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본사 및 공장을 둘러보면 늘 눈에 띄는 단어가 ‘낭비 제거’다. 그만큼 LG전자 임직원들은 ‘낭비 제거’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이는 남용 부회장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관리 혁신의 키워드는 ‘낭비 제거’다.

 ‘낭비 제거’를 위한 실행파일은 ‘일잘법’(일 잘하는 법, 이하 일잘법)이다. ‘일잘법’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쓸데없는 부차적인 일, 즉 거품을 걷어내는 노력을 말한다. 남 부회장은 이의 실행여부를 임직원들의 자율에 맡기지만 임직원 평가 때마다 반드시 성과를 챙겨 대충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잘 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시행 첫해인 2007년 임직원들이 일잘법으로 제안한 30만 건 중 27만 건이 해결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2008 일잘법 공유회(Best Work Practice Fair)’에서 남 부회장은 “낭비제거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기대 이상의 발전 속도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낭비 제거 활동은 자신의 업무 속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낭비를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구조적인 측면까지 들여다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으로, 결국 ‘낭비 제거는 사람을 길러내는 활동’”이라고 독려했다. 

남 부회장은 이어 “2007년이 분위기를 조성하는 해였다면, 2008년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활성화의 시기였고, 올해는 효율 극대화와 실질적인 역량 향상 활동을 통해 낭비 제거 활동을 전 사원의 일상적 활동으로 체질화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낭비 제거 최우수 사례로 꼽힌 것들을 들여다보면 혼합형 충전기 개발을 통해 미국 납품용 휴대전화 물류비를 절감한 것이라든지, 홈시어터나 DVD플레이어 등의 생산라인에서 내전압 테스트 공정 시 추가적인 비용 투입이나 장치 필요 없이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생산 공정을 멈추지 않고 내전압 검사를 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생산성이 3배 향상하는 효과를 거둔 것, 생산성연구원의 경우 기존 구매과정의 600개 프로세스를 60개로 단순화시켜 기존 4일 걸리는 작업을 4시간으로 단축시킨 것 등등이다. 이처럼 일잘법을 통해 개선된 사례들은 매뉴얼화시켜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했다.

남 부회장은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혁신 시스템을 도입, 생산성을 높였다. 지난해 LG전자의 2개 사업본부는 이러한 생산성 혁신활동을 통해 ‘2년 내 생산성 3배 달성’의 기본 목표를 1년 앞당겨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그 동안 각 사업본부 간 생산성 혁신 사례 공유 및 벤치마킹을 통해 시너지가 극대화 된 데 따른 것이다.

LG전자가 도요타 자동차의 혁신 시스템을 현장에 도입하게 된 계기는 2007년 남용 부회장 취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업 전반의 군더더기를 없애고, 핵심 가치 중심의 경영을 내세운 남 부회장이 도요타 자동차 방문 시, ‘도요타의 생산 혁신을 배우고, 이를 실행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자, 도요타 자동차 측에서 두 곳의 컨설팅 회사를 추천해 진행됐다.

이를 계기로 LG전자 각 사업본부 현장에서 전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창의적 개선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개선 활동의 결과물들이 본부 간 벽을 넘어 수시로 공유됐다.

LG전자 구미공장의 ‘PULL 생산 시스템’은 생산성 혁신 활동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남 부회장도 회의 때마다 구미공장의 생산성 혁신 활동을 상징적 의미로 자주 언급할 정도다.

이처럼 낭비 제거와 도요타의 생산 혁신 시스템 벤치마킹을 통한 상시적 비용 절감 구조가 자리잡혀가자 남 부회장은 “본사와 82개 해외 법인, 생산라인을 비롯한 회사 모든 부문이 참여해 올해 3조원의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재고 자산 축소, 매출 채권 현금화, 공급망 관리(SCM) 최적화, 통합 구매 등을 통한 현금 흐름 개선 노력은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공급망 관리 최적화를 통해 900억원의 낭비 요소를 제거했다.

이와 함께 남 부회장은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구매 혁명도 선언했다. 올해 구매 절차와 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구매비용 가운데 2조4000억원을 절감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볼펜과 서류용지 구매에서부터 출근 차량, 여행사, 조경, 명함, 광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돈이 지출되는 모든 영역을 ‘구매’로 간주하고 기존 거래선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오는 6∼7월께부터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가도록 했다. 이에 따라 특히 해외 지사 및 법인의 경우 LG 출신 퇴직자 위주로 구성된 협력업체들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LG전자는 이번 구매 혁명 프로그램을 지난해 1월 남 부회장이 IBM 출신의 토머스 린튼 부사장을 최고구매책임자(CPO)로 영입했을 때부터 착수, 1년 이상 준비해왔다.

