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스케방크는 지난해 순이익 199억크로네(3조3583억원)를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사진 : 블룸버그>

유럽 대다수 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로 허덕이는 가운데 단스케방크(Danske Bank)의 극적인 실적 개선이 눈에 띈다. 덴마크 최대 상업은행인 단스케방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199억크로네(3조3583억원)로 전년(131억크로네) 대비 50% 증가했다. 이는 국내 최대 금융사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인 2조7748억원과 비교해도 많다. 덴마크 전체 인구가 560만명으로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


2008년 위기 때 덴마크 정부가 재정 지원

이뿐만이 아니다. 단스케방크는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 13.1%를 기록했다. ROE는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쉽게 말해 1000만원의 회사 자본으로 순이익 131만원을 냈다는 의미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ROE 평균이 5.88%인 점과 비교해 봤을 때, 단스케방크는 같은 자본을 기준으로 두 배 이상의 이윤을 남겼다는 얘기다.

하지만 단스케방크의 실적이 원래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덴마크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을 정도로 크게 휘청였다. 2008년 말 단스케방크의 주가는 연초 대비 3분의 1로 폭락했고, 그해 순이익은 지난해의 20분의 1 수준인 10억크로네(약 1680억원)에 불과했다. 2012년에는 ROE 3.8%를 기록해 유럽 은행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무디스는 단스케방크에 대한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으로 강등했다.

그러나 유럽에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2012년부터 단스케방크의 실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5년간 단스케방크의 주가는 3배 이상 상승했으며, 최근 1년간은 50%가량 올라, 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단스케방크를 두고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금리 환경을 이겨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최근 임직원들 앞에서 “단스케방크를 벤치마크하자”고 말했다.

단스케방크가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비결은 2012년 발표한 사내 중장기 전략 ‘뉴스탠더드(New Standards)’에 있다. 당시 경영진은 예대마진(대출로 받은 평균 이자에서 고객에게 돌려준 평균 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 사업만으로는 향후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미래 수익원 발굴에 집중했다. 그 결과 ‘디지털 혁신’과 ‘자산관리 역량 강화’라는 두 분야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수료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한 것이 단스케방크 수익성 개선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핀테크(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저비용·고효율 사업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단스케방크의 ‘모바일 페이’

덴마크 국민 60%, 모바일 페이 사용

단스케방크의 턴어라운드는 2013년 5월 출시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시작됐다. 현재 덴마크 전체 인구 중 60% 이상이 단스케방크의 ‘모바일 페이’를 사용한다. 스마트폰 가입자 중에서는 90%가 단스케방크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바일 결제를 한다.

덴마크에선 모바일 페이의 확산을 반기는 분위기다. 번거롭게 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코펜하겐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로 거래하면 강도에게 돈을 빼앗길 걱정이 없기 때문에 안심된다”며 “앞으로 현금을 받지 않는다는 ‘노 캐시(no cash)’ 사인을 매장 앞에 붙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스케방크는 현금 사용 비율이 높은 기관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모바일 페이 사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덴마크 노숙자연합과 파트너십을 맺고, 노숙자들이 모바일 페이로 기부받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노숙자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 모바일 기부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사회단체 모금 활동이나 교회 헌금도 대부분 모바일 페이로 이뤄진다. 단스케방크의 앱은 온·온프라인 쇼핑 결제뿐 아니라 개인 간 송금 기능도 갖췄다. 

덴마크 정부는 올 초 동전과 지폐 제작을 전면 중단했다. 만약 필요할 경우 지폐와 동전을 다른 나라에 위탁 생산하고, 장기적으로는 전자화폐 ‘e크로네’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로 발돋움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음식점·옷가게·주유소 등 매장에서 점주가 현금을 거부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올해 시행될 전망이다.

