칭화대 박사후연구원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 다음 날인 10월 23일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이 공개됐다. 승자는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모두 ‘시자쥔(習家軍)’이라고 불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들이다. 기존 상무위원이었던 리커창, 리잔수, 왕양, 한정은 모두 퇴임했다. 1인 독재 가능성을 막기 위해 확립된 집단 지도 체제의 견제와 균형이 완전히 붕괴되는 순간이었다. 중국 전문가들은 새로 구성된 상무위원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이들이 상무위원으로 선택된 배경이 개인적 능력이나 성과보다 시진핑과 개인적인 친분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리창이 서열 2위에 등극하면서 사실상 국무원 총리로 내정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차기 총리 재목으로 꼽혀온 ‘리틀 후진타오’ 후춘화 부총리의 경우 티베트, 후베이, 내몽골 같은 중국의 저개발 지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보통 공산당 지도부는 개발이 덜 된 지역에 젊고 유망한 관료를 파견해 관료의 역량을 시험한다. 반면 리창은 주로 저장성, 장쑤성, 상하이 등 상대적으로 개발된 지역에서 근무해온 인물이다. 공산당 지도부는 테슬라가 상하이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한 것을 두고 리창의 능력을 치켜세우고 있지만, 온전히 리창의 성과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상하이는 원래부터 해외 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후춘화가 정치국원 명단에서까지 빠지고, 부총리 경력조차 없는 리창이 총리 자리에 내정된 것은 개인의 능력보다 시진핑과의 친분이 작용한 것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리창은 시진핑의 대표 심복으로 꼽힌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로 일할 때 비서실장을 맡았다. 이후 장쑤성과 상하이시 당서기에 임명된 것도 그에게 지도자 자격을 키워주려는 시진핑의 배려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초 방역 실패로 상하이 봉쇄를 단행했을 때 그에 대해 문책론이 제기된 바 있는데, 상무위 서열 2위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시진핑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란 뜻이다. 

기존 상무위원이었던 자오러지와 왕후닝이 유임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반대로 이번에 실각한 리커창과 왕양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파를 대표해온 리커창은 그동안 시진핑을 종종 공개적인 자리에서 비판하곤 했다. 일례로 올해 5월에는 지방 간부 10만 명이 참석한 화상 회의에서 ‘방역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경제가 발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엇박자를 냈다. 공청단파 계열인 왕양 역시 개혁·개방과 시장 우선주의에 무게를 둔 인물로 ‘당의 통제’를 내세우는 시진핑의 노선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두 사람은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나이 제한에 걸린 리잔수, 한정과 함께 상무위에서 물러나게 됐다.

자리를 지킨 자오러지와 왕후닝은 시자쥔의 핵심 일원이다. 서열 3위 자오러지는 칭하이성에서 태어났지만, 본적은 시진핑과 같은 산시(陕西)성이다. 특히 산시성 지방 사투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시진핑의 고향 인맥을 일컫는 산시방(陕西帮)의 ‘대변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산시성 당서기 시절 시진핑 숭배에 열렬히 앞장섰으며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 묘의 성역화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집권 2기엔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활동하며 반부패 운동과 시진핑 정적 제거에 앞장섰다. 서열 4위 왕후닝은 시진핑의 ‘책사’로 통한다. 2018년 당헌 개정과 2021년 11월 역사 결의 등을 통해 시진핑을 마오쩌둥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로, 시진핑의 ‘중국몽’ 설계자 중 한 명이다. 선전·사상을 주관하는 왕후닝을 상무위에 남겼다는 것은 시진핑이 앞으로도 중국몽 실현의 야망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열 5위로 상무위에 입성한 차이치는 1985년 시진핑과 푸젠성에서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다.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로 재임 중일 때는 저장성 타이저우시의 당서기를 맡았다. 그는 2016년 베이징시 시장에 깜짝 박탈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베이징시 당서기를 역임했는데, 당시 강력한 방역과 통제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시진핑의 신망이 더 두터워졌다. 서열 6위 딩쉐샹은 2007년 시진핑이 상하이시 당서기일 때 비서실장이었다. 이때 뛰어난 행정 능력과 겸손함으로 시진핑의 마음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서열 7위 리시는 산시방 일원으로 시중쉰의 친구였던 리즈치 전 간쑤성 당서기의 비서로 근무하면서 시진핑은 물론 그의 가족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번 상무위 인선의 기준은 능력보다 시진핑과 인연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점은 향후 상무위원들 사이의 충성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공동부유와 같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목표 때문에 필연적으로 과잉 충성 경쟁을 불러올 것이며, 이는 중국 경제와 사회가 더 위압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lus point

시진핑 3기 지도부, 
AI는 이미 알고 있었다.

김우영 기자

10월 23일 공개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은 중국 정치만 30년간 연구한 전문가들조차 “예상 못한 결과”라고 평가할 정도로 이례적이었다. 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지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들로만 채워졌기 때문이다. 견제 세력은 모두 축출됐다. 

그런데 인공지능(AI)은 당대회 한 달 전부터 일찌감치 중국 상무위에 누가 새로 입성할지 예측하고 있었다. 바로 이종혁 싱가포르 난양공대 조교수가 개발한 AI 머신러닝 모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AI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한 결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국 위원은 총 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예상 승진 확률 순위는 리시(29%), 리창(25%), 천민얼(12%), 차이치(11%), 황쿤밍(6%), 후춘화(4%), 딩쉐샹(3%), 리홍중(1%), 천취엔궈(0.5%)순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승진 확률 상위 1, 2위였던 리시, 리창을 포함해 차이치와 딩쉐샹이 상무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어떻게 이런 예측이 가능했던 것일까. 비결은 머신러닝에 있었다. 머신러닝이란 사람처럼 기계를 학습시켜 예측 능력을 키우는 AI 기술을 말한다. 우선 이 교수는 1982년부터 2021년까지의 공산당 고위급 인사 2만 명의 정보를 수집했다. 개인정보(나이, 성별, 민족)와 경력(재직 기간, 관리 경험, 직업 다양성), 맥락(근무지의 정치적·경제적·지리적 특징), 관계(지도자들 간의 파벌과 정치 네트워크) 등 300가지 특징을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AI에 지금까지 열린 당대회의 모든 승진 패턴을 학습시켰다. 특히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의 승진 패턴을 추가로 익히게 했더니 시진핑과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시진핑과 정치적 네트워크가 승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분석을 주도한 이 교수는 “권위주의적 정치시스템의 인선 과정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하고 예측한 첫 사례”라며 “예측 모델을 고도화해 다양한 정치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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