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3_10.jpg


12월 1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4.25~4.50%로 올리는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 행진은 일단 멈췄다. 다만 연준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11월 올해 최저치인 7.1%를 기록했음에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목표치인 2%와 괴리가 크다며 2023년에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그전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연준이 제시한 내년 말 금리 전망 중윗값도 기존 4.6%에서 5.1%로 올랐다. 

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신호에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긴축 장기화는 실물 경제에 직격탄인 만큼 새해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은 2023년 계묘년(癸卯年·검은 토끼의 해)을 보름 앞두고도 경영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부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기후 위기까지 각종 위기를 토끼처럼 영민하게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코노미조선’이 ‘검은 토끼 2023 세계 경제 대예측’을 기획한 이유다. ‘RABBIT(토끼)’의 알파벳으로 2023년 세계 경제의 도전을 짚고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석좌교수 등 국내외 석학들에게 전망과 과제를 들어봤다.

 


Recession(침체)
경기 침체 공포

세계 경제에 ‘R(경기 침체)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IMF는 2023년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국가들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관측했다. 로고프 교수도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은 80%”라고 전망했다.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1978년 이후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된 사례는 다섯 번이 있었는데, 이때마다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 12월 7일에는 장·단기 국채 금리가 0.843%포인트(2년물·10년물 기준)까지 벌어졌다. 이는 1981년 ‘2차 오일쇼크’ 이후 41년 만에 최대 폭이다. 국제 유가가 1년 전 수준인 배럴당 70달러(약 9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한다. 

 

A
Austerity(긴축)
정부·기업 긴축 고삐

R의 공포는 긴축의 수위에 따라 출렁거린다. 새해 긴축은 정부를 넘어 실물 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의 경영 키워드로도 부각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DX(스마트폰·TV·가전) 부문은 현업 부서에 소모품비를 올해보다 50% 절감하고, 해외 출장도 50% 이상 줄이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의 절반 수준인 10조원 안팎으로 삭감했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61%가 내년 핵심 경영 전략으로 ‘원가 절감 및 긴축’을 선택했다. 감원(減員) 바람도 불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HMM, KB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해외에서도 IT, 자동차, 금융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인력 감축이 시작됐다. 이미 1만 명에 대한 정리 해고를 시작한 아마존의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는 “내년에도 구조조정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B
Battle(싸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기후와 싸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2023년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규제에 맞서 12월 12일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미·중 갈등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분열이다. IMF는 세계 경제가 미·중 상호 대립 체제로 재편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5%(약 1832조원)씩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정학 리스크가 줄어야 세계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새해 2월로 1년이 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면 유럽이 다시 한번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기후 위기와 싸움도 주목해야 한다. 올해 파키스탄은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서유럽은 폭염으로 2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한국도 올여름 기록적 폭우가 내려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 변화 규제 리스크도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 1월부터 탄소 배출이 많은 상선은 운항을 못 하게 제한하고, 유럽연합(EU)은 10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B
Bear market(약세장)
약세장 지속하는 자산 시장

2023년 주식 시장은 베어마켓(약세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가 2100~2800 박스권에서 움직이며 연고점인 3000선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기업 수익성 악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증시 전망도 어둡다. BNP파리바는 주가수익률(PER) 하락에 따라 연초 대비 17% 낮은 3900선까지 내려온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내년엔 30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가 너무 빨리 오른 탓에 글로벌 부동산 시장도 부진이 예상된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호주, 캐나다, 스페인, 영국 등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발 금융위기론이 부각되고 있다. 전 일본은행 이코노미스트인 히라타 히데아키 호세이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2023~2024년 세계 주택 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침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I
Infection(감염병)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2023년에도 코로나19는 4년째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재유행하고 있고, 코로나19와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세계 공장’ 중국이 심각하다. 중국 정부가 12월 7일 사실상 제로 코로나 정책(Zero Corona·코로나19 확진자 제로 위한 봉쇄 정책)을 폐기하면서 확진자 급증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경제 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데 있다. 2021년 기준 중국 GDP가 세계 경제와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8.5%, 15.1%에 달했다. 중국을 최대 교역 대상국으로 둔 나라만 한국 등 120개국이 넘는다. 배리 아이켄그린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가면 세계에도 악재”라고 경고했다.

 

T
Tech-politics(기정학)
기술이 외교 관계 결정하는 시대

새해는 기술 패권이 국제 정치를 좌우하는 기정학(技政學) 시대가 본격화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국가의 지리적 위치가 국가의 이익이나 국가 간의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정학(地政學)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어떤 전략 기술을 확보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확인된 드론의 살상 무기화는 한 사례다. 기술 정책에도 안보 개념이 들어가는 외교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를 넘어 양자기술에서도 반중국 동맹을 결성 중이다. 서용석 KAIST 교수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처럼 2023년에는 기술을 매개로 한 국가 간 관계 형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영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