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으로 일부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직원 급여 공개는 신뢰 증대, 임금 차별 축소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반면 연봉 협상의 어려움, 직장 내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실험적으로 일부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직원 급여 공개는 신뢰 증대, 임금 차별 축소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반면 연봉 협상의 어려움, 직장 내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과학 전문매체인 ‘원제로(OneZero)’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 400여 명은 서로 급여를 공개하고 있다. 자신이 공정하게 보상받고 있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사적인 페이스북 그룹인 ‘젊은 마이크로소프트 정규직 직원들’이라는 모임에서 이런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들은 공유된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입사 연도, 경력, 기본 급여, 성과급 인상 비율, 주식 보상, 현금 보너스 등의 개인 정보를 익명으로 모았다. 스프레드시트 맨 위에는 “우리 모두가 함께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당신의 익명 정보를 공유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들은 전체 MS 직원 14만4000명 중 극소수이지만 적극적으로 급여 정보 공유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원제로’가 MS 직원 400여 명의 스프레드시트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연봉은 4만달러에서 32만달러에 걸쳐 분포돼 있었고 직급은 레벨 59에서 66까지 있었다. 스프레드시트에 나타난 전형적인 유형은 레벨 62 정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경력 5년에 MS 근무 기간은 3년 정도였다. 최근 1년 동안 승급이 없었고 기본급은 15만달러, 현금 보너스 2만달러, 주식 보너스 1만5000달러였다. 경력이나 근무 기간보다는 직급이 보상에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밌는 것은 MS를 떠나 아마존이나 심지어 스타트업 회사로 이직했다가 다시 MS로 돌아왔을 때는 전보다 더 높은 레벨로 도약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 직급이 높아질수록 자사 주식으로 보상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현금 보너스는 직급과 상관없이 비슷했다.

인도에서 일하는 MS 직원에 대한 데이터는 소수였지만, 그들은 미국에서 일하는 직원들보다 훨씬 적은 급여를 받고 있었다. 스프레드시트에 나타난 전형적인 인도 직원은 연봉이 5만달러 이하인 반면 비슷한 경력의 미국 직원은 연봉 15만달러였다. 연봉에 포함된 보너스는 최대 10배 차이가 났다.

그동안 직장에서 서로의 급여 수준을 얘기하고 논의하는 것은 금기시돼 왔다. ‘급여를 비밀로 하는 것이 예의 바르고 올바른 일이다’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동료가 상대적으로 많은 급여를 받는 것에 대다수가 매우 민감해하기 때문에, 급여 차이로 위화감이 조성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도 대부분 기업이 급여 공개에 부정적이다. 데이비드 부르쿠스 오랄로버츠대 교수에 따르면, 2001년 미국 고용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분의 1 이상이 직원들이 개별 급여에 대해 단순히 논의하는 것조차도 금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2010년 미국 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의 거의 절반이 동료들과 개별 급여에 대해 논의하는 게 계약상 금지돼 있거나 강하게 통제된다고 답했다. 토드 젠거 유타대 에클스경영대학원 교수는 “급여 공개는 급여에 대한 집착을 낳고 직원들이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자신의 성과를 과대평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부르쿠스 교수는 “기업들이 급여 공개를 기피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라며 “사람마다 급여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이 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받는지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들에서는 ‘급여를 비밀에 부치는 것이 오히려 성과나 고용에 해가 된다’는 시각에서 급여 공개를 시행하고 있다.


급여 공개 기업, 직원들은 긍정 평가

뉴욕에 있는 데이터분석 회사인 ‘섬올(SumAll)’은 2011년 10명의 직원으로 출발하면서 급여를 완전히 공개했다. 지금은 직원이 50여명으로 늘었고 여전히 직원 모두가 볼 수 있는 회사 인트라넷에 급여 현황을 올려놓는다. 단 앳킨슨 섬올 최고경영자(CEO)는 부르쿠스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파격적 정책이 임금 협상 과정에서 (직원들이 너무 높은 임금인상률을 원하는 등) 실수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새로 들어온 직원들은 결국 회사의 개방성에 만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앳킨슨 CEO는 “직원들이 이런 급여 공개 정책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페이스북과 구글의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 관리 회사인 ‘버퍼(Buffer)’는 급여 공개 수준을 더 높였다. 원격 근무 회사인 버퍼는 직원 급여를 직원들에게만 공개하는 게 아니라 외부 사람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조엘 가스코인 버퍼 CEO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직원의 급여와 그 급여를 계산하는 공식을 회사 웹사이트에 올렸다. 최초 공개 이후 업데이트된 이 공식에는 직원의 역할, 경험, 회사에 대한 로열티, 스톡옵션 등이 반영돼 있다. 버퍼는 급여 공개 다음 달 입사 원서가 두 배 늘었다고 한다.

홀푸드의 공동 CEO인 존 맥키는 30년 전에 이미 급여를 비밀에 부치는 게 해롭다는 생각을 했다. 맥키 CEO는 회사를 설립한 지 몇 년 후인 1986년에 직원들 간에 더 많은 대화를 장려하고 회사 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직원이 급여, 성과급 등 보상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맥키 CEO는 2014년 저서에서 “고신뢰 조직을 만들려면 비밀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부르쿠스 교수는 “급여를 공개할 경우 사람들은 여전히 급여 수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화를 낼 수도 있지만 그런 의견이 모아진다면 다음에 회사의 급여가 어떻게 책정돼야 하는지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합리한 임금 차별 줄일 수도

급여 공개로 성별 임금 격차 등 불합리한 임금 차별을 줄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1년 미국 여성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정규직의 남녀 임금 격차는 23%로 급여가 상당 부분 알려진 연방 정부의 11%에 비해 크게 벌어져 있다. 미국 연방 정부는 G1, G2, G3 등으로 모든 직책이 레벨 수준에 고정돼 있고 그에 따라 직책에 대한 보수가 매년 또는 2년마다 결정된다. 부르쿠스 교수는 “직원들이 자신의 급여와 동료들의 급여에 대한 자료로 무장돼 있을 때 경영진이 임금 불평등에 대해 주의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공개가 공정성을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한편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등에서는 정부가 임금 차별을 줄이기 위해 제도적으로 임금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공정임금법’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사용자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임금을 주도록 규제하는 법제도다. 성별을 이유로 임금조건에 있어 직간접적인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에게는 임금 정보 청구권도 있어 성별이 다른 노동자의 임금이나 그 기준과 관련된 사항을 노동자가 요청하면 사업주는 이를 의무적으로 고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12월부터 정부가 산업별, 기업 규모별 임금을 공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기업규모·산업 등 기업특성을 기반으로 성·연령·학력·근속 연수 등 노동자 속성을 교차 분석해 상세한 임금수준 분포현황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임금수준은 평균값을 비롯해 중간값, 상위 25%값, 75%값 등이 모두 공개된다. 대졸자와 고졸자 간 임금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도 알려진다.

서울시도 투자·출연기관 23곳을 대상으로 남녀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10월부터 ‘성평등 임금 공시제’를 시행한다.

정재형 선임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