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쉬 아가왈 오요 룸스 창업자가 인도 벵갈루루의 오요 호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리테쉬 아가왈 오요 룸스 창업자가 인도 벵갈루루의 오요 호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스무 살 인도 청년이 창업한 호텔 기업이 5년 만에 5조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미국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 투자사인 세콰이어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총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를 투자받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객실 수가 최근 2년 사이에 약 100배 늘었다.

인도 최대 호텔 기업 오요 룸스(Oyo Rooms·이하 오요) 이야기다. 5조원의 기업 가치는 인도 최대 대기업 집단인 타타그룹이 운영하는 타지(Taj)호텔그룹 기업 가치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2016년 기준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3억3000만달러, 5900만달러였다.

최대 주주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은 지난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요를 언급하며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호텔을 운영한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 진출한 중국에서의 객실 수는 어느덧 12만9000실(9월 말 기준)에 달했다. 오요의 중국 객실 수는 조만간 인도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 외에 영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네팔에도 진출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오요를 창업한 리테시 아가왈은 놀랍게도 이제 겨우 25세다. 그렇다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니다. 중산층 출신이지만, 13세에 노점에서 스마트폰 유심칩을 팔아 생활비에 보태기도 했다. 아가왈은 2016년 인도 언론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과의 유일한 차이점은 창업에 대한 열망이었다”고 말했다. ‘창업 영재’ 아가왈과 오요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성공비결 1│시장의 빈틈을 파고들라

오요 체인 호텔들의 숙박료는 1박에 25~50달러로 글로벌 체인 호텔 중 최저 수준이다. 오요는 프랜차이즈 가입 요금을 받거나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거둬들인다. 그렇다고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성공한 건 아니다.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던 아가왈이 주목한 건 가격보다 ‘규모’였다.

그는 객실 수 100실 이하 호텔이 전 세계 호텔의 90%를 차지하는데도 이 영역에 특화된 글로벌 체인이 없다는 점을 의아하게 여겼다. 평소 ‘창업자는 5%의 성공 가능성만 있어도 뛰어들어야 한다’고 믿었던 아가왈은 개인이나 가족이 운영하던 각양각색의 소형 호텔들을 골라 오요 체인에 가입시키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나갔다.

단순한 전략이었지만 호응은 뜨거웠다. 소형 호텔들은 오요 체인 가입 이후 객실 요금을 저렴하게 유지하면서도 시설과 서비스 수준을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표준화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대에 머물던 객실 점유율이 체인 가입 후 한 달 만에 세 배 이상 오르는 경우도 많았다.

고도로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30개의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 며칠 간격으로 점검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무료 와이파이와 무료 조식, TV, 흰색 침대와 시트, 6인치 크기의 샤워꼭지 등이 포함된다.


성공비결 2│첨단기술로 리스크 분석

아가왈은 미국의 전자결제 회사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운영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틸 펠로)에서 10만달러를 지원받아 오요를 창업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동안 실리콘밸리에 1년 동안 머물며 틸을 비롯한 여러 창업자와 친분을 쌓았다. 그는 실리콘밸리 생활을 통해 “독창적인 것을 시도해도 좋다는 것, 그리고 인도만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오요는 그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인도로 돌아온 2014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6년 6월 1000실이었던 인도의 오요 체인 호텔 객실 수는 2년 뒤인 2018년 6월 10만 실로 무려 100배 늘었다. 오요는 올해 3분기에도 전 세계적으로 14만 실, 인도에서만 3만3000실의 객실을 더 늘렸다.

아가왈이 실리콘밸리 경험을 통해 첨단기술 활용에 눈을 뜨게 된 것이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오요 직원은 약 8500명인데 그중 700명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이들은 매일 약 20개의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다. 모바일 앱도 있고 기존 앱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르비스(ORBIS)’ 스마트폰 앱이다. 오르비스는 호텔 주변의 물동량 데이터를 분석해 매출과 객실 점유율 예상치를 계산한다. 거래와 승인 과정의 단계별 위험 요인도 척척 분석해 낸다. 이런 이유로 아가왈은 “오요에서 보스(boss)는 스마트폰에 깔린 오르비스”라고 말하곤 한다.

오르비스 덕분에 계약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성장 속도를 배가시킬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호텔 체인에 가입하려면 계약 과정만 10개월이 넘게 걸리지만, 오요의 경우에는 보통 첫 미팅 이후 10일 안에 계약을 체결한다. 재고와 예약관리, 정리 점검 등 호텔 운영도 관련 앱을 통해 이뤄진다. 최적의 경쟁력 있는 객실 단가를 앱을 통해 하루 수백만 회 이상 계산해 낸다.


성공비결 3│현장의 고질적 문제 개선

아가왈은 유심칩 판매를 시작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급우들에게 “창업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창업자’란 단어의 뜻도 모르고 그저 ‘있어 보일 것 같아’ 얼떨결에 내뱉은 이야기였다. 사전을 찾아보니 창업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사람”이라고 돼 있었다. 이것은 그대로 그의 좌우명이자 오요의 성공 비결이 됐다.

오요의 급성장은 인도 숙박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고치는 데 주력한 덕이기도 했다. 아가왈은 인도를 여행하는 이들이 흔히 겪는 불쾌한 숙박 경험을 없애는 것을 사업의 주된 목표로 삼았다. 오요가 등장하기 전 인도에선 예약한 호텔이 광고 사진으로 보던 것과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쓰러질 듯한 외양에, 화장실 물이 새거나, 매트리스가 찢어져 있거나, 에어컨 작동이 수시로 중단되는 등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호텔도 많았다. 아가왈은 “오요는 머물 가치가 없는 이런 숙박 시설과 싸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설적이게도 오요 성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엄청난 성장 속도다. 객실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자칫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호텔들이 일반적으로 수요 변화에 발맞춰 시설을 확충하는 것과 달리 오요는 자체 수요 예측에 따라 선제적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경기 흐름의 돌발적인 악재로 예상이 빗나갈 경우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오요는 지난해 ‘오요 홈(Oyo Home)’이란 이름으로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단기 임대 사업도 시작했다. 단기간에 글로벌 호텔 기업으로 성장한 오요의 신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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