단스케방크는 전통적인 금융사가 과감한 혁신을 통해 글로벌 IT 기업의 핀테크 공략에 맞선 사례로 꼽힌다. 자산 규모가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보다 크지만, 단스케방크의 의사 결정이 워낙 빠르다 보니 시장 선점과 리스크 관리에서의 성과가 빛났다. 단스케방크가 모바일 금융 부서를 이사회 직속으로 배치한 것은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서였다. 마르크 브로한센 단스케방크 부사장 겸 모바일 페이 대표는 “기존 관행과의 마찰을 극복하려면 흔들림이 없어야 했다”며 “초기 단계에서 상당한 적자를 감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브로한센 부사장을 모바일 페이 책임자로 발탁한 것도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고 단스케방크 관계자는 전했다. 컨설팅 업체 출신인 브로한센 부사장은 당초 지점 통폐합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영입된 인물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단스케방크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전체 지점의 40%를 없애기도 했다. 단스케방크는 2010년 무렵부터 모바일 금융을 확대하고 해외 진출을 강화하기로 전략을 전환했다. 축소 지향의 구조조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개인 고객은 단스케방크의 모바일 페이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기업은 약정된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사용자(개인 고객)가 모바일 페이 유료화에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큰 수익화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브로한센 부사장은 시장 선점 효과를 기반으로 기업 사용자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브로한센 부사장은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이 금융시장에 뛰어드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시장을 선점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당장은 비용이 들겠지만 일단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나면 퍼스트무버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로 피해 줄여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5.8% 늘어난 7800억달러(약 88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에는 1조800억달러(약 122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단스케방크에 따르면, 모바일 페이의 확산 덕분에 단스케방크의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면서 오프라인 점포 축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은 위축되지 않았다. 단스케방크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00개가 넘는 점포를 폐쇄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모바일 페이를 출시한 2013년 62.1%였던 단스케방크의 이익경비율(순이익 대비 판매관리비)이 지난해 49.5%까지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단스케방크의 상황은 유럽 은행 중에서도 나쁜 편에 속했다. 아일랜드 경제가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으며 붕괴한 탓이 컸다. 단스케방크는 2004년 12월 아일랜드의 노던뱅크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정책을 펼치고 있던 참이었다. 단스케방크는 금융위기로 아일랜드에서만 약 330억크로네의 손실을 입고 덴마크 중앙은행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위기 이후 유럽 은행의 양적완화 추진과 마이너스 금리 도입의 영향으로 이자 수익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위기를 겪은 탓에 단스케방크는 대출 업무를 좀 더 보수적으로 관리하면서, 리스크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단스케방크는 2012년 신용등급 강등(무디스 기준 A2→Baa1)을 겪은 후 대출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선제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에너지·건설·조선업 등 경기 민감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채무불이행 등 경제적 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대다수 유럽 은행들이 에너지 기업 등 고위험군에 대한 대출액을 크게 늘린 것과는 상반되는 움직임이었다.

2015년 말 기준 단스케방크의 총익스포저 중 에너지 기업 비율은 1.9%로, 같은 기간 유럽 은행 총대출에서 에너지 기업 부문이 3~10%대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건설업과 조선업도 각각 1.6%, 1.9%로 낮게 유지했다.

단스케방크의 예상은 적중했다.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 유가(WTI 기준)는 2015년 3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에너지 생산 업체들은 줄줄이 파산 신청에 나섰다. 2015년 초부터 지난해 초까지 약 1년간 북미에서만 원유·가스 생산 업체 총 51개사가 파산을 신청했다.

단스케방크의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는 고정이하여신 비율과 대손비용의 감소로 이어졌다. 2010년 138억크로네에 달하던 단스케방크의 대손비용은 2013년 54억크로네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엔 오히려 마이너스(2억크로네)로 돌아섰다. 2012년 5.6%였던 고정이하여신 비율 역시 지난해 3% 수준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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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결제(mobile pay) 휴대전화 속에 결제 수단 기능을 할 수 있는 칩을 넣어 휴대전화를 마치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결제 방식이다. 버스카드를 사용하듯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온라인이나 원거리 결제, 송금도 가능하다.
고정이하여신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금을 합친 개념으로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어렵게 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삼성페이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 : 블룸버그>

plus point

韓·中 모바일 결제 시장
중국 모바일 결제 금액 지난해 2000조원 넘어 한국은 결제 과정 까다로워 이용비율 낮아

배정원 기자

중국에서도 모바일 결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수중에 현금이 없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다. 아침 식사부터 여행 경비에 이르는 모든 비용을 모바일로 결제한다.

심지어 노점상에서도 QR코드를 내걸고 모바일 결제를 요구한다. 베이징 소재 시장조사 업체인 애널리시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중국 내 모바일 결제액은 1조8500억달러(약 2091조원)에 달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알리바바 ‘알리페이’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 ‘위챗페이’로 조사됐다. 알리페이의 점유율은 54%다. 빠른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려 카드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결제 대중화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삼성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IT 기업을 중심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지급결제보고서를 보면, 최근 6개월 이내에 모바일 결제를 이용한 비율은 25.2%. 최근 6개월 이내에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 비율이 43.3%인 점을 고려하면 낮은 편이다.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이 부진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융 규제가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에서 해외로 송금할 경우 금융거래 실명법에 따라 매번 본인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 정보가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돼 있어도 송금을 할 때마다 신분증을 촬영해 보내거나 영상 통화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중국과 미국은 이런 규제가 없다.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은 “중국이 금융 규제가 느슨한 나라는 아니지만, 핀테크 시장을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과감히 규제를 완화했다”며 “한국 정부도 핀테크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상당 부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은 이미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 시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금을 사용하던 사용자 입장에서 모바일 결제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에겐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해야 하는 등 오히려 번거로운 결제 과정이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스타트업은 기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파고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한국 소비자들은 신용카드 사용 여건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어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급성장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다”며 “중국 업체들이 훨씬 간편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많이 선보인 것도 중국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또 다른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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