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 동양사학과, 정치학 석·박사, 전 중국 베이징대 현대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전 중국 난카이대 정치학과 방문학자,전 미국 하버드대-옌칭연구소 방문학자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 동양사학과, 정치학 석·박사, 전 중국 베이징대 현대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전 중국 난카이대 정치학과 방문학자,전 미국 하버드대-옌칭연구소 방문학자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시진핑 1인 지배 체제가 첫발을 뗐다. 당장 5년 후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의 정치 체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30년간 중국의 통치 체제를 연구한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 직후인 10월 24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시진핑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서 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 지어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 3월 국가주석 3연임도 이뤄진다. 지난 40년 동안 10년 주기로 리더십을 교체한다는 중국 정치 불문율이 이번 제20차 당대회에서 깨졌으며, 계파 간 균형과 타협의 상징이었던 상무위원도 모두 시진핑 측근들로 채워졌다. 마오쩌둥 시대 문화대혁명 같은 1인 지배 체제의 리스크가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덩샤오핑이 도입한 집단 지도 체제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수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대비해 시진핑은 산업 기반을 다지며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라며 “한국은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당대회를 두고 시진핑 1인 지배 체제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1인 지배 체제의 첫발을 뗐다고 본다. 형식적으로는 집단 지도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이번 제20차 당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시진핑의 권력 연임’이다. 지난 40년 동안 중국의 정치 체제는 10년 주기로 중앙에서부터 지방까지 리더십을 교체해 왔다. 새롭고 젊은 정치인들을 수혈하며 중국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는 장치였다. 그런데 시진핑이 이것을 깨버렸다. 정치에서 가장 나쁜 게 불확실성인데, 10년 주기로 이뤄졌던 권력 교체의 규칙이 깨지면서 당장 5년 후 중국의 정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상무위원이 전부 시진핑 측근들로 채워졌는데. 
“세력 균형의 규범이 깨진 것이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절대로 한 개인이나 한 정치 세력이 독점할 수 없다. 이것이 지난 40년 동안 중국 정치 엘리트들이 합의한 규범이다. 그런데 이번엔 지켜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상무위원 전부가 시진핑 세력으로 채워질 줄 예상 못했다. 적어도 후춘화(59세, 차세대 지도자로 평가받던 공청단계 부총리)는 들어갈 줄 알았다.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원을 보면 전부 다 시진핑 세력이다. 정치국원 24명의 성향도 살펴봤더니, 12명이 직접적으로 시진핑의 사람이더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뿐 아니라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 지도자 집단) 출신도 빠졌다.”

시진핑 정부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에 역행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맞다. 그런데 반대로 질문하고 싶다. 중국이 처음 개혁·개방 정책에 나섰던 1980~90년대 상황하고 지금이 같을 수 있는지다. 예를 들어 1978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495억달러(약 216조1770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15조달러(약 2경169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여기에 소련이 붕괴하고,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이런 국제 환경 속에서 중국이 40년 전과 똑같이 덩샤오핑의 전략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본다. 바뀌는 게 당연하다. 일부 내용은 후퇴할 수 있고, 일부 내용은 바뀔 수 있다. 이걸 두고 마오쩌둥 시대로의 회귀라든지, 개혁·개방 노선의 폐기라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좀 더 종합적이고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진핑은 마오쩌둥과 같다고 보지 않는다. 시진핑은 시진핑이다.”

시진핑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발목을 잡힐 수 있나.
“그렇게 보지 않는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하는 배경에 대해 우리가 간과하는 게 있다. 중국의 백신 보급률이 낮다는 점이다. 농촌 지역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률이 50%밖에 안 된다. 올해 초 미국과 중국 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봉쇄 정책을 풀 경우 최소 6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끝나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야 제로 코로나 정책을 단계적으로 풀 텐데, 빨라야 4월이라고 본다. 중국의 경기 침체도 시진핑에게 큰 타격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5.5%에서 3% 안팎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인 입장에선 미국, 유럽과 비교했을 때 중국이 경제 성장률이 높다는 데 주목할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까.
“중국 지도부는 중국도 어렵지만, 미국도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현재 상황에서는 미국이 훨씬 더 어렵다고 보는 것 같다. 지금까지 미국은 중국만 견제하면 됐는데, 이제는 러시아까지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군사적으로는 러시아와 맞서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맞서야 하는 이중 전선을 만든 셈이다. 특히 미국은 내부적으로도 사회 분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지도부에서 이런 미국의 어려운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구성된 공산당 중앙위원회 205명 중 기술 관료 비율이 4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장관급 지도자의 절반 가까이가 기술 관료라는 뜻이다. 앞서 제19차 당대회 때 기술 관료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중국이 이처럼 기술 관료 시대에 들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치열해지는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은 어떤 길을 가야 하나.
“한국이 나가야 할 길은 두 가지라고 본다. 무엇보다 기술 및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미 관계, 한·중 관계에서 대접받기 위해선 우선 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미·중 패권 경쟁에 절대 휘말려서는 안 된다. 외교 문제가 자칫 군사 문제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만에서 유사 사태가 일어나면, 미국이 개입하게 돼 있고, 한국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럼 대만 분쟁에 한국이 빨려 들어갈 수 있으며, 중국과 관계가 심각한 수준에 빠질 수 있다.”

장기 집권에 성공한 시진핑이 한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나.
“중국은 예전처럼 한국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한국과 손을 잡을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중국이 한국과 손을 잡고 싶어 하는 분야는 반도체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 주도의 칩 4(Chip 4, 미국·한국·대만·일본) 동맹에 가입해서 중국을 따돌린다면, 관계 개선의 여지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압박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있는데, 한국은 엄연히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미국이 압박하기 전에 부당한 부분은 우리가 먼저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일각에선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자신을 고립시킨 외교적 실패다.”

시진핑 3연임으로 우리의 대북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한가.
“중국의 대북 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 바뀌지 않았고, 시진핑 연임에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 목표 1순위는 현상 유지, 2순위는 남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다.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3순위다. 그런데 정책 목표 1순위인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위협하는 건 북한 정권의 붕괴다. 중국이 한반도 현상 유지를 위해 북한 정권을 계속 지지하는 이유다. 한국이 군사 및 경제적 우위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지속한다면, 중국과 삐걱거리는 건 당연하다. 이런 구조적 현실을 반영한 대북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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