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자산관리업체 인에이블코리아 조성곤 대표는 지난 5월 초 미국 서부 시애틀을 다녀왔다. 조 대표의 방문 목적은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모 대학의 기숙사를 리모델링하기 위해서였다. 원룸식 방 17개로 구성된 이 기숙사는 원래 대학이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1차, 2차에 걸친 사모(私募) 방식을 통해 조 대표 고객들이 30억원에 매입했다. 리모델링 후 대학이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다. 인에이블코리아는 5년 운용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로 연 9~10%의 수익률을 거둔다는 계획이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던 해외부동산 투자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해외부동산 투자는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표적 중위험, 중수익 투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서울 강남지역에 사는 고소득층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리먼 사태 이후 전 세계 집값이 폭락세를 기록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2012년 4분기까지만 개인의 해외부동산 취득과 관련한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2012년 4분기의 경우 해외부동산 취득실적(송금기준)은 2970만 달러로 한 분기 전(5780만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2년 연간 기준으로는 1억9200만 달러를 기록, 직전 해(2억5300만달러)보다 24% 정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 미국 집값은 거품 논란이 일 정도로 가격 오름세가 크다.

주요 선진국 집값 ‘이상 급등’ 우려
최근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크게 △사상 최저금리 기조 △해외 주택시장 호황 등을 들 수 있다. 원화강세로 인한 환차익 부분은 최근 1년 사이 일어난 일이다. 예컨대 호주의 경우 지난해 원·호주달러가 1160원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850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반짝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내 주택시장과는 달리 미국, 호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부동산 시장은 1~2년 전부터 상승세를 탔다. 지은용 알파트너스 대표는 “오히려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갈 정도로 이미 고액자산가들이 1~2년 전 해외부동산을 취득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2~3년 사이 미국 경제 지표 중 실업률 개선과 집값 상승세는 두드러진 모습이다. 신규로 짓는 주택 수도 적어 당분간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지난 2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지수에서 미국 내 20개 도시 평균 집값 상승률은 예상치는 물론, 전달(0.88%)보다 오른 0.93%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인 미국 20대 도시 중에서 16개 도시의 집값이 올랐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투자는 현금 흐름 및 위험 구조만 보면 주식과 채권의 중간재 성격이다. 채권의 이자수익과 유사한 형태의 임대수익(Income Gain)은 물론 주식과 마찬가지로 매매차익(Capital Gain)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부동산을 대표적인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꼽고 우량 물건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08년 리먼 사태 이전만 해도 해외부동산 투자 패턴은 철저하게 시세차익 위주 투자였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시세차익보다는 월 고정수입을 얻을 수 있는 임대사업용이 대세가 되고 있다. 박상욱 우리은행 팀장은 “자녀 유학 목적으로 매입을 의뢰하는 수요는 여전한 가운데 주거용 부동산보다는 매달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국가는 미국이 가장 많고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도 수요가 많다. 이들 국가는 자금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적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국은 투자된 돈을 한국으로 갖고 나오기가 까다로우며, 한때 은퇴이민지로 관심을 받았던 동남아는 낙후된 의료 서비스 탓에 매입 수요가 많지 않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미국, 호주 등지는 현지로 이민을 떠난 지인들이 많아 관련 정보를 얻기 쉽다는 점도 투자 수요가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정모씨는 올해 호주 멜버른 시내에 위치한 99㎡(30평)짜리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했다. 방 2개에 화장실 1개로 구성된 이 집에서 정씨는 매주 500호주달러(44만원)를 받고 있다. 한 달로 치면 우리 돈 200여만원이다. 호주 멜버른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박현아 SB부동산 대표는 “시드니는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해 적당한 매물을 찾기 힘들며 멜버른 역시 교육 수요 때문에 해외에서 이곳에 집을 얻으려는 사람이 꽤 많다”고 말했다. 참고로 현재 호주 정부는 호주에 살지 않는 외국인이 자국 내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주거용은 신축주택에 한해 매입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상업용은 신축, 기존 주택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매입할 수 있다. 

일부 고액 자산가는 사모(私募) 형태로 돈을 모아 해외 대형 상업용 건물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그룹 고액자산가 PB(프라이빗뱅킹)서비스를 담당하는 웰스매니지먼트(WM)본부는 모 해외 증권사로부터 부동산 투자를 제안 받았다. 미국 텍사스주(州) 휴스턴과 일본 도쿄(東京)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빌딩으로, 두 곳 모두 벡텔(미국 건설사), 오릭스(일본 금융사) 계열사가 장기임대로 입주해 있다. 해당 오피스빌딩은 이미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가 투자를 약속한 상태였다. 하나금융그룹 고객들이 담당한 자금은 약 100억원 수준이었다. 사모펀드 기준인 최대 49명이 참여한 이 빌딩의 연 임대수입은 6~7%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권, 사모형 부동산 펀드 대거 판매
그러나 해외부동산 투자는 여전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환차익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도 충분히 가능하다. 과세 부분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현행 외국납부세액공제에 따르면, 해외부동산 과세 체제는 해당국과 우리나라 세율 중 더 높은 곳의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세무당국의 올해 중요 세무지침 중 하나가 해외부동산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꼼꼼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안경섭 EY한영 세무사는 “세무당국의 해외부동산 조사 목적은 역외탈세 등을 중요하게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 “해외부동산 투자 시에는 정상적으로 보유한 자금을 들고 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송창섭 기자 / 사진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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