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데드 리뎀션 2는 1200명의 배우를 써서 게임 속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을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구현했다. 사진 록스타 게임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1200명의 배우를 써서 게임 속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을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구현했다. 사진 록스타 게임스

“이번 시즌 최고의 블록버스터(흔히 영화계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린 작품)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가 아닌, 비디오 게임이다. 이 게임은 ‘진정한 예술(true art)’이다.”

미국 월간지 ‘리즌 닷컴’의 피터 수더만 편집장은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레드 데드 리뎀션 2(Red Dead Redemption)’를 이렇게 설명했다. 블록버스터를 할리우드의 대작 영화에 한정 짓는 시대가 끝났다는 걸 레드 데드 리뎀션 2가 증명하고 있다는 의미다. 레드 데드 리뎀션의 공식적인 한글 번역 제목은 없지만, 이용자들은 그 뜻을 ‘피와 죽음으로 속죄’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게임은 일부 마니아와 10대들의 오락 문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폭넓은 대중이 즐기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의 매출을 가뿐히 넘기며,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출시된 10월 26일부터 3일간 7억2500만달러(약 80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올해 가장 흥행한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첫 3일간 매출인 6억4000만달러(약 7233억원)보다 8500만달러(약 853억원)가 많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4’와 ‘엑스박스 원’으로만 즐길 수 있다. 1899년 미국 서부시대가 배경이며, 갱단 총잡이 조직원의 삶을 소재로 했다. 평범해 보이는 주제임에도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올해 최대 블록버스터 콘텐츠가 될 전망이다. 출시 후 8일간의 매출이 전작 ‘레드 데드 리뎀션(2010년 출시)’의 8년치 매출을 뛰어넘었다. 이 게임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 3가지를 정리했다.


비결 1│잘하는 것 더 잘하기

이 게임을 제작한 ‘록스타 게임스’는 이전에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Grand Theft Auto)’ 시리즈를 만들어 대박을 냈다. 주인공이 차를 훔쳐 타고 다니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 게임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동시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주인공이 살인, 절도 등의 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 설정에 대한 사회의 우려 때문이었다.

첫 번째 시리즈인 GTA 1은 1997년 발매 당시 이용자들 사이에서 금세 큰 인기를 끌었다. 이용자가 게임 속에서 정해진 시나리오에 맞춰 따르지 않아도 됐고,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게임 속 주인공은 주어진 임무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껏 딴짓을 할 수 있었고, 별다른 역할이 없는 행인도 이유 없이 괴롭히고 죽일 수 있었다.

기존 게임들은 한정된 배경 안에서 지정된 범주 내의 행동만 할 수 있었다. 가령 전쟁 게임이라면 꼭 죽여야 하는 캐릭터만 죽일 수 있었고, 주변 행인들은 배경으로만 존재해 이용자가 아무리 건드려봐도 반응이 없었다. 자유롭게 상호작용을 하는 배경을 만들려면 제작사가 게임 속 구성물 각각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해서 제작 기간과 업무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록스타 게임스는 주인공의 한계 없는 움직임을 구현한다는 원칙을 엄청난 업무량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켜오고 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는 등장인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배우 1200명을 투입했다. 이들은 몸에 센서를 달고 움직임 정보를 입력해 영상에 재현하는 모션 캡처 작업에 활용됐다. 배우들의 움직임을 담아내는 이 작업에만 2200일이 소요됐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 이용자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다 멈추고 풍경을 둘러볼 수도, 말을 타다가 말에서 내릴 수도 있다. 주인공은 말 뒤에 서있다가 말발굽에 걷어차여 부상당하기도 하고, 염소 뿔에 부딪혀 넘어지기도 한다. 이 염소가 거슬리면 전투용 총을 꺼내서 쏴 죽일 수도 있다.


비결 2│게임이 가장 빛나는 기기에 집중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콘솔 게임기로만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PC판은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 나올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실시간 스트리밍이 범람하는 시대지만 록스타 게임스는 이 게임을 게임기에 내려받거나 CD를 사야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방대한 그래픽과 음향 탓에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용량이 89.2GB(PS4 용)로 크기 때문이다. 이 게임이 이용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이유는 생생한 그래픽과 음향이다. 눈보라가 몰아치면 등장인물들이 입을 열 때마다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말을 타고 이동할 때는 말발굽이 눈을 헤치면서 나는 ‘바스락’ 소리가 난다. 손바닥 크기보다 조금 큰 모바일 화면보다는 TV에 연결하는 콘솔 게임기를 이용했을 때 차원이 다른 몰입감을 줄 수 있다.

콘솔용 게임은 불법 복제가 어렵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PC를 통해 게임을 공급하면 인기 게임은 순식간에 복제본이 만들어져 유통된다. 게다가 콘솔 게임기는 오로지 게임 재생이라는 기능에 집중해 만든 하드웨어다. 비슷한 수준을 구현할 수 있는 PC보다 대개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사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춘 셈이다.

이와 더불어 PC용 게임은 아무리 제작사가 공을 들여도 사용자가 보유한 하드웨어 성능에 따라 사용자 경험의 질이 차이가 난다. 가령 낮은 사양 PC에서 게임을 하는 이용자는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화려한 그래픽을 만끽할 수 없다. 하지만 콘솔 게임기는 거의 단일한 사양으로 보급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없다. 제작사가 의도한 사용자 경험을 손상 없이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콘솔 게임기 제조사인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런 게임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같은 블록버스터 콘텐츠가 나와줘야 기기 판매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나와줘야 영화관 티켓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결 3│리더의 열정, 집요한 실행

록스타 게임스의 창업자 샘 하우저, 댄 하우저 형제는 이미 게임업계의 거장으로 통한다. 지난 2014년 게임산업 발전 목적의 비영리기구 ‘아카데미 오브 인터렉티브 아트 & 사이언스(AIAS)’의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하우저 형제는 록스타 게임스가 발매하는 모든 게임의 제작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레드 데드 리뎀션 2 출시를 앞두고 동생 댄 하우저 부사장이 직접 나서 게임 개발 과정 등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제작에 7년이 걸렸다. 게임의 주요 서사를 담은 대본은 약 2000장이다. 주요 서사에 포함되지 않는 부가적인 미션과 주변 등장 인물들의 대사를 적은 것까지 전부 합쳐서 대본을 쌓으면 높이가 8피트(약 240cm)쯤 된다고 한다. 게임 속 인물들의 대사는 50만줄이 넘는다. 제작사는 게임 출시 전 예고 영상만 70개를 만들었다.

방대한 서사를 담은 게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작자들의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우저 부사장은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개발하는 동안 직원들이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말했다. 그는 록스타 게임스의 열정을 말하려고 이런 발언을 했으나, 이는 ‘직원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강요했다’는 비난 여론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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