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우승을 차지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NBA 우승을 차지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프로농구(NBA)에 새로운 왕조가 탄생했다. 6월 9일 열린 2017-2018 NBA 파이널 4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이하 워리어스)’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이하 캐벌리어스)’를 108 대 85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워리어스는 지난 네 시즌 연속으로 파이널에 진출해 세 차례(2015·2017·2018년)나 우승했다. NBA에서 특정 팀이 한 시대를 지배할 때 주어지는 ‘왕조’의 기준인 스리핏(3년 연속 우승)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성적을 냈다. 

워리어스의 우승은 ‘3쿼터의 마법’ 덕분에 가능했다. 올 시즌 워리어스는 전반전에 지고 있다가 3쿼터에 역전한 경기가 많았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3쿼터만 되면 살아났다. 3쿼터의 마법이 과학으로 통하는 이유다.

지난 7일 캐벌리어스의 홈구장에서 열린 파이널 3차전에서 워리어스는 전반전(1~2쿼터)까지 52 대 58로 지고 있었다. 캐벌리어스는 ‘킹(King)’ 르브론 제임스의 활약 속에 워리어스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3쿼터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워리어스는 패스 게임이 살아나면서 3쿼터에만 31점을 넣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캐벌리어스는 23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최종 점수는 110 대 102. 워리어스가 승리하면서 기세를 올렸고, 4차전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워리어스의 3쿼터 누적 득실차는 +154점에 이른다. 3쿼터에만 상대 팀보다 154점을 더 얻었다는 뜻이다. 워리어스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21경기를 치렀다. 경기당 3쿼터에 평균 7.3점을 더 얻은 셈이다.

이는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가장 높은 단일 쿼터 누적 득실차 기록이다. 이런 마법 같은 결과의 비결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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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 1│첨단기술을 활용한 분석

NBA 하프타임은 15분이다. 이 시간에 선수들은 코치진으로부터 후반전 전략·전술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워리어스는 이 하프타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특집 기사를 통해 워리어스가 하프타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워리어스 하프타임의 비결은 ‘초고속 리뷰’다. 워리어스에는 비디오 분석을 전담하는 코치들이 있다. 이들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모든 장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디오에 담는다. 촬영한 영상을 즉시 리뷰에 알맞은 길이로 편집한다. 이런 식으로 전반전에만 10개 정도의 비디오 클립을 만든다. 플레이오프같이 중요한 경기에서는 비디오 클립 수가 15개로 늘어난다.

워리어스의 홈구장인 오라클 아레나에서는 영상 분석이 훨씬 정교하게 이뤄진다. 경기장에서 움직이는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기록할 수 있는 ‘스포트뷰(SportVU)’라는 첨단 시스템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NBA의 모든 팀이 스포트뷰를 도입했는데, 워리어스는 이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팀 가운데 하나다.

하프타임이 되면 커 감독은 먼저 코치진이 미리 만들어 놓은 비디오 클립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선수들에게 필요한 영상을 고른다. 어떤 지시를 내릴지를 코치진과 상의한 후에 선수들이 쉬고 있는 로커룸에 들어간다. 이때가 하프타임이 시작되고 4분 정도가 지난 뒤다. 커 감독의 지시도 4분을 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정보만 정확하게 전달하고 일어난다. NYT는 “선수들은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에 준비운동을 위해 코트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며 “커 감독은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간결하게 필요한 메시지만 전달한다”고 분석했다.


비결 2│긍정의 리더십

워리어스를 이끄는 커 감독은 선수들을 다그치는 일이 거의 없다. 선수의 장점을 찾아서 격려하고 더 잘할 수 있게 지도한다. 

워리어스 코치진이 준비하는 비디오 클립은 선수들의 실수나 잘못된 플레이를 모은 게 아니다. 반대로 선수들이 잘한 플레이, 코치의 지시대로 움직여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장면들을 모은 것이다. 휴스턴 로케츠와의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 7차전에서는 전반전에 워리어스 선수들이 극도로 부진했음에도, 코치진은 어떻게든 좋은 플레이만 모아서 비디오 클립을 만들었다. 커 감독이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장면들을 보여 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NYT는 “커 감독은 선수들이 공을 원활하게 돌릴 때마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며 “11점 차로 팀이 지고 있었지만, 휴스턴 로케츠보다 워리어스가 더 뛰어난 팀이라는 걸 선수들에게 상기시키는 게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평소에도 커 감독은 긍정의 리더십이 가진 힘을 보여 준다. 그는 선수 개개인과 심리상담을 하기도 하고, 신인 선수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연습하는 것을 허용한다. 워리어스의 연습 구장에서는 대화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 매체인 엔트러프러너(entrepreneur)는 “워리어스가 NBA의 역사가 된 비결 중 하나는 그들이 게임을 즐기기 때문”이라며 “게임을 즐기는 팀은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비결 3│끊임없는 소통

리그 최고의 스몰포워드 중 한 명인 케빈 듀랜트가 워리어스에 합류할 때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워리어스는 끊임없이 패스를 돌리면서 더 나은 공격 기회를 가진 선수를 찾는 협력 농구를 펼친다. 패스 게임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선수들이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올스타급 선수인 케빈 듀랜트가 팀에 합류하면 선수들 간에 경쟁이 벌어져 협력 농구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우려였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케빈 듀랜트마저도 워리어스의 협력 농구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워리어스의 협력 농구는 끊임없는 소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팀의 득점을 책임지는 건 케빈 듀랜트, 스테픈 커리, 클레이 톰프슨 같은 수퍼 스타들이지만 팀의 의사소통을 책임지는 건 드레이먼드 그린, 데이비드 웨스트, 안드레 이궈달라 같은 선수들이다. 그린은 자타가 공인하는 워리어스의 보컬 리더로 경기장 안팎에서 끊임없이 지시를 내린다. 이궈달라는 부상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한 파이널 2차전에서 경기가 끊어질 때마다 자신 대신 코트에 들어간 신인 선수 조던 벨을 불러 플레이에 대해 조언했다. 웨스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은 의사 소통”이라고 말했다.

워리어스는 다른 NBA 팀보다 단체 회식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도 함께 모여 서로의 플레이를 이야기하며 팀워크를 다지는 것이다. 밥 마이어스 워리어스 단장은 “동료들과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직적인 관계보다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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