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북부 핀츨리의 알디 매장. 사진 블룸버그
영국 런던 북부 핀츨리의 알디 매장. 사진 블룸버그

영국과 독일은 오랜 ‘앙숙’이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 축구 대표팀이 대한민국에 0-2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더선(The Sun)은 독일이 속한 F조의 최종 순위표를 스포츠면에 큼지막하게 실었다. 점선을 따라 가위로 잘라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순위표 아래에는 ‘우울할 때 꺼내 보며 미소 지을 수 있게 잘라서 간직하세요’라는 문구를 넣었다.

두 나라의 라이벌 관계는 축구에 한정되지 않는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으니 서로 간에 감정이 좋을 리 없다. 한·일 관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영국에서 요즘 제일 잘나가는 유통업체는 독일 수퍼마켓 체인 알디(Aldi)다. 테스코와 웨이트로즈, 막스앤드스펜서(M&S) 등 쟁쟁한 ‘토종’ 경쟁자들이 즐비한 영국에서 알디의 성장세가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알디의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억파운드(약 14조 8000억원)를 넘어섰다. 1990년 영국에 진출한 알디의 시장 점유율은 6.9%로 아직 테스코(28.2%), 세인즈베리(15%), 아스다(10.6%) 등과 격차가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지난 2년간 점유율을 깎아먹은 사이, 알디의 점유율은 약 30%나 치솟았다.

매출만 높아진 것은 아니다. 영국 유력 소비자 잡지 ‘위치?(Which?)’가 지난 2월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알디는 M&S와 동향(독일) 라이벌 리들 등을 제치고 조사 대상 9개 수퍼마켓 체인 중 1위를 차지했다.

알디는 1976년 진출한 미국에서도 월마트 등 미국 유통업체보다 한 수 위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알디의 미국 매출은 지난 5년 동안 약 두 배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35개 주에 16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22년까지 매장을 2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2001년 진출한 호주에서는 지난달 로이 모건 리서치의 설문조사에서 호주 국영 항공사 콴타스와 벤디고은행 등 전체 브랜드를 통틀어 신뢰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창업자 알브레히트 가문 소유인 알디는 실적 공개에 인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최근 전 세계 실적을 공개한 2013년 매출은 643억유로(약 84조원)였다.

알디의 성공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격 대비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말은 쉽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쉬지 않고 달리는 독일산 기관차 같은 알디의 성공 비결을 매장 운영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


성공비결 1│계산시간까지 줄여 효율 제고

알디 매장의 평균 면적은 1000~1100㎡로 경쟁 업체보다 훨씬 작다(국내 대형마트와 비슷한 수준). 매장 규모가 작은 만큼 관리에 이점이 있다. 매장이 작은데도 경쟁 업체 매장과 비교하면 붐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매장 구성에서 계산에 이르는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알디 계산대의 컨베이어 벨트 이동 속도는 경쟁 업체보다 약 40% 정도 빠르다. 속도만 높이면 점원들이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코드를 상품 여러 곳에 부착하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바코드를 찾는 데 허비(?)하는 시간까지 줄여 회전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알디 상품에는 평균 5개 정도의 바코드가 붙는다. 진열 방식도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꿨다. 대부분의 경우 대형 카트에 상품을 싣고 와 상자째 진열대에 올려 전면부만 뜯어낸다. 이를 통해 매장 근무 직원 수를 줄여 고정비 지출을 아낀다. 대신 직원 급여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있는 알디 매장 내부. 사진 블룸버그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있는 알디 매장 내부. 사진 블룸버그

판매 품목도 경쟁 업체의 15~2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케첩과 칫솔은 1종류, 기저귀는 2종류만 판매한다. 이런 방식으로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면 가격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 빈자리가 생기면 공급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상품 진열 및 관리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성공비결 2│‘제 살 깎아 먹기’도 전략 

영국 알디 매장 중에는 M&S와 이웃한 곳이 많다. M&S는 웨이트로즈와 함께 영국 고급 수퍼마켓 체인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을 앞세운 알디 매장을 M&S 인근에 오픈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너지가 발생했다. 생활필수품과 일상적인 먹거리는 알디에서 구매하고, 고급스러운 상품은 M&S에서 사는 식이다. 시너지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알디의 몫이 커졌다. 자국 의존도가 높은 M&S와 세인즈베리 등 영국 수퍼마켓 업체와 달리 알디는 유럽 전역과 미국, 호주에서도 주류 업체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공급 채널 다각화가 가능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때로는 기존 매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로운 매장을 여는 식의 ‘제 살 깎아 먹기(cannibalism) 경쟁’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고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매장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가 절감형 사업구조에서 이는 수익 감소로 귀결되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새로운 매장을 두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성공비결 3│철저한 현지화 전략

앞서 언급한 대로 ‘독일 업체’ 간판으로 영국에서 성공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알디의 선택은 ‘현지화’였다. 2016년 기준으로 알디가 영국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영국산이 70%에 육박했다. 후발 독일 업체이자 최대 라이벌인 리들의 경우 영국산 비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알디는 특히 육류와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의 영국산 비율이 40%를 넘어 영국의 경쟁 업체를 능가했다. 영국산 비중을 높이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보다 판매 품목 수를 늘린 것도 주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농업 보호’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미국에서의 전략도 이와 비슷하다. 알디는 미국에서 유기농 할인 식품점 ‘트레이더 조’ 체인도 운영 중이다. 트레이더 조의 2016년 매출은 133억달러(약 15조원)였다.


plus point

창업자 가문 보유 재산 22조원

알디의 창업자 칼(왼쪽)과 테오 알브레히트 형제의 생전 모습. 사진 트위터 캡쳐
알디의 창업자 칼(왼쪽)과 테오 알브레히트 형제의 생전 모습. 사진 트위터 캡쳐

알디는 1946년 알브레히트 형제가 공동 창업했다. 독일 에센에서 어머니가 운영하던 작은 식료품 상점을 물려받은 알브레히트 형제는 1960년까지 점포를 300개로 늘려나갔다.

1961년 사업에 대한 의견 차이로 다툼을 벌이던 두 형제는 결국 두 개의 자회사로 갈라섰다. 형인 카를 알브레히트는 ‘알디 쥐트(Süd·남쪽)’를, 동생인 테오 알브레히트는 ‘알디 노르트(Nord·북쪽)’를 맡았다.

알디 쥐트는 독일 남부와 영국·오스트리아·헝가리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성업 중이다. 1976년 미국, 2001년 호주에 진출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알디 노르트는 독일 북부를 포함해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국가를 맡았다. 1979년엔 이미 미국에 진출한 ‘알디’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트레이더 조(Trader Joe’s)’를 창업했다.

동생 테오 알브레히트는 2010년, 형 카를 알브레히트는 2014년에 각각 세상을 떠났다. ‘포브스’ 추정 알브레히트 가문의 재산은 196억달러(약 22조원)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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