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4일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쇼핑몰의 크래프트 하인즈 매장으로 한 참가자가 들어가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쇼핑몰은 주주들이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회사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이다. 사진 블룸버그
2018년 5월 4일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쇼핑몰의 크래프트 하인즈 매장으로 한 참가자가 들어가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쇼핑몰은 주주들이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회사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이다. 사진 블룸버그

“크래프트 하인즈에 대한 투자는 내가 몇 가지 면에서 틀렸다.”

2월 25일(현지시각)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CNBC에 출연해 “크래프트 하인즈를 비싸게 주고 샀다”며 이같이 말했다.

버핏이 실수를 인정한 것은 버크셔해서웨이가 최대주주(26.7%)인 크래프트 하인즈가 지난해 4분기에만 126억8000만달러(약 14조원)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2013년 브라질 사모펀드 3G캐피털과 함께 230억달러(약 25조7000억원)를 투입해 하인즈를 인수했고, 2015년에는 480억달러(약 53조7000억원)를 투입해 크래프트를 인수했다. 이후 하인즈와 크래프트를 합병했다. 버핏과 3G캐피털이 크래프트 하인즈에 투입한 자금만도 710억달러(약 79조4000억원)에 달했다. 합병 당시 크래프트 하인즈의 매출액은 280억달러(약 30조8000억원)로 세계 5위였다. 버핏과 3G캐피털이 매출액의 2.5배에 달하는 값을 주고 크래프트 하인즈를 인수한 셈이었다.

버핏과 3G캐피털이 하인즈와 크래프트를 인수해 합병한 것은 동종 업종에 있는 거대 식품 회사들을 합치면 생산라인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고 지원 부서 등 그룹의 비핵심 부서를 통폐합하면 비용을 절감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합병 직후인 2016년 크래프트 하인즈는 매출액 202억달러, 순이익 6억3400만달러를 기록해 세계 4위 식품 기업이 됐다. 1위 기업은 스위스의 네슬레(매출액 922억달러)였다. 이어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미국·676억달러)와 몬델리즈(미국·296억달러)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4분기에만 126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몇몇 업체가 독과점하는 식품 기업 중 한두 개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고 비용만 줄이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상한 버핏과 3G캐피털의 전략은 급변하는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버핏과 3G캐피털의 경영 방식이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알아봤다.


1│쥐어짜기식 비용 절감 한계

버핏과 3G캐피털의 경영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쥐어짜기식 비용 절감과 직원 구조조정이다.

경영을 주도해온 3G캐피털은 크래프트 하인즈를 인수하자마자 ‘제로 베이스 예산편성(ZBB·Zero-Based Budgeting)’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ZBB는 이론적으로는 1970년대부터 논의됐던 경영 방식이다.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주로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후에 많이 사용한다. 이는 사업 비용에서 특정 금액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업 비용을 제로(0)로 가정한 후 예산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3G캐피털은 ZBB로 인건비 등 고정비를 합병 전의 3분의 1수준으로 낮췄다. 약 250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했고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의 비용이 줄었다. 이 과정에서 북미 지역 7개 공장을 폐쇄했고 자회사인 가공육류 회사 오스카메이어의 본사 건물을 팔았다.

문제는 인건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연구·개발(R&D) 인력도 구조조정했고, 이 때문에 제품 품질 향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인 프란시스코 말레트는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존속을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요구에 적응하는 일”이라며 “최신 트렌드와 제품 개발에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3G캐피털의 경영 방식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고, 그것은 한계에 달했다”고 했다.

데이비드 카스 메릴랜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크래프트 하인즈 경영진은 건강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고 대신 비용 절감에만 골몰했다”고 했다.


2│신제품으로 치고 올라온 신생 기업들

버핏과 3G캐피털이 비용 절감에만 골몰하고 있을 때 신생 경쟁 기업들은 유기농 식자재 등을 이용한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대표적인 기업은 9년 전 설립된 ‘서 켄싱턴(Sir Kensington’s·2017년 유니레버에 인수됨) 케첩’이다. 미국 유기농 식품 매장인 홀푸드에서 하인즈 케첩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서 켄싱턴 케첩은 브라운대학교 학생 2명이 재학 중에 만든 회사인데 하인즈 케첩보다 설탕은 50% 줄였고 나트륨은 33% 뺐다. 또 케첩 재료로 널리 쓰이는 유전자조작식품(GMO)과 가공식품첨가물도 사용하지 않았다.

8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채식주의자를 위해 동물성 식재료를 쓰지 않은 마요네즈를 개발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음식 소비 패턴을 면밀하게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소비자는 더 이상 브랜드가 얼마나 유명한지를 보고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며 신생 기업에 밀려나고 있는 크래프트 하인즈의 미래를 우려했다.


3│투자자들, 우상화 경계해야

한편 버핏을 우상화하고 그를 따라 무작정 크래프트 하인즈에 투자한 주주들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핏이 투자한 기업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기업 경영진이 어떤 경영을 하고 있는지, 장기적 제품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섣부른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버핏을 우상화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다모다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다. 버핏과 3G캐피털 경영진도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고 (투자하는 기업의 취약점을 보지 못하는) 맹점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모다란 교수는 버핏도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문제는 버핏이 아니라 버핏을 투자의 신으로, 그의 말을 복음처럼 여기고 그의 투자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모욕하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언론의 우상화”라고 지적했다.

우상화가 진행되면 기업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눈이 흐려지고 크래프트 하인즈와 같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기업에 거금을 투자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모다란 교수에 따르면 크래프트 하인즈는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보다도 낮은 연 1% 내의 매출 성장만이 가능하다. 영업 마진도 향후 5년 안에 20% 이하(2018년 23.15%)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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