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킨공업이 25년 만에 일본에 세운 신(新)공장 전경. 작년에 가동을 시작했다. 빌딩용 에어컨을 만드는 용도다. 오른쪽은 공장 내부. 사진 다이킨공업
다이킨공업이 25년 만에 일본에 세운 신(新)공장 전경. 작년에 가동을 시작했다. 빌딩용 에어컨을 만드는 용도다. 오른쪽은 공장 내부. 사진 다이킨공업

95년 역사의 일본 에어컨 전문회사 다이킨공업(이하 다이킨)은 지난 17년 동안 매출을 네 배 이상 늘렸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8% 늘어난 27조7000억원(2조4811억엔),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 늘어난 3조1000억원(2763억엔)이었다. 매출·영업이익이 9년 연속 성장했다. 벤처기업도 아니고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도 큰 제조기업, 뜨는 분야도 아닌 에어컨 사업으로 이렇게 꾸준한 성장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도 매출은 8% 늘어난 29조8000억원(2조6700억엔), 영업이익은 3% 늘어난 3조2000억원(2850억엔)으로 전망돼 10년 연속 증수증익(增收增益·매출과 이익이 함께 늘어나는 것)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특히 다이킨은 2000년 이후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2007년까지 과거 최고 실적을 경신하다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2008·2009년 연속으로 실적이 떨어지며 바닥을 쳤다. 그러나 3년 만인 2012년 과거 최고 수준을 회복했고 그 이후로 줄곧 성장 중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장의 원천이다. 2000년에는 매출 비율이 일본 74%, 해외 26%로 일본 매출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이 비율이 2017년엔 일본 21%, 해외 79%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일본 매출은 17년 동안 별로 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벌어 기업을 키운 것이다.

게다가 다이킨은 작년에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신(新)공장을 세웠다. 빌딩용 에어컨을 만든다. 이 신공장은 앞으로 빌딩용 에어컨에 관해, 전 세계 다이킨 공장들의 마더플랜트(모태가 되는 공장)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도가와 마사노리(十河政則·70) 다이킨 사장은 최근 일본 기술 전문지 ‘닛케이크로스테크’와 인터뷰에서 “다이킨은 ‘스몰 제조’라고 부르는 생산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수요 변동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소량을 생산해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라인 구축이 목표”라고 말했다. 도가와 사장에 따르면 스몰 제조의 키워드는 모듈화, N분의 1, 코스트 오토메이션 등 세 가지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하면 디지털 팩토리로의 이행이다. 이것이 다이킨 경쟁력과 미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다이킨의 일본 신공장을 소재로 이 네 가지를 분석해 봤다.


1│모듈화

생산 라인의 ‘레고블록화’를 의미한다. 레고블록처럼 떼었다 붙였다 하는 식의 설비 모듈 증감만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의 수요 변동에 더 빨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제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공장 차원에서 다양한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그중 난제가 수요 변동에 대한 대응이다. 특히 다이킨의 주력 제품인 에어컨은 이 문제의 난도가 높다. 기후·경기에 따라 수요가 크게 변동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상이변으로 무더위가 심해지면 단번에 대량의 주문이 몰려든다. 또 돌발적인 상황 때문에 주문에 급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런 급격한 수요 변동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수요를 대지 못해 매출·이익을 올릴 기회를 경쟁사에 갖다 바치거나 대량의 악성 재고를 남기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 난제를 타개하기 위해 다이킨이 고안한 것이 ‘시장 접근 전략’이다. 각각의 나라나 지역 요구를 만족하는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해 바로 공급한다는 개념이다. 생산지가 시장에 가까울수록,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할 때까지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날씨나 경기 변화로 수요가 출렁거려도 더 빠르게 대처하면서 판매 기회를 넓히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환율 변동 리스크에 강하다는 부가적인 이점도 있다.

다이킨이 일본에서 25년 만에 지은 새 빌딩용 에어컨 공장은 전 세계 다이킨 공장에 모듈화를 전파함으로써 시장 접근 전략을 완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이킨 신공장은 빌딩용 에어컨을 1년에 6만 대 생산하는데, 이 생산량에 맞추기 위해 라인은 44개의 설비 모듈로 구성돼 있다. 이 설비 모듈 수를 줄이면 소량 생산에, 늘리면 대량 생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렇게 되면 모듈 라인에서 연간 5000대에서 10만 대까지 매우 큰 폭의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컨베이어 라인에서는 빌딩용 에어컨은 연간 5만 대, 가정용 에어컨은 연간 20만 대 규모의 생산 라인을 구축하지 않으면 채산성을 맞출 수 없었다.

자동차 업계의 모듈 설계가 ‘제품 설계의 표준화’인 것과 마찬가지로 모듈 라인은 ‘생산 라인의 표준화’다. 다이킨에 따르면, 모듈화가 정착하면 종래와는 달리 새 공장을 만들 때마다 생산 라인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없다. 공장을 세우는 기간도 종전의 절반으로 단축된다. 다이킨이 일본 내 신공장에서 구현한 모듈화를 자사의 전 세계 공장으로 확대하게 되면, 시장 접근 전략이 자연스럽게 구현된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성장이 예상되지만 시장이 아직 작아 소규모로 시작해야 하는 신흥국 등에 낮은 비용으로 빠르게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세가와 이사오 생산기술부장은 ‘닛케이크로스테크’와 인터뷰에서 “신흥국 시장에 빨리 참여하지 않으면 중국이나 한국 기업에 진다”며 “모듈 라인은 중국·한국 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대항 수단”이라고 말했다.


2│N분의 1

2분의 1, 3분의 1 등으로 소형화하는 것을 뜻한다. 큰 금형이나 설비를 가능한 한 작은 것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다. 가정용 에어컨의 경우, 기존에는 연산 30만 대 기준의 대형 프레스기를 사용했는데, 이렇게 되면 공장의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연산 30만 대 생산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이를 N분의 1로 축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산 30만 대 기준 프레스기를 3분의 1로 소규모화해 연산 10만 대로도 수익을 낼 수 있게 하고, 필요하면 프레스기를 추가하는 식으로 바꾸는 것이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감안할 때 결국 이익이라는 것이다.


3│코스트 오토메이션

자동화하더라도 가성비를 철저히 따지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완전 자동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로봇 등을 사용해 일단 대규모로 자동화해 버리면, 변경하기 어려워진다. 지나친 자동화가 오히려 공장의 진화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완전 자동화는 언제나 좋은 것이다’라는 전제를 의심하고, 사람과 로봇이 담당하는 일을 나누어 공장의 진화 여지를 남긴 자동화를 진행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4│IoT를 활용한 디지털 공장화

다이킨이 일본에 신공장을 만든 또 하나의 이유는 IoT(Internet of Things)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전제로 한 생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특히 다이킨이 진행하고 있는 시장 접근 전략, 다른 말로 하면 ‘매스 커스터마이즈 생산’의 대응이다. 매스 커스터마이즈 생산이란 각각의 고객 요구에 따른 다양한 제품을 대량 생산 수준의 비용으로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고객의 사용 상황이나 제품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연결,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더 빨리 개발하고, 수주부터 생산 계획의 입안, 제조, 물류까지를 최적화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유연하고 빠르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원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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