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파트장(연구위원) 서강대 경제학, 현 한국은행 통화정책 자문위원, 전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근무 사진 윤여삼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파트장(연구위원) 서강대 경제학, 현 한국은행 통화정책 자문위원, 전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근무 사진 윤여삼

“채권이 지금 같은 금리 인상기 약세장에선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파트장(연구위원)은 12월 2일 인터뷰에서 채권 투자의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채권은 은행 예금처럼 약속된 이자를 받으면서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을 보장받는 자산이다. 만기 전에도 채권을 사고파는 ‘트레이딩’을 통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윤 파트장은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현시점에서 만기가 긴 장기 채권(장기채)을 사면 안 된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하려면 6개월에서 1년 만기인 단기 채권(단기채)을 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채권 금리가 고점을 찍었나.
“지난 5월부터 네 번 연속 단행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고점에 근접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지난 10월 말부터 이미 채권 금리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기준금리 고점을 확인한 건 아니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러 변수도 함께 살피며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 

예·적금 금리가 5~6%대로 올랐는데, 채권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예·적금 금리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만기까지 가입 기간이 1~2년 이내인 경우가 많다. 기준금리가 1~2년 뒤 떨어지면 5~6%대 예·적금 재가입은 불가능하다. 반면 채권은 10년 이상 길게, 원하는 금리로 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 채권은 예·적금과 달리 증권이므로, 언제든지 매매가 가능하다.”

지금이 채권 투자 적기인가.
“한국 국채 10년물의 경우 10월 말 금리가 4.6%까지 오르며 고점을 찍었다. 최근에는 3.5%까지 내려왔다. 미국 국채 10년물의 금리 역시 10월 말 고점인 4.23%를 찍고 최근 3.6%까지 떨어졌다. 내년 1분기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시장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는 이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바닥에서 진입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투자 기회를 상실한 건 아니다. 채권도 2% 중반대의 중립 금리(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 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 이상에서는 이자 수익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가 중립 금리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투자 매력을 잃은 건 아니라고 본다.” 


주식보다 채권 투자가 유리한가.
“급격한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등으로 내년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며 지난 2년간 뿌린 현금 유동성 때문에 소비가 살아난 것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으로 소득 여건이 좋아진 건 아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조치로 유가도 다시 반등하고 있다. 내년에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데,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다. 금리 인하는 주식과 채권 가격 모두 상승시킨다. 좋은 주식을 바닥에서 잡으면 기회가 될 수 있다. 경기가 계속 나빠지면서 금리가 인하하면 채권은 계속 오르는데, 주식은 금리 인하 영향으로 반등했다가 경기 영향으로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점에선 주식보다 채권 투자 매력이 더 크다.”

어떤 채권을 사야 하나.
“국고채(정부가 공공 목적에 따라 필요한 자금 확보 등을 위해 발행되는 채권)를 추천한다. 국고채는 국가가 보증하는 만큼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떼일 위험이 없어, 거래 시 현금 유동성이 좋다. 장내에서 즉시 처분이 가능하다. 공사채만 들어가도 유동성이 떨어진다. 내년에 시장 상황을 보고, 다른 좋은 투자처가 나왔을 때 현금화해서 다른 걸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아직 주식이 바닥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는데, 내년에 확실하게 자산 시장의 바닥을 확인하고 주식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자 수익은 상관없고, 채권의 가격적인 부분만 보겠다는 사람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괜찮다. 국내보다는 미국 쪽 ETF를 추천한다. 국내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기가 짧은 채권을 사야 하나.
“내년 시장 상황을 보고, 채권에서 시세 차익을 내고 다른 자산의 바닥을 잡을 생각이라면 만기가 3개월에서 6개월인 단기채를 추천한다. 그러나 저축성 목적으로 장기로 가져가고 싶은 투자자라면 10년 이상 장기채를 사는 게 낫다. 다만 이는 금리가 고점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추천하고 싶다.”

국내보다 미국 채권 투자가 낫지 않나.
“미국 채권에 투자를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채권 매매로 시세 차익을 내더라도 환손실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채권 만기가 됐을 때도,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 있다면 원금이 보장됐어도 원화로 바꾸면 손실이 클 수도 있다. 미국 등 해외 채권 투자는 금리뿐 아니라 환율까지 함께 고려해서 봐야 하기 때문에 난도가 높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커졌다.
“채권 신용 위험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게 맞다. 그래서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는 게 좋다. 국고채, 공사채, 은행채 등은 안전한 채권 투자처로 꼽힌다.”

내년부터 채권 매매에도 금융투자소득세가 적용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내년부터 세금이 붙더라도,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 같진 않다.”


plus point

개인 투자자 뭉칫돈 대이동
주식에서 채권 시장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 시장을 떠나 채권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약 18조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세 배를 넘었다. 미국 연준이 네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해 4%대 기준금리에 도달하면서, 금리 고점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가 오를수록 떨어지고, 반대로 내릴수록 오른다. 금리 고점을 정확히 예측할 경우, 채권 금리에 따른 이자 수익뿐 아니라, 채권 매매에 따른 시세 차익 모두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채권 투자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이유다.

간접적인 투자 방법인 채권 ETF에도 투자 자금이 쏠리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국내 채권 관련 ETF 59개 종목의 11월 월평균 시가 총액은 151조6998억원으로, 올해 1월(97조2831억원)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파트장은 “최근 금리 인상이 끝물이라는 인식과 함께 고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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