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사,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미 국무부·국방성·CIA 자문위원,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전 하버드대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 사진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사,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미 국무부·국방성·CIA 자문위원,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전 하버드대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 사진 하버드대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2017년 저서 ‘예정된 전쟁’을 통해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새로 부상하는 신흥 세력이 기존 패권 세력의 자리를 위협할 때 극심한 구조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개념이다. 앨리슨 교수에 따르면 지난 500년 동안 신흥국과 패권국의 충돌이 총 16번 있었는데, 이 중 12번은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그는 오늘날 기존 패권국과 신흥국의 갈등 양상을 보이는 미국과 중국 역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3연임으로 국가주석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은 더 커질까. 앨리슨 교수는 10월 28일 서면 인터뷰에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재임한 지난 10년간 굉장히 빠르게 성장해 미국을 바짝 추격했다”며 “두 나라의 갈등이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 충돌은) 역사상 가장 큰 충돌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이전처럼 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의 제20차 당대회를 평가한다면. 
“시진핑의 장기 집권 ‘대관식’이었다. 이번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측근들이 전부 좌천되면서, 시진핑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사라졌다. 시진핑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넘어 2035년, 또는 그 이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시진핑은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가장 강력하고, 야심에 찬 지도자라고 본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으로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나.
“시진핑의 연임으로 미·중 패권 갈등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이 지금까지 한 번도 상대해보지 못한 상대다. 역사상 그 어떤 국가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이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미국의 절반 안팎에서 4분의 3 수준까지 증가했고, 세계 1위 제조국이자 세계 1위의 무역 대국으로 부상했다. 또 대만 등 주변 일대에서 군사적 우위를 가질 정도로 군사력도 강해졌다. 미국은 이에 맞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대(對)중국 압박책을 내놓고 있다. 대만에 무기 공급과 주요 비(非)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만 정책법(Taiwan Policy Act)’도 올해 말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투키디데스가 지금의 미·중 관계를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새로 부상하는 세력(중국)과 기존 패권 세력(미국) 간의 전형적인 경쟁 구도라고 평가할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역사상 최대의 충돌이 될 수 있다며 조마조마할 게 분명하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중국은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국을 추월하기 위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시진핑은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 생명공학, 항공 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미국에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첨단 기술 제품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다. 테슬라, 애플, 시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계속해서 투자하고,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가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상대로 기술 제재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양자 기술과 합성 생물학 분야에서도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한 것처럼, 대(對)중국 정책을 앞으로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개념을 제시한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의 저서 ‘예정된 전쟁’. 사진 세종서적
투키디데스의 함정 개념을 제시한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의 저서 ‘예정된 전쟁’. 사진 세종서적

‘신(新)냉전’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있다.
“글쎄, 냉전 시대 정치가로서 지금의 상황과 과거 냉전 시기를 비교하자면, 유사점보다 차이점이 더 큰 상황이다. 현재 중국의 경제 수준은 미국만큼 성장해 있다. 반면 냉전 시기 소련의 GDP는 미국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중국은 독일, 일본, 영국 등 전 세계 130개 주요 경제국들의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다. 그래서 미국이 주요 동맹국들을 설득해 새로운 철의 장막(iron curtain)을 치고 세계 경제에서 중국을 따돌리려는 발상은 꿈같은 소리라고 본다.”

중국은 결국 대만을 침공할 것으로 예상하나.
“중국의 지도자들은 대만 침략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진핑 역시 미국과의 전쟁 위험 가능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대만 침략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대만 침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경고했듯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거나 미국이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한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폭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시진핑도 이번 당대회 보고서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가 CIA를 통해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인정할 경우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한 결과, 중국이 미국과 충돌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1995~1996년 발생한 3차 대만해협 위기 때와 달리 중국이 (대만 일대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미국 정치인들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 펜타곤에서 실시한 워게임(모의 전쟁)에서 미군 연합팀이 18 대 0으로 중국에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이 대만에서 중국에 패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두 나라가 충돌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냉전 시기의 교훈은 하나다. 서로 공존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 충돌을 피하려면 우선 21세기의 구조적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첫째, 우리는 서로 핵 보복이 가능한 상호확증파괴(MAD) 세계에 살고 있다. 지금은 어느 한쪽이 핵 공격에 나서면, 상대방도 즉각 핵 보복에 나설 수 있다. 핵전쟁은 승자가 없고 절대 일어나서도 안 된다. 둘째, 중국과 미국은 각각 세계 1, 2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다. 기후 위기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핵무기처럼 두 나라를 모두 공멸로 이끌 것이다. 이성적인 지도자라면 미국과 중국은 경쟁하는 동시에 특정 분야에서는 서로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삼성과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삼성이 애플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것처럼 말이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에 조언을 한다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21세기 국제 정세를 체스판에 비유하면서 군사적 균형만큼이나 경제적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한국과 같은 나라는 미국과 안보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안보와 경제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설득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가 실패했던 이유다. 물론 앞으로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양측의 요구 사이에서 선을 긋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잘 대처해왔고 가까운 미래에도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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