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서울대 경제학, 컬럼비아대 경제학 석·박사,전 한국은행 조사역 및 금융통화위원회 자문역, 전 SK 경영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전 KDI 경제전망실장 사진 김현욱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서울대 경제학, 컬럼비아대 경제학 석·박사,전 한국은행 조사역 및 금융통화위원회 자문역, 전 SK 경영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전 KDI 경제전망실장 사진 김현욱

“통화 긴축의 정도, 즉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한국 경제성장률 하락 폭이 더 낮아질 수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2월 13일 인터뷰에서 고금리 문제를 2023년 한국 경제 위축 주요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올리고,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0%대는 최근 KDI가 하향 조정한 성장률(1.8%)보다도 1%포인트 이상 낮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김 교수를 만나 2023년 한국 경제를 물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이 2023년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에서 1%대로 하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성장률 하락 폭이 더 작아질 수 있다. 당장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했지만, 최근과 같은 급격한 통화 긴축은 그만큼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통화 정책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가 적어도 2분기(6개월)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2023년 상반기에 기준금리 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글로벌 경기도 위축될 것인데, 이는 수출 증가세를 결정하는 대외 환경도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고물가 위기는 새해에 해소될까.
“고물가 위기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지정학적 위험 요인의 영향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금융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고금리 문제는 가장 큰 경제 위축 요인이다.”

연준이 2023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글로벌 경제가 더 위축될 것이다. 일부 신흥국에서 외채위기가 발생할 수 있고 달러 강세가 더 심화할 수 있다. 이때 한국은행이 (환율 방어 등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경기순환의 저점이 2023년 중반에서 2024년 상반기로 미뤄지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

긍정적 시나리오도 있다. 글로벌 경기 부진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성장률을 1%대 후반을 유지할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경우에는 2023년 하반기에 성장률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연간 2%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작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 금융시장 경색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금융 조달 비용을 낮추어 줘야 한다. 경기 상황을 보면서 기준금리를 소폭 하향 조정하는 카드도 고민해 봐야 한다.” 

과거 한국 경제가 1%를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한 건 네 차례뿐이었다. 1%대 성장률은 어떤 의미인가. 
“과거와 비교하면서 1%대의 성장률을 평가하는 견해가 있는데, 잠재성장률이 1~2%대로 낮아진 상황에서는 다른 잣대로 1% 성장률을 평가해야 한다. 1%대 성장률이 큰 충격이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성장률이 꾸준히 높아지면 좋은 일이겠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우리 경제의 생산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생산성 개선 방안을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장기화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다. 
“저성장 장기화는 보다 구조적인 이야기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오랜 기간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등의 개념을 통해 논의돼왔다. 물론 코로나19 위기하에서 확장적 정책이 과감하게 실시되면서 경기가 크게 변동함에 따라 저성장 장기화 우려가 잊힌 측면이 있지만, 그러한 우려가 없어질 정도의 변화가 나타났다고 하기는 어렵다. 단기적인 경기 변동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KDI는 11월 8일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 2020년대 이후 인구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한국 경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률이 2031~2040년 1.3%를 기록하고, 2041년 0.97%로 0%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욱 교수는 “노동 공급 감소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경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을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은. 
“정부가 성장을 주도하는 시기는 지났다. 그러나 최근 각국 정부가 신산업 정책(new industrial policy)이라는 명분하에 제도 및 규제 개혁 또는 인프라 혁신 등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특정 산업과 기업에 저리 자금 등 혜택을 제공하던 과거의 산업 정책과는 다르다. 우리 정부도 비슷한 기조로 규제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데,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통화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경기 안정화 정책에 큰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취약 계층을 포함해 경제 구조 개혁의 부작용에 노출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은 당연히 실행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어떤가. 지난 10월, 11월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23년에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우리 경제의 수입 증가세도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 회복세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 경제가 더 빠르게 위축하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빠르게 줄어드는 소위 ‘불황형 흑자’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 연준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조정되는 경우에는 무역수지가 균형에 가깝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민간 소비와 투자는. 
“민간 소비는 다른 수요 항목에 비해 비교적 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비대면 서비스업의 경우 코로나19 위기로부터의 회복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 물론 내구재 중심으로 상품 소비는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위기하에서 내구재 소비가 크게 늘었지만, 증가세가 계속되기 어렵다. 내구재는 한 번 사면 3~4년 이상 오래 쓰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대부분 산업에서 금리 인상의 부담으로 인해 부진하겠지만, 최근 5년 이상의 기간에 우리 경제의 설비투자가 반도체 기업의 투자에 의해 주도되는 모습을 보였고, 최근 삼성전자 등에서 투자를 계속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감안하면 설비투자의 큰 위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의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낮아지면서 비용 부담도 낮아지겠지만, 최근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일부 건설업 금융 불안 등 자금조달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부진한 모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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