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라오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중국인들. 주전부리를 먹거나 카드게임 등을 하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하이디라오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중국인들. 주전부리를 먹거나 카드게임 등을 하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중국식 샤부샤부 요리인 ‘훠궈’는 중국인의 ‘국민 음식’으로 꼽힌다. 만주와 몽골 유목민이 즐겨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청나라 건륭제가 훠궈를 즐겼다는 기록도 있다. 1980년대 중국에서 개인 식당 운영이 허가된 이후 훠궈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훠궈는 값싸고 맛있는 서민 음식이기도 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데 진입장벽도 낮기 때문이다. 매콤하고 알싸한 맛이 나는 육수인 ‘홍탕’이나 깊고 담백한 맛이 나는 육수인 ‘백탕’ 등에 고객이 직접 고기, 해물, 채소, 국수 등을 담가 익혀 먹는 방식이라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치 않은 탓이다.

이 같은 훠궈 ‘레드 오션’에서 대형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한 기업이 있다. 1994년 쓰촨(四川)성 젠양(簡陽)에서 테이블 4개짜리 훠궈 음식점으로 시작한 ‘하이디라오(海底撈)’가 그 주인공이다. 하이디라오는 현재 중국 내에만 316개, 해외에 25개 등 총 341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매출 역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2015년 57억5668만위안(약 9309억원)에서 지난해 106억3717만위안(약 1조7201억원)으로 2년간 약 85% 증가했다. 지난 9월엔 홍콩 증시 상장에도 성공했다. 현재 하이디라오의 시가 총액은 934억홍콩달러(약 13조2329억원)에 달한다.

하이디라오의 성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이디라오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60% 이상을 점포 확장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8개의 점포를 오픈한 데 이어 올해는 최대 200여개의 신규 점포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디라오 사례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시장이라 할지라도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얼마든지 기회는 남아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이디라오의 성공 비결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성공비결 1│ ‘손님이 왕’ 확실하게 실천

하이디라오를 경쟁사와 구분 짓는 차별점은 뛰어난 고객 서비스다. 이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지난 3일 점심시간에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하이디라오를 찾았다. 예약하고 갔지만 자리가 준비되기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대기 중 매장 내에서 네일아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팝콘 등 주전부리를 즐길 수도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이 고객의 겉옷을 하나하나 직접 개어 의자 등받이에 걸어줬다. 그 위에 덮개도 씌워줬는데, 움직임으로 인해 겉옷이 흘러내리거나 음식이 묻고 냄새가 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요리를 먹다 안경이나 휴대전화에 음식이 튈 수 있다며 일회용 클리너를 나눠주는가 하면, 긴 머리의 여성 고객에겐 머리끈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을 보였다.

해외 지점인 한국에서도 서비스가 이 정도인데, 중국 본토 매장에서는 더욱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대기하는 동안 어깨 마사지, 구두닦이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각종 보드게임을 하거나 간식 등을 먹을 수 있다. 국수를 주문하면 직원이 수타쇼를 펼치는가 하면,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가면이 계속 바뀌는 중국 전통 변검 공연을 보여주기도 한다.

훠궈는 고객이 직접 조리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요리 기술과 맛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하이디라오의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하이디라오의 창업자 장융(張勇) 회장은 “나는 하이디라오의 국물이나 소스를 전혀 만들 줄 모른다”며 “내가 파는 음식이 그리 뛰어나진 않지만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파는 것 이상으로 서비스를 베풀기 때문에 손님들이 우리 식당에 또 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비결 2│서비스 권한 직원에게 위임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하이디라오는 이를 ‘직원’이라고 봤다. 장 회장은 “인기 서비스 대부분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며 “창의성을 원한다면 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현장 직원들에게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했다. 점장은 3만위안(약 485만원)까지 고객들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고, 가장 낮은 직급의 직원도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메뉴 하나, 또는 한 테이블의 음식을 모두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권한이 비대해질 경우 이를 남용 또는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이디라오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승진 시스템’을 활용한다. 일부 직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임원직은 현장 직원부터 시작한 이들 중에서 발탁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승진의 희망을 불어넣어줌으로써, 자신의 권한을 스스로 올바르게 사용할 근거를 만들어준다. 이외에도 익명의 제보 시스템과 철저한 감사 시스템을 마련해 권한 위임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고 있다.

직원 복지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직원들이 오래 일할수록 서비스의 질도 높고 균등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디라오는 한 달에 1400위안(약 23만원)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고, 직원 전용 숙소도 제공한다. 중국 요식업계 노동자의 임금이 한 달에 700~800위안(약 11만~13만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고임금 직장이다. 또 매니저급 이상 직원의 부모에겐 매달 보조금을 지급한다. 가족 걱정 없이 매장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이디라오는 베낄 수 없다(海底撈你學不會)’의 저자인 중국 경영학자 황티에잉(黃鐵鷹)은 하이디라오의 성공 비결에 대해 “직원을 사람으로 대접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이디라오의 이직률은 10%에 불과하다.


성공비결 3│화끈한 사과와 대처

대부분의 요식업체가 그렇듯이, 하이디라오 역시 여러 차례 위생 논란을 겪었다. 하이디라오 베이징 진송(劲松)점과 타이양궁(太阳宫)점이 대표적이다. 중국 매체 ‘파즈완바오(法制晩報)’는 지난해 두 곳에 잠입, 위생 실태를 폭로했다. 식기세척기와 주방기기엔 음식물 찌꺼기가 붙어있었고, 젓가락과 국자 등 식기를 행주와 같이 세척하기도 했다. 또 훠궈를 건져 먹는 국자를 이용해 주방 하수구를 뚫는가 하면, 주방 곳곳에 쥐가 돌아다니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세웠던 하이디라오 역시 다른 식당들과 다를 바 없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하이디라오는 이 같은 논란이 터질 때마다 ‘정공법’을 택했다. 파즈완바오 폭로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이디라오는 더러운 위생 상태의 동영상이 공개된 지 3시간 만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보도된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경제적·법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환경 개선 작업에 착수한다는 내용이었다. 2시간 뒤엔 해당 점포에 대한 구체적 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근본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영업하지 않겠다”며 1달 넘게 영업을 중단했고, 식당 인테리어 전체를 뜯어고쳤다.

현재 하이디라오는 매장 내 대형스크린과 음식을 주문할 때 사용하는 고객용 태블릿PC를 통해 주방을 실시간 공개하고 있다. 매달 전 지점을 대상으로 위생점검도 시행한다. 하이디라오는 부정적인 면까지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식당’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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