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의 외국인 주식 소유 비중이 높다는 것은 몇 가지 함의를 가진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기업이라는 뜻이다. 실적이 좋고, 성장성도 유망하며, 사업 구조까지 투명한 기업이라면 외국인들에게 투자 1순위다.

‘외투 기업’ 한라공조 80% 넘어

‘토종’ 중엔 현대산업개발이 높아

삼성전자·포스코·SKT 등 ‘업종 대표주’도 50% 안팎 달해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기업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라공조다. 한라공조는 1986년 한라그룹 계열사인 만도기계(현 만도)와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합작 설립한 회사다.

하지만 현재 한라공조의 주인은 포드에서 분사한 비스테온이라는 회사다. 한라그룹이 IMF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 차원에서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말 기준 비스테온의 지분율은 69.99%. 따라서 한라공조는 사실상 외국인투자(외투) 기업인 셈이다.

한라공조처럼 외국인이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거나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당연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쌍용자동차, 덕양산업, 에스원, 에쓰오일 등이 모두 비슷한 경우다.

이런 기업을 제외하고 내국인이 경영권을 가진 순수 토종 기업만을 살펴보면 외국인이 투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선호하는 기업들의 윤곽이 드러난다. 이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현대산업개발이었다.

2009년 말 기준 현대산업개발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로 꼽히는 템플턴자산운용(Templeton Asset Management)과 미국계 투자회사 티로우프라이스인터내셔널(T. Rowe Price International)이 각각 16.43%와 5.06%의 지분을 확보한 외국인이 대주주로 나타났다. 전체 외국인 지분율은 61.2%다. 반면 오너인 정몽규 회장의 지분은 13.34%로 템플턴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는 사실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점이다. 즉,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인정받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재벌 그룹들 사이에 경영권 방어가 핫이슈로 떠오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현대산업개발의 단일 최대주주인 템플턴은 지난 7월 초 지분 1%를 추가 취득하면서 금융위원회에 낸 주식보유상황 보고서에서 “투자 시점에 경영에 영향을 미칠 의도를 갖고 있지 않지만, 향후 투자 대상 기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세계은행(World Bank)의 최선의 기업 지배구조 원칙이나 국내의 기업 지배구조 기본원칙 등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수주주권 행사 등을 통해 경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산업개발 다음으로는 KT&G, GS건설, NHN, 포스코(50% 이상), SK텔레콤, 신세계, 삼성전자, LG생활건강, KT, 하이트맥주, 제일기획, 롯데제과, GS홈쇼핑(40% 이상) 등이 매우 높은 외국인 지분율을 나타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해당 업종의 대표주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 지배력, 실적, 안정성, 투명성 등 다양한 투자 척도를 고루 만족시키는 우량주를 외국인들도 주목하는 셈이다.

KT&G 지분은 특정 대주주에 쏠리지 않고 골고루 분산돼 있다.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은행의 지분율은 6.93%다. 이외에 지분율 5%를 넘는 대주주는 미국계 자산운용사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Lazard Asset Management)로 지난 1월 5.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 공시했다.

KT&G와 마찬가지로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포스코도 지분이 두루 흩어져 있다. 2009년 말 기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5.43%. 외국인 지분율은 50%가량 되지만 5% 이상 지분을 가진 대주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와 전략적 제휴 관계인 신일본제철이 해외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5.04%의 지분을 갖고 있으나 이는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 SK텔레콤도 외국인 지분율이 꽤 높지만 5% 이상 지분을 가진 외국인 대주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과 신세계의 경우는 외국인 대주주가 있지만 경영권에 영향을 줄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한편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은 모두 18개사로 나타났다. 그 중 가장 많은 해외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포스코였다. 현재 포스코 주식은 뉴욕, 도쿄, 런던 증시 3곳에서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KT 등 3사는 각각 2곳의 해외 증시에 상장돼 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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