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드림포스’에 참가하기 원하는 청중들이 등록을 위해 줄을 서 있다. 드림포스는 세일즈포스의 연례 콘퍼런스다. 사진 블룸버그

CRM이란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약자로, ‘고객관계관리’라고 한다. 기업이 고객과 관련된 내·외부 자료를 분석·통합해 고객 특성에 맞게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지원·평가하는 과정이다.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고객을 밀착 관리하기 위한 경영 기법이다.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이 고객과의 관계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 작은 지역사회에선 서로가 속속들이 다 알기 때문에 상인들은 언제 집안 행사가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 예측해 상품을 준비해 공급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고객과 1 대 1로 거래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이런 방법을 수만~수천만명에 이르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적용해 맞춤형으로 접근하기 위한 경영 기법이 바로 CRM이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와 행동을 바탕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고객의 충성도를 극대화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신규고객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며, 고객 이탈을 방지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다.

CRM을 위해선 대량의 고객 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고객과 만나며 기업이 얻는 고객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연령, 성별, 소득 수준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컴퓨터 시스템에 연계시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고객을 분류한 뒤, 고객의 향후 행동을 예측해 마케팅에 활용한다. 고객의 성향과 취향을 파악하고, 이 정보를 토대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마케팅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CRM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설립 13년 만인 2012년 CRM 소프트웨어 최강자인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를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일즈포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6년 기준 18.4%이고, 2020년엔 26.2%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일즈포스는 영업용 CRM 소프트웨어 ‘세일스 클라우드(Sales Cloud)’를 사용해 고객 연락처와 판매 활동을 관리한 기업의 거래 성사율이 43% 높아졌고, 생산성은 44%, 수익은 37% 향상됐다고 설명한다. 가트너의 분석에 따르면 세일즈포스의 CRM 성능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 경쟁사보다 훨씬 우수하다.

세일즈포스의 실적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17회계연도(2017년 2월~2018년 1월) 매출액은 104억8000만달러(약 11조1088억원)로 4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적자를 내다가 영업이익은 2015회계연도에, 순이익은 2016회계연도에 흑자로 전환됐다. 2017회계연도엔 영업이익 2억3600만달러(약 2502억원), 당기순이익 1억2700만달러(약 1346억원)를 기록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가 ‘드림포스 2011’에 참석해 세일즈포스의 CR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성공비결 1│‘빌려 쓰는 SW’로 시장 확대

CRM 시장은 SAP나 오라클과 같은 거대 IT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세일즈포스는 후발주자였다. 품질 면에서 아주 뛰어나거나,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으면 CRM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쓰고 있는 기업이 거래처를 세일즈포스로 바꾸기 쉽지 않다.

세일즈포스는 가격과 품질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으로 CRM 소프트웨어를 매월 소정의 요금을 받고 제공하는 개념(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을 만들었다. 기업이 고객의 방대한 데이터를 세일즈포스의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여러 직원이 다양한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SW를 바로 실행하고 이용할 수 있다. SW를 따로 구매하거나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SaaS는 소프트웨어의 여러 기능 중 사용자가 필요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소프트웨어 유통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개념이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하나의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용한 만큼 요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기업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을 대폭 줄여주고, 인프라 투자와 관리 부담도 줄어든다.

규모가 작은 회사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상품 개발과 판촉 활동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비용 부담 때문에 CRM 도입을 망설였다. 세일즈포스는 이를 간파하고 SaaS 개념을 도입해 문턱을 낮췄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다.

세일즈포스는 뛰어난 품질과 합리적인 비용으로 거대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비자·델타항공 등이 세일즈포스의 고객이며, 글로벌 유통업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절반이 세일즈포스의 CRM을 이용한다. 총 15만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고, 구글·페이스북·버버리·로레알·던킨도너츠 등 다양한 산업군에 걸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성공비결 2│사업 다각화로 점유율 확장

세일즈포스는 ‘세일스 클라우드’ ‘서비스 클라우드’ ‘마케팅 클라우드’ 등의 CRM 소프트웨어 제품을 판매한다. 세일스 클라우드는 세일즈포스가 출시한 첫 제품으로, 영업팀의 역량을 강화하고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CRM이다. 연락처를 관리하고 모든 데스크톱 또는 모바일 기기에서 영업 기회를 추적할 수 있다. 고객들이 CRM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장 처음 진입하게 되는 경로다. 요금은 제공하는 기능에 따라 월 75달러, 150달러, 300달러의 3가지 종류가 있다.

심은솔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이 제품은 오랫동안 폭넓은 산업군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해 왔기 때문에 데이터와 분석 자료가 다른 회사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고 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영업용 클라우드 CRM 시장은 2017년 68억달러에서 2022년엔 113억달러로 연평균 1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에서 세일즈포스의 점유율은 45.3%다.

서비스 클라우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측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세일스 클라우드를 이용해 보고 세일즈포스의 솔루션에 신뢰를 갖게 된 기업들이 더 많은 기능을 요구하게 되면서 개발됐다. 세일스 클라우드를 통해 판매가 증가한 것을 경험한 기업은 확보한 고객을 관리하고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서비스 클라우드를 이용하게 된다. 가트너는 이 시장이 2022년까지 연평균 12%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일즈포스의 점유율은 19.9%로 1위다.

마케팅 클라우드는 이메일, 소셜미디어,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고객과 상호 작용하고 맞춤형 판촉 활동을 벌일 수 있게 한다. 기업이 전자 상거래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커머스 클라우드’도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업체들이 전자 상거래 분야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온라인에 낯선 기업이 빠르게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CRM이다. 마케팅·커머스 클라우드는 고객에게서 얻은 방대한 정보를 CRM을 통해 매출 증가로 이어지도록 한다.

