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아이켄그린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예일대 경제학 박사,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전 IMF 수석정책 자문위원 사진 배리 아이켄그린·셔터스톡
배리 아이켄그린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예일대 경제학 박사,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전 IMF 수석정책 자문위원 사진 배리 아이켄그린·셔터스톡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중국이 방역 정책을 완화하면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해 경기 둔화에 빠질 수 있다. 이는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세계적 경제 석학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12월 1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2023년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중국을 꼽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제로 코로나(Zero Corona・코로나19 확진자 제로 위한 봉쇄 정책)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로 방역 정책을 급선회할 경우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해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켄그린 교수의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백지 시위 등 사회적 불만이 커지자 12월 7일 ‘코로나19 확진자의 자가 격리 허용’ 조치를 내놓으며 3년간 고수해왔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뒤집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소개된 헬스케어 시장분석기관 에어피니티(Airfinity)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이 방역 정책을 완화할 경우 83일간 최대 2억7900만 명이 감염되고 21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한국 경제도 중국 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둔화와 미·중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이웃 나라 한국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며 “기업은 수출 시장을 다각화하고, 정부는 위기에 재빨리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1997~98년 한국 외환위기 당시 IMF의 수석 자문위원을 지냈고, 이후 한국은행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지한파(知韓派)다. 2012년에는 ‘기적에서 성숙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이라는 책을 공동 출간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저서 ‘황금 족쇄’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통화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3년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2년은 경제 전망이 오락가락하는 한 해였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연준의 빠른 긴축 속도 때문에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다행히 최근 유럽이 겨울을 나기에 충분한 에너지 비축에 성공한 데 이어 미국 역시 당장 경기 침체의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문제다. 중국의 (사회·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황 때문에 전 세계가 2023년 경제 침체의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중국 정부가 (백지 시위와 같은)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데, 중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사례와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중국 경제가 심각하게 둔화할 수 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세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위안화 약세도 지속되고 있는데.
“그것은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부동산과 건설 시장에 대한 수요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통화·금융 정책을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중국이 이 같은 정책을 지속한다면 위안화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가 살아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위안화 약세가 수출을 늘리는 방법이 될 것이다.”

달러 강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달러 가치가) 약해질 때까지다. 만약 미국에서 경기 침체 조짐이 나타난다면 연준은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다. 그럼 달러에 대한 투자 수요가 사그라들 것이다. 변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다. 전쟁이 더 길어지거나 사태가 지금보다 더 악화한다면 ‘피난처(Safe haven)’로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지금과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공통점은 재정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에서 문제가 터질지 알 수 없다. 금융 시스템은 2008년보다 규제·감독이 강화됐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지만, 사모펀드, 헤지펀드, 암호화폐 거래소, 비은행금융업(NBFC·Non-Banking Financial Company) 등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그래도 2008년 금융위기는 극복해냈다. 당시 어떤 교훈을 얻었나.
“(글로벌 경제에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통화·재정·규제 당국이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고, 각국 정책 입안자들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당시의 교훈을 코로나19 경제 위기가 발생했던 2020년 3월에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교훈은 하나 더 있다. 위기가 일단 진정돼 긴축 재정으로 전환할 경우 고통스러울 정도로 경제 회복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엔 긴축 재정 전환이 지나치게 빨리 이뤄졌었다. 이번엔 많은 국가의 부채가 상당한 탓에 이미 (긴축 재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신흥국은 통화 정책보다 재정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는데.
“당시 내가 말했던 것은 자본 유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는 데 통화 정책이 유용한 도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만약 자본이 유입되면 증시 버블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 그 거품과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 정책으로) 금리를 올리면 추가 자본 유입만 끌어들여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주식 시장의 버블과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식은 긴축 재정이다. 이는 금리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추가적인 자본 유입을 억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자본이 유출되는 상황에서는 거꾸로 적용하면 된다.”

한국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인가.
“당연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한국 경제가 ‘역풍(Headwinds)’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나.
“OECD는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을 굉장히 순하게 표현한 것 같다. 앞서 얘기했듯이 한국 바로 옆에 있는 중국이 문제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의 경기 전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는데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이 완화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모두 한국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한국 기업들은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부터 모색해야 한다. 만약 수출 기업이라면 기존 수출 대상국 외에 새로운 시장을 찾으며 수출 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에 필요한 것은 속도다. 만약 세계 경제 침체의 조짐이 보인다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어야 한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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