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기존에 보유 중인 대출금을 상환할지, 고금리 예·적금 상품에 가입해 이자 혜택을 보는 게 나을지를 두고 저울질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보유 중인 대출 금리보다 예금 금리가 좀 더 높다고 해서 예금을 굴리는 게 낫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향후 경기 전망이나 개인의 재테크 관점에서 대출 상환을 먼저 하고, 보유 현금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 업계에 따르면 12월 5일 오후 기준 은행권 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5.4%, 저축은행 예금 금리는 최고 연 6.1%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물가 인상과 환율 불안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거듭 올린 데다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예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한 결과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바닥을 기던 예금 금리가 치솟자, 고금리 특판 상품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예금이 주요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대출 원리금 상환 대신 예금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러한 현상의 바탕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이르렀고 다시 금리가 내리막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만약 ‘대출금 중도 상환’과 ‘고금리 예금 가입’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면 ‘대출 상환이 먼저’라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윤희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 PB팀장은 “현 장세와 향후 시장 전망을 고려하면 대출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상환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정책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정책 방향 전환(피봇·pivot)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가 내릴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국과 한국의 금리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5.0~5.25% 수준까지 최종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기에는 예금과 대출 금리가 연쇄적으로 오른다.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산정에서 저축성 수신상품 금리의 기여도가 80% 이상이기 때문에, 예금 금리를 올리면 대출 금리도 시차를 두고 상승한다. 전문가들이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가 불어나는 변동금리형 대출과 금리가 더 높은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우선 상환하는 게 낫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예금담보 대출 등 빚을 내 고금리 예금 특판 상품에 가입하는 전략도 제시되고 있으나, 이는 합리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성진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양재PB센터 PB팀장은 “대출 금리 연 4%는 이자소득 세율이 15.4%인 세전 4.728%의 수익 상품과 동일한 수준”이라면서 “대출 금리가 5%면 세전 금리가 5.91 %, 대출 금리가 6%면 세전 금리가 7.09%인 상품에 가입해야 본전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 차주가 보유한 대출 종류, 원리금 규모, 금리 적용 방식 등에 따라 대출금 상환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도 감안해야 한다. 만약 1년 전 고정금리로 4% 초반대 주택담보 대출(1년 거치, 35년 만기, 5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전환)을 받아 현재 이자만 상환 중인 경우라면, 현시점에서 대출금을 상환하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들어온 목돈을 차라리 고금리 예금에 넣은 뒤 중도 상환 수수료가 면제되는 3년이 지나 대출금을 갚는 게 셈법상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윤희 팀장은 “대출 이자 부담을 낮추고 가계 부채를 줄이는 게 가장 현명한 방안”이라고 했다.

허지윤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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