세일즈포스는 2012년 이 시장에 진입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2위다. 하지만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성장 가능성도 크다. 가트너는 마케팅 클라우드 시장이 2022년까지 연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모든 세일즈포스의 데이터를 앱으로 자동 연결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포스닷컴’도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같은 세일즈포스만의 앱 생태계 ‘앱익스체인지’도 있다. 이 앱 장터를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 도입했으며, 현재 3000여개의 앱이 올라와 있다.



지난 1월 31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바라본 ‘수퍼 블루 블러드문’. 달 앞에 보이는 것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높은 세일즈포스타워다. 사진 AP 연합뉴스

성공비결 3│파격적이고 과감한 마케팅

분명히 세일즈포스는 후발주자였고, 작은 회사였다. 우수한 품질,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세일즈포스가 초반에 빠르게 안착한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세일즈포스는 회사 설립 이후 과감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공동 창업자인 파커 해리스는 초창기 ‘소프트웨어의 종말’이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펼쳤다. 정확하게 말하면 세일즈포스도 CRM 소프트웨어를 매월 일정액을 받고 판매하지만, 오프라인으로 완제품(패키지)을 팔지 않고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파는 건 아니라는 논리였다.

세일즈포스는 배우들을 고용해 경쟁사의 회의에 가짜 시위를 벌이게 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로 세일즈포스는 수년간 적자를 냈지만,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는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슈바프는 세계경제포럼(WEF)을 창설한 사람이다. 베니오프는 수백만달러를 후원하고 WEF의 주요 파트너가 됐고, 영향력이 큰 글로벌 단체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명성을 얻자 회사들이 신생기업에 믿음을 갖게 됐다. 또 세일즈포스는 매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개발자 회의 ‘드림포스’에 많은 공연을 준비했다. 막대한 돈이 들지만, 고객에게 CRM 소프트웨어 사용을 설득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일즈포스의 CRM 화면 예시. 사진 세일즈포스

성공비결 4│공격적 M&A로 기능 향상

자체적으로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세일즈포스는 오라클과 SAP처럼 인수·합병(M&A)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전략을 썼다. 세일즈포스가 2006년부터 사들인 기업만 55개에 달한다.

세일즈포스가 마케팅 클라우드 시장에 진입한 것은 2012년이었다. 후발주자로 불리했던 세일즈포스는 2014년 이그잭타깃(ExacTarget)을 인수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세일즈포스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CRM에 도입해 제품 기능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엔 딥러닝 기술을 접목해 ‘아인슈타인’이란 AI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CRM의 자동화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힘을 실어주는 그동안 인수한 AI 기업들이다.

세일즈포스가 2015년 인수한 ‘템포(Tempo)’는 AI 캘린더 앱 업체로, 소셜미디어에 사용자가 올린 정보를 수집해 미팅 일정에 맞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2016년 인수한 크룩스(Krux)는 AI를 이용해 인터넷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체다. 세일즈포스는 이를 통해 정보 분석 기능을 향상하고, 마케팅 클라우드 부문 AI 기능을 향상할 수 있다.


Plus Point

마크 베니오프 창업자
15세에 게임 만든 천재…자산 5조원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가 2016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드림포스 콘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이 회사를 창업한 때는 1999년이다. 1964년에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IT 분야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보였다. 15세의 나이에 리버티소프트웨어(Liberty Software)라는 게임 회사를 세우고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을 판매해 이때부터 한 달에 1500달러를 벌었다. 이렇게 번 돈은 대학교 등록금을 충당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 입학한 그는 애플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스티브 잡스와 인연을 맺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베니오프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에 입사해 ‘올해 최고의 신입사원’에 뽑히기도 했다. 뛰어난 성과를 거둬 입사 3년 만에 마케팅 부문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오라클 역대 최연소 부사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베니오프는 1999년 오라클을 퇴사하며 “기업용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대는 끝났다”라고 선언했고, 세일즈포스를 창업했다. 그가 오라클을 나온 지 10년 만에 세일즈포스는 오라클의 CRM 부문 매출을 앞섰다. 베니오프는 세일즈포스 창업을 준비할 때 잡스에게 조언을 구했고, 잡스는 ‘애플리케이션 경제 창조’를 강조했다. 이 조언은 베니오프가 세일즈포스를 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게 했다. 그는 월 65달러에 CRM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고객을 사로잡았다.

세일즈포스는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위로 선정했다. 개발자 평균 1억6000만원에 달하는 높은 급여와 수준 높은 복지, 양성평등(관리직 46%가 여성), 사회 환원 등 모든 항목에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파트타이머도 주당 20시간 이상 일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등 복지 수준이 높다.

세일즈포스는 직원이 일하기 좋은 기업일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도 적극적이다. 베니오프는 자선가이기도 하다. 그는 2000년 ‘1-1-1 모델’을 만들었다. 자본의 1%와 제품의 1%를 사회에 환원하고 전 직원이 업무 시간 1%를 자원봉사 활동에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2016년 3월 현재 세일즈포스는 총 1억1500만달러를 기부했고, 직원들의 총자원봉사 시간은 130만시간(약 148년)에 달한다. 세일즈포스의 기술은 2만8000개의 비영리 단체가 사용한다. 이 ‘1-1-1 모델’은 700여 기업이 세일즈포스를 따라 채택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전체 지분 가운데 5%를 소유하고 있는 그의 자산은 50억달러에 달한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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