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인 가구의 증가세가 눈에 띄게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1995년 전체 가구의 12.7%인 164만 가구에서 2010년에는 전체 가구의 23.9%인 414만 가구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젊은 남녀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 및 경제활동 증가와 아울러 심각한 취업난에 따른 경제적 불안감 확대가 젊은 세대의 독신 및 만혼, 비혼(非婚)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주의와 자아실현 욕구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결혼관이 퇴색하고 있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1인 가구 증가세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정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인 가구는 2011년 기준 약 2억8000만 가구에 달했다. 2001년에 비해 30.1% 증가한 수치다. 전 세계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무렵이면 3억3000만 가구로 전 세계 가구의 15.7%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1인 가구 증가세는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다만 1인 가구 증가세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보다 더욱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또 선진국 1인 가구 중에는 부유한 노인층이 많은 반면 개발도상국 1인 가구 중에는 소득수준이 높은 젊은 싱글족이 많은 편이다.

세계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집계되고 있다. 2020년 무렵 미국의 1인 가구는 3600만 가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중국 3100만 가구, 일본 1800만 가구, 인도 1700만 가구 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릭 클리넨버그 미국 뉴욕대 교수는 2012년 <혼자 살기(원제 Going Solo: The Extraordinary Rise and Surprising Appeal of Living Alone)>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미국 싱글족의 높은 소비력이 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거리를 걷고 있는 여성들


1인 가구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

2010년 미국 싱글족의 1인당 연 평균 소비지출액은 약 3만4000달러로 추산된다. 반면 자녀가 없는 부부의 1인당 소비지출액은 2만8000달러, 자녀가 있는 가정의 1인당 소비지출액은 2만3000달러에 그쳤다는 게 클리넨버그 교수의 분석이다. 따라서 소득과 소비수준이 높은 싱글족이 증가할수록 미국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례로 주택시장의 동향을 들 수 있다. 미국 주택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유발한 금융위기 이후 오랜 침체를 겪어 왔다. 하지만 고소득 1인 가구를 주 고객층으로 삼는 고급 스튜디오 아파트와 소형 아파트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소형주택 시장 확대는 국내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2007년 기준 전용면적 40㎡ 이하 소형주택의 공급량은 약 4000가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과 5년 만인 2012년에는 상반기에만 전국에 걸쳐 4만 가구를 훨씬 웃도는 소형주택 건축 인허가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세는 이웃 일본과 비교할 때 더욱 뚜렷한 특징을 읽을 수 있다. 경제성장의 궤적이나 인구 고령화 추세 등 양국은 여러 면에서 사회경제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이 한국과 일본의 1인 가구 라이프스타일을 비교·분석한 결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소비시장의 핵심계층인 30~40대 연령층의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점에서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이 조사에서 한국과 일본의 1인 가구는 여러모로 특징적인 차이를 나타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은 싱글족 계층이 눈에 띄게 증가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반면 상대적으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일찍 1인 가구 계층이 두터워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시간적, 경험적 간극에서 일정한 차이가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한국의 1인 가구가 비자발적, 일시적 성향을 보이는 반면 일본의 1인 가구는 자발적, 지속적인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국의 1인 가구는 홀로 생활한 기간이 3~5년에 집중돼 있는 반면 일본의 1인 가구는 10년 이상 독신으로 살아온 경우가 62%에 달했다. 다시 말해 한국의 1인 가구는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싱글족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고, 일본의 1인 가구는 스스로 싱글 라이프를 선택한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가족관, 물질관, 직업관 등 가치관 측면에서도 양국 1인 가구는 뚜렷한 차이점을 드러냈다. 한국의 1인 가구는 비(非) 1인 가구에 비해 가족을 위한 희생이나 자녀 및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의 1인 가구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었다.

또 한국의 1인 가구는 일본의 1인 가구보다 물질을 중시하는 반면 일본의 1인 가구는 한국의 1인 가구보다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독립 의지가 높게 나타났다. 직장에 대한 충성도 측면에서는 한국의 1인 가구가 비 1인 가구 및 일본의 1인 가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 관심사를 살펴보면 한국의 1인 가구는 이성교제와 결혼, 직장, 재테크에 관심이 높았다. 반면 일본의 1인 가구는 취미와 여가,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정현 연구원은 일본의 1인 가구가 결혼을 위한 이성교제보다는 자신을 위한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장기적인 경기침체 탓에 무력감에 빠진 일본인들이 개인적인 삶에 몰입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풀이다.

한·일 양국 1인 가구는 소비생활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1인 가구는 패션과 유명 브랜드 상품을 통한 자기표현 욕구가 높은 반면 일본의 1인 가구는 실용적 패션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경제적 구조가 일본과 유사한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1인 가구가 일본의 1인 가구 라이프스타일을 닮아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 도쿄 신주쿠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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