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한 룰루레몬 매장에서 무료 요가 클래스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룰루레몬
영국 런던의 한 룰루레몬 매장에서 무료 요가 클래스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룰루레몬

‘1분기 매출 증가율 전년 동기 대비 25%, 같은 기간 순익 성장률 34%, 지난해 매출 약 26억5000만달러(약 2조9300억원)로 10년 연속 매출 성장….’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룰루레몬(Lululemon Athletica Inc.)’이 얼마 전 받아든 화려한 성적표의 일부다. 룰루레몬은 레몬사탕이나 레모네이드와는 전혀 무관한 기업이다. 룰루레몬은 요가복 전문 브랜드다.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칩 윌슨이 1998년 창업했다.

‘룰루레몬’이란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다. 괴짜 경영자로 유명한 윌슨은 영어 ‘L’ 자 발음에 어려움이 있는 일본인 고객들이 제대로 발음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상상하며 L 자가 무려 3개나 들어간 회사명을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캘거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윌슨은 졸업을 1년 앞둔 1979년 스노보딩과 서핑, 스케이팅 관련 전문 의류를 생산·판매하는 웨스트비치 스노보드를 창업했다. 1997년 웨스트비치 스노보드를 100만달러에 매각한 그는 고향인 밴쿠버에서 난생처음 요가수업을 듣던 도중 ‘요가복’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당시 요가복은 면(綿) 소재가 대부분이어서 금세 땀에 젖었고, 통기성도 좋지 않았다. 요가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 윌슨은 웨스트비치 시절 쌓은 스포츠 의류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요가복 시장에 접목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룰루레몬을 창업하게 된다. 

윌슨은 2007년 룰루레몬을 캐나다와 미국(나스닥)에 동시 상장하면서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섰다. 윌슨의 자산 규모(‘포브스’ 추정)는 36억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2016년에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룰루레몬은 최고급 소재만을 고집해 가격도 비싼 편이다. 이 때문에 ‘요가복 업계의 샤넬’이란 별명도 생겼다.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과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 로지 헌팅턴 휘틀리, 배우 다코타 존슨 등 룰루레몬 제품을 즐겨 입는 유명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올해로 창업 20년을 맞은 룰루레몬의 고속 성장 비결은 뭘까.


성공비결 1 | 상품과 ‘문화’를 함께 팔라

‘제품과 체험활동을 통해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을 건강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룰루레몬의 경영철학이다. 룰루레몬은 매달 다양한 무료 강좌를 연다. 여기에는 아쉬탕가와 브로가(남성들끼리 하는 요가), 인사이드 플로 요가와 아이스 요가 등 요가 수업은 물론 명상·필라테스·꽃꽂이·선물포장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가 포함된다. 무료라고 하지만 선심성 행사는 아니다. 요가복을 팔아 돈을 많이 벌려면 요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야 한다. 야구 인기가 없는 나라에 글러브와 배트 등 야구용품을 팔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룰루레몬의 무료 클래스는 이런 점에 착안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별도의 공간을 대여하지 않고 매장을 체험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국내 대표 매장인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와 스타필드 하남 매장의 경우 한 층을 통째로 체험 행사를 위한 스튜디오로 운영하고 있다. 룰루레몬이 별도의 스튜디오를 마련해 운영하는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해외의 경우 영업을 마친 매장 공간을 스튜디오 공간으로 활용한다. 매장에서 클래스를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매장은 물론 제품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꽃꽂이와 선물포장 등은 요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젊은 여성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잠재 고객 확보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룰루레몬은 2012년 애플과 티파니(Tiffany & Co)에 이어 미국에서 단위 면적당 매출이 세 번째로 높은 기업에 선정됐다.


성공비결 2 |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

요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다고 해도 요가 수련 중에만 입는 옷이라면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룰루레몬은 창업 초기 요가복 판매에 주력했지만, 어느 정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뒤에는 ‘요가풍(Yoga-inspired)’이라는 신조어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시장 확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스타일과 착용감에서 호평이 이어지면서 룰루레몬의 요가풍 의류들은 오래 지나지 않아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1마일 웨어’로 알려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마일 웨어’는 집에서 1마일(약 1.6㎞) 정도 거리는 편안하게 입고 다닐 수 있는 평상복을 뜻한다.

2010년 미국 뉴욕에 불어닥친 룰루레몬 레깅스 붐은 운동(Athletics·애슬레틱스)과 여가(Leisure·레저)가 합쳐진 ‘애슬레저 룩’이란 이름으로 의류 시장에 2차 폭풍을 일으켰다. 미국 인구통계청의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레깅스 수입량은 사상 처음으로 청바지 수입량을 제쳤다.


성공비결 3 | 고객을 애타게 만들라

룰루레몬의 폭발적인 인기는 상품기획과 재고관리 전략의 산물이기도 하다. 룰루레몬은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대신 신제품 교체 주기를 짧게 유지한다. 재고를 적게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서두르지 않으면 재고가 소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해 구매를 유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고품질·고가 전략을 앞세운 룰루레몬이 거의 언제나 정가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성공비결 4 | 지역 밀착형 홍보대사 운영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의류 업체들은 오랫동안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을 앞세워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해 왔다. 룰루레몬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유명인 모델을 섭외하는 대신 매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유명한 요가 강사나 피트니스 강사를 섭외해 ‘고객 밀착형’ 홍보 활동을 벌인다. 앞서 언급한 무료 요가 클래스가 여기에 포함된다. 

보통 신규 매장 오픈 1년 전부터 ‘룰루레몬 커뮤니티 대사’로 불리는 이들 홍보대사 섭외가 시작된다. 홍보대사는 룰루레몬 제품을 구매할 경우 할인 혜택을 받는다. 여기에 더해 룰루레몬 웹사이트나 매장을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이나 클래스를 홍보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받는다.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도 홍보대사의 중요한 임무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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