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서 한 고객이 크로넨버그1664 블랑을 술잔에 따르고 있다. 사진 유튜브
술집에서 한 고객이 크로넨버그1664 블랑을 술잔에 따르고 있다. 사진 유튜브

프랑스의 밀맥주 ‘크로넨버그1664 블랑’의 국내 누적판매량이 1억 병을 돌파했다. 크로넨버그1664 블랑은 프랑스의 알자스~로렌 지역의 도시 스트라스부르에서 양조되는 밀맥주다. 덴마크의 맥주 회사 칼스버그 그룹에서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지만 하이네켄이나 기네스처럼 세계적인 인지도가 있는 맥주는 아니다. 국내 주류 회사인 하이트진로가 2013년부터 수입해 판매했는데 2017년부터 국내 판매량이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년 동안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물량만 6000만 병(세계 물량의 19%)에 달한다. 전년보다 54% 급증했다. 본국 프랑스는 물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에서의 판매량도 한국을 따라오지 못한다.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맥주 판매량조사에서도 크로넨버그1664 블랑의 인기는 확인된다. 2016년 10위에서 지난해 4위(1위 아사히·2위 칭따오·3위 하이네켄)로 치고 올라왔다. 국내에서 밀맥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크로넨버그1664 블랑의 인기비결을 알아봤다.


1│맥주는 쓴맛?…달콤한 맛으로 흥행

하이트진로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크로넨버그1664 블랑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주 소비층은 20~30대 젊은 여성들이다. 주요 인터넷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맥주를 검색하면 ‘여자 들이 좋아하는 맥주’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콘텐츠들이 많이 검색되는 것도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크로넨버그1664 블랑이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크로넨버그1664 블랑이 젊은 여성들이 즐기는 맥주가 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맥주는 쓴맛’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달콤한 맛과 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밀맥주는 보리로 만든 맥주와 달리 쓴맛이 거의 없다. 이런 특징을 활용해 카라멜향 합성착향료(화학합성향료), 오렌지껍질, 고수(미나리과의 채소), 감귤류(시트러스) 등 다양한 과일 향을 첨가했다. 쓴맛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과일 향을 추가하면 맛과 향이 뒤섞이지만 밀맥주처럼 쓴맛이 제거된 상태에 과일 향을 추가하면 달콤하고 상쾌한 향과 맛만 남는다.

직장인 김수정(31)씨는 “회식할 때 맥주를 소주에 타서 먹거나 취해서 맛을 잘 알지 못할 정도인 상태에서 2차로 맥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맥주 맛을 잘 몰랐는데 크로넨버그1664 블랑을 마셔보니 달콤하면서도 청량감이 있어 맥주가 생각날 때마다 마시게 된다”고 했다.


2│프랑스 감성 담아 ‘소확행’ 파는 맥주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문화도 크로넨버그1664 블랑의 인기에 한몫했다.

크로넨버그1664 블랑이 소확행을 주는 맥주가 된 이유는 달콤한 맥주 맛 이외에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맥주병은 프랑스 국기를 떠올리게 하는 푸른색 바탕에 흰색과 빨간색의 대형 리본으로 장식돼 있다. 직장인 한모씨는 “프랑스 여행을 갔을 때 열차 안에서 팔던 맥주인데 디자인이 참 예뻤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마트에서 다시 봤을 때 프랑스 여행의 추억이 기억나 기분 좋게 장바구니에 담게 됐다”고 했다.

감귤류가 포함됐기 때문에 밝은 오렌지빛이 나는 맥주의 색깔도 소확행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다. 다른 맥주들은 이보다 좀 더 어두운 갈색빛이 대부분이다. 한 여성은 인스타그램에 크로넨버그1664 블랑을 유리잔에 담아놓은 사진을 게시한 후 “이렇게 예쁜 맥주도 있다”며 감탄했다. 인스타그램에 크로넨버그1664 블랑과 관련된 게시물은 5000여 건에 달한다.

홍대순 글로벌 전략정책연구원 원장은 “프랑스산 밀맥주가 국내에서 이렇게 인기가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맥주를 맛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문화와 전통, 감성 등을 좋아하고 즐긴다는 증거”라며 “크로넨버그1664 블랑이 한국 젊은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심미적, 감성적 요소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3│한국 위해 글로벌 전략 바꾼 칼스버그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마케팅도 크로넨버그1664 블랑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방송된 크로넨버그1664 블랑의 TV광고는 제품명과 로고가 나오지 않고 아무런 내레이션도 없이 끝난다. 샤넬 등 명품 의류 브랜드가 종종 이런 방식의 광고를 내보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광고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하이트진로가 크로넨버그1664 블랑의 제조사인 칼스버그 그룹에 요청해 제품명과 로고를 넣었고 마지막에는 “프랑스의 향을 맛보세요(Taste the french way of life)”라는 내레이션도 추가했다. 불명확한 영상보다는 명료한 메시지를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칼스버그 그룹이 한국에만 유일하게 다른 광고를 내보낸 것이다.


plus point

[Interview] 크로넨버그1664 블랑 총괄 김형준 하이트진로 브랜드매니저
“한국 수출 물량 맞추기 위해 새 공장 지어”

김형준 하이트진로 브랜드매니저. 사진 정해용 기자
김형준 하이트진로 브랜드매니저. 사진 정해용 기자

크로넨버그1664 블랑의 수입·유통을 담당하는 김형준 하이트진로 브랜드매니저는 2007년부터 13년간 수입 맥주 수출입 통관, 유통업무를 해왔다. 하이트진로의 자체 위스키브랜드 ‘킹덤’의 판매전략을 담당하기도 했다. 19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브랜드매니저는 “크로넨버그1664 블랑 1억 병이 팔릴 수 있었던 것은 한잔을 마셔도 프리미엄급 맥주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크로넨버그1664 블랑의 국내 판매가 세계 1위라는 게 놀랍다.
“2017년에 판매량 1위에 올랐고 2018년에 6000만 병을 팔아 2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한국 시장에서 세계 물량의 19%가 팔린다. 지난해 판매량 2위 국가는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18%)이었다. 본국 프랑스(14%), 술을 많이 마시는 국가인 러시아(13%) 모두 제쳤다. 한국인의 크로넨버그1664 블랑 사랑이 놀라울 정도다.”

인기 비결은 뭔가.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맞춘 게 인기를 끈 비결이다. 젊은 여성들은 쓴맛보다 달콤한 향과 맛을 좋아하는데 크로넨버그1664 블랑이 딱 그런 맥주다. 여성들에게 호감도가 높은 국가인 프랑스에서 온 맥주라는 점, 화려한 색깔로 디자인된 병이나 캔도 인기를 얻은 이유라고 본다.”

한국에만 리뉴얼되지 않은 디자인의 캔 맥주가 계속 팔리고 TV광고도 내레이션을 붙였다.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광고스타일, 캔 디자인을 칼스버그 그룹에서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힘이 그만큼 세다는 얘기다. 재밌는 예는 TV광고 로열티다. 다른 국가의 유통회사들은 모두 칼스버그 그룹에 로열티를 내고 광고를 받아서 방송하지만, 한국에는 칼스버그 그룹이 무료로 광고를 제공한다. 한국에서 TV광고를 하지 않으면 크로넨버그1664 블랑의 세계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특혜를 주는 것이다. 한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칼스버그 그룹은 공장을 새로 짓기도 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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