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업계에 ‘상생과 협력’의 훈풍이 불고 있다. 아직 세력은 약하지만 장차 태풍으로 커질 만한 잠재적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 바람을 일단 ‘벤처 3.0’이라고 불러보자. 한국 벤처는 1980년대 메디슨, 한글과컴퓨터로 대변되는 1세대 벤처에서 처음 싹을 틔웠고, 1990년대 닷컴 열풍을 타고 우후죽순 등장한 2세대 벤처를 거쳐, 이제 스마트혁명이 촉발한 3세대 벤처 시대를 맞고 있다. 1~3세대 벤처 사이에는 내용상의 차이점도 뚜렷하게 발견된다. 1세대 벤처는 소수 기업가들이 홀로 씨앗을 뿌리고 바람을 견뎌냈던 벤처의 개척기였다면, 2세대 벤처는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지원 정책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창업 열풍이 일어났던 벤처의 팽창기였다. 반면 3세대 벤처는 벤처기업과 벤처기업이 서로 손을 맞잡고 상생·협력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성숙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앞서간 선배 벤처인들이 뒤따라오는 후배 벤처인들의 멘토나 후원자, 나아가 엔젤투자자가 되어주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벤처의 요람’으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생태계와 닮은 꼴이다. 물론 아직은 전반적인 흐름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닷컴 버블 붕괴 후 긴 침체기를 거쳐온 벤처업계가 드디어 자생적인 선순환 생태계를 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한국 경제에 청신호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이 격언이 한국 벤처의 새로운 행동강령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벤처 3.0’ 시대를 열어가는 주인공들에게서 그 단초를 찾아보자.

한국 벤처 밝히는 새로운 시그널



성공한 벤처 DNA 다단복제 선후배 손잡고 벤처강국 스타트



지난 10월11일 서울 관악구 남현동 대로변에 위치한 약간 낡은 듯한 건물 2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인 벤처기업 ‘나인플라바’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오후 5시 무렵이 되자 외부 손님들이 하나 둘씩 나인플라바로 들어섰다. 어림잡아 14~15명쯤 되는 방문객들은 금세 비좁은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이날 행사는 벤처인들의 네트워크 모임인 ‘고벤처포럼’ 회원들이 나인플라바의 사업 계획 발표를 듣고 투자 여부를 심의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벤처기업가와 엔젤투자자들이었다. 이들은 박성준 나인플라바 대표의 프레젠테이션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박 대표는 “이런 자리를 갖게 돼 든든하고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인사하고는 나인플라바가 기획한 사업 모델을 찬찬히 설명해나갔다. 약 30분간의 발표가 끝나자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대체로 사업 모델의 타당성에 대한 것이었다. 질문은 날카로웠다. 이미 성공 경험을 가진 벤처기업가들은 나인플라바 사업 계획의 허술한 부분을 콕콕 집어냈다. 좀 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 모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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