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혜리(오른쪽)와 래퍼 김하온이 참여한 상쾌환 TV 광고의 한 장면. 사진 삼양사
가수 혜리(오른쪽)와 래퍼 김하온이 참여한 상쾌환 TV 광고의 한 장면. 사진 삼양사

“부작용이 큽니다. 술 마시기 전에 한 포 먹었더니 술이 너무 잘 들어갑니다.”

11월 4일 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중소기업 부서 회식 자리에서 소소한 이벤트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핫한’ 숙취 해소 제품 ‘상쾌환’ 체험기를 내기로 한 것. 이는 회식 다음 날 혹시 모를 업무 지장을 우려한 부서장의 아이디어였다. 8년 차 직장인 정모씨는 5일 “술이 덜 써서 평소보다 더 마셨다. 아침에 머리는 아팠지만, 속이 부대끼는 건 덜했다”고 했다. 10년 차 송모씨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침에 똑같이 피곤했다”고 했다. 2년 차 김모씨와 최모씨는 “소맥을 마시면 다음 날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팠는데 숙취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삼양사가 2013년 출시한 숙취 해소 제품 ‘상쾌환’이 CJ헬스케어의 ‘컨디션’에 이은 시장 이인자로 올라섰다. 배우 최주봉이 출연한 재치 있는 광고로 유명한 그래미의 ‘여명808’을 제친 것이다. 여명808은 1998년 출시돼 지난해까지 20년간 컨디션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나 삼양사에 따르면 최근 상쾌환과 여명808의 시장 점유율이 역전됐다.

앞서 국내 숙취 해소제 시장은 1993년 컨디션이 포문을 열었다. 컨디션의 타깃은 넥타이를 맨 비즈니스맨이었다. 판을 바꾼 건 여명808이다. 남종현 그래미 사장이 간 경화를 앓던 남동생을 위해 807번의 실험 끝에 만든 이 제품은 헛개나무 추출물이 포함된 ‘숙취 해소용 천연차’로 알려지며 5000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후 숙취 해소 제품 시장은 컨디션과 여명808, 모닝케어(동아제약) 등이 주도했다. 여기에 상쾌환이 가세했다. 상쾌환은 음료형 제품이 주도하던 숙취 해소제 시장에서 2013년 효모 기술을 앞세워 환(丸·성분을 가루로 만든 후 반죽해 작고 둥글게 빚은 것) 형태로 출시돼 인기를 얻었다. 올해 상반기 말 상쾌환 누적 판매량은 5000만 포를 돌파했다. 삼양사 관계자는 “상쾌환은 2초에 1개씩 판매되며 숙취 해소 제품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20년 된 숙취 해소 제품 시장에서 상쾌환이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숙취 해소 제품. 사진 김문관 차장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숙취 해소 제품. 사진 김문관 차장

비결 1│공격적인 20·30 마케팅

누적 판매량 기준 상쾌환은 2017년 11월 1000만 포에 이어 2018년 10월 3000만 포, 2019년 상반기 5000만 포 돌파 기록을 세웠다. 상쾌환을 소비자에게 알린 일등 공신은 제품 모델인 아이돌 가수 혜리다. 삼양사는 혜리가 덕선이(드라마 ‘응답하라 1998’의 여주인공 이름) 캐릭터로 뜨기 직전인 2015년부터 전속 모델로 기용해서 효과를 봤다. 상쾌환 연매출액이 미미했던 출시 초창기에도 최고경영자(CEO)의 판단에 따라 과감한 마케팅 비용을 집행했다는 후문이다. 삼양사 관계자는 “제품 효능을 확신한 CEO의 마케팅 투자가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상쾌환과 혜리의 인연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상쾌환은 20~35세의 학생과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해 젊고 트렌디한 숙취 해소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친근한 이미지의 혜리를 모델로 기용한 것도 그런 이유다. TV 광고는 물론 대학가 음악 축제 부스 운영 등으로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성장 동력을 만들었다. 최근 삼양사는 혜리에 더해 랩 경연 예능 프로그램 ‘고등래퍼’ 우승자 김하온까지 TV 광고에 투입해 젊은층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상쾌환 공식 홈페이지도 열고 고객과의 소통을 넓히고 있다. 최근 취업 실패로 고민하는 20대가 부모님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 공감하는 이야기를 실험 카메라 형식으로 구성한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비결 2│혁신적인 제품 형태

물론 제품이 신통치 않으면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도 성공할 수 없다. 삼양사는 상쾌환을 효모추출물, 식물혼합농축액(헛개나무 열매, 산사나무 열매, 칡꽃) 등의 원료를 배합해 환 형태로 만들었고, 숙취 해소가 빠른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제품 형태를 혁신했다는 점에 있다. 삼양사 식품연구소가 상쾌환 개발에 나선 것은 2013년 초다. 삼양사는 소비자가 품질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는 시장을 먼저 고려해 숙취 해소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식품연구소는 기존 숙취 해소 제품 시장의 주류가 음료 형태인 점에 착안해 환 형태 제품 개발에 나섰다. 환 형태로 만들 경우 휴대 간편성과 섭취 편의성을 높일 수 있어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상쾌환은 1회분 3g씩 개별 포장돼 휴대 간편성과 섭취 편의성을 높였다.


비결 3│주 고객 공략한 낮은 가격

유통 채널 측면에서 상쾌환은 급성장하던 편의점을 싼 가격으로 파고들었다. 초창기 ‘젊은 직원이 회식 자리에서 상사 몰래 먹기 편한 환’ ‘음료와는 달리 섭취해도 배가 나오지 않는 숙취 해소 제품’ 등으로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숙취 해소 제품을 구매하는 주요 고객이 20~30대라는 통계도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숙취 해소 제품 구매 비중은 3년 연속 급감했다. 반면 20~30대 구매 비중은 2017년 말 52%에서 올해 초 61%까지 증가했다.

상쾌환의 낮은 가격은 젊은층에 제대로 먹혔다. 컨디션과 여명808은 고가전략을 썼지만 상쾌환은 반대로 승부한 것이다. CJ헬스케어와 그래미는 병당 1만원짜리 고가 제품 ‘컨디션CEO’와 ‘여명1004’도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숙취 해소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 편의점의 주요 소비자층은 20~30대로 고가 제품이 성과를 거두기 쉬운 환경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11월 7일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쾌환의 가격은 경쟁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 시내 편의점에서 여명808은 병당 5500원, 컨디션은 병당 5000원, 상쾌환은 포당 2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plus point

삼양사와 삼양식품은 다릅니다…회사 인지도 높인 효자 상품

상쾌환의 성공은 삼양사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삼양사는 1924년 설립된, 역사가 오래된 회사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에게는 덜 알려졌다. 라면을 만드는 삼양식품과 혼동하기 일쑤라는 게 삼양사 측의 전언이다.

삼양사는 식품·화학·패키징·바이오 기업이다. 삼양사는 핵심 사업인 설탕 생산 등 식품뿐만 아니라 음료 페트병, 자동차 소재 등을 주로 만드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회사다. B2B 기업이다 보니 소비자에게 생소한 것이다. 지난해 삼양사 전체 매출액 약 4조1000억원 중 식품이 약 1조2000억원, 페트병과 자동차용 부품 등 화학이 약 2조3000억원을 차지했다. 패키징과 바이오는 각각 약 4000억원, 약 1000억원이었다. 기타 분야는 약 1000억원이었다.

반면 상쾌환은 소비자를 직접 겨냥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제품이다. 제품이 잘 팔릴수록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져 B2B에서 B2C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김문관 차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