82개 전 해외 법인에 워룸 구축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여의도 트윈타워에 ‘위기 전시상황실(Crisis War Room)’을 만들었다. 워룸은 3조원의 비용 절감 목표에 따라 모든 비용 처리를 관리하고, 남 부회장이 올해 중점 관리하고 있는 11개 세부과제를 실행하는 일명 청와대 벙커에서의 비상경제대책회의와 유사한 것이다. 워룸은 82개 전 해외 법인에도 최근 구축을 완료했다. 한국 내 각 팀들도 고정비 절감, 생산비 절감 등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며, 물류 흐름 개선, 수수료 절감, 서비스 개선을 위해 워룸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각 최소 단위까지 워룸 구성이 마무리됐다.

남 부회장은 하루에도 많게는 5~6회 정도 집무실 옆에 있는 워룸을 찾아 각종 현안을 보고받고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본사의 워룸은 남 부회장 집무실과 같은 트윈타워 15층에 있다.

남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 간담회에서 경쟁 상대인 일본, 유럽, 중국 기업에 대해 “그들이 1~2년 후 살아 돌아오면 우리에겐 바로 위기다. 이 기회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라며 “2~3년 내에 1~2등까지 올라간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남용 부회장의 LG전자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3원칙’

남 부회장은 LG전자의 신성장 동력 포트폴리오에 3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B2B, 솔루션, 신사업 등이 그것이다. B2B의 경우 성장 속도가 빠르고 수익 창출 기회가 많은 상업용 건물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 에어컨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자동차 업계에 공급하는 차량용 단말기(내비게이션, 오디오), 건설 회사를 고객으로 하는 빌트인 가전 등이 이에 속한다.

솔루션은 단순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솔루션까지 패키지로 공급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일례로 홈 네트워킹 사업은 가전 판매는 물론 가정 내 가전제품들의 원격제어까지 가능하다.

B2B와 솔루션은 기존 제품 혹은 기술을 응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인데 반해 신사업은 차세대 먹거리를 말한다. 태양전지 사업, 신재생 에너지의 일종인 지열 시스템 사업은 물론 환경, 건강 관련 사업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중 태양광전지 사업은 경상북도 구미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말 이사회를 열고 경북 구미시 공단동에 위치한 PDP모듈 A1라인을 태양광전지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양산 시점은 1라인이 2010년 1분기경, 2라인은 2011년 1분기경으로 예정돼 있다.

LG전자 생활가전을 기반으로 ‘건강가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육성키로 했다. 이미 2007년부터 DA사업본부 내 50여 명으로 구성된 신사업 개발팀을 만들어 2년간 고객 인사이트 발굴과 테스트 마케팅을 진행했다. 헬스케어 사업은 △개별 룸에서 침실, 세탁실, 주방 등 기능 중심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주거환경 △고령화 사회 도래 및 삶의 질 향상 △‘스타일’, ‘헬스’, ‘Beauty’ 등 소비자 트렌드에 맞추게 된다.

이러한 포트폴리오의 방향들은 LG전자를 ‘세계적인 마케팅 회사’를 만들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향후 5년간 회사의 전열을 고수익 사업구조로 가다듬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과감한 사업 철수를 비롯해, 중국 등 제조단가가 낮은 나라로 아웃소싱 확대 등도 포함된다.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를 추구하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이뤄지면, LG전자는 매출 성장률 10% 이상, 영업이익률 6% 이상, 자산 회전율 4배 이상, ROIC 20%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는 2007년까지 단위사업마다 ROIC(투자 대비 수익) 관점의 수익 경영을 펼치며 효율적인 자산 운용에 중점을 뒀지만, 지난해부터는 단위사업 평가 시 ROIC 외에 현금 흐름(Cash Flow)이 중점 관리 지표로 추가됐다. 따라서 수익성(ROIC)과 시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회사 재무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현금 흐름을 보일 경우 해당 사업은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LG전자는 2007년 10% 수준의 ROIC를 올해 약 15%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2010년 ROIC 목표는 20% 이상이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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