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드론 습격을 받은 사우디 아람코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복구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지난 9월 드론 습격을 받은 사우디 아람코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복구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아람코의 기업공개(IPO)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왕가의 ‘왕관의 보석(crown jewel)’ 아람코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는 사우디의 국영 석유 기업이다. 사우디 왕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확보한 원유 매장량이 2600억 배럴 이상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야는 10월 29일(이하 현지시각) “아람코의 주식 거래가 12월 11일 사우디 주식시장인 타다울 증권거래소에서 개시된다”며 “사우디 왕실은 11월 17일까지 최초 공모가를 산정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 왕실은 11월 3일 이를 공식화했다.

아람코는 전 세계 모든 기업 중 매출액과 순이익 1위다. 지난해 매출액 3559억달러(약 412조원), 순이익 1110억달러(약 129조원)를 기록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의 지난해 순이익(약 595억달러)보다 두 배가량 많다.

아람코의 IPO가 이뤄지면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사우디 왕실은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2조달러(약 2330조원)로 보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 세계 1·2위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총이 각각 1조달러(약 1192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두 회사를 합친 규모인 셈이다.

아람코 IPO 주간사로는 20여 개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선정됐다. 이 중 골드만삭스는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1조6000억~2조3000억달러로 추정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1조5900억~2조1000억달러로 예상해 상대적으로 낮다. BNP파리바는 1조4244억달러로 범위가 아닌 정확한 수치를 제시했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왕실은 현지 상장 이후 해외 증권거래소에서의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


포인트 1ㅣ투자자와 기업 가치 이견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놓고 사우디 왕실과 투자자 사이에 이견이 있어 일반공모가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2016년 아람코의 첫 IPO 시도는 실패했다. 당시 국제 유가 하락과 글로벌 증시 위축 등으로 아람코의 기업 가치 평가액이 사우디 왕실의 기대치 2조달러에 훨씬 못 미쳤던 탓이다. 사우디 왕실은 올해 들어 다시 IPO에 시동을 걸었지만, 드론(무인항공기) 공격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생했다. 9월 14일 사우디 동부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에 있는 아람코의 유전이 친이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탔다.

그럼에도 아람코 IPO는 사우디 왕실의 계획대로 연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내년 국제 유가가 하락할 움직임을 보여 상장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월 4일 “아람코가 상장을 시도하는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사우디는 드론 테러로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도 국제 유가가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유가가 더 하락하기 전에 상장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 왕실이 증시 상장을 연내에 서둘러 진행하는 주된 이유는 다가오는 ‘원유 홍수(flood of oil)’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내년부터 브라질·캐나다·노르웨이·가이아나 등을 중심으로 원유 공급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 4개국은 2년 동안 일 평균 생산량을 200만 배럴 늘릴 전망이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사진 블룸버그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사진 블룸버그

포인트 2ㅣ사우디의 석유 의존 탈피 노력

사우디 왕실이 아람코 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사우디 경제 전체의 석유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사우디 전체 재정수입의 87%가 석유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사우디 최고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아람코 IPO를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향후 석유 산업 의존도를 5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우디 왕실은 석유 산업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기술 투자를 확대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 먹을거리 투자 차원에서 IPO를 추진하는 셈이다. 사우디 왕실은 이번 아람코 상장을 통해 1000억달러가량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2조달러로 보고 왕실 보유 지분 5%를 공모 투자자에게 매각했을 경우의 금액이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IPO였던 2014년 중국 알리바바의 조달 금액(250억달러)의 네 배에 달한다. 다만 현지 언론 일각에서는 올해 12월 상장에서 지분 1~2%만 공모가 이뤄져 최대 400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400억~1000억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이 사우디 경제 구조를 바꾸는 데 투입될 예정인 셈이다.


포인트 3ㅣ국내 정유·건설 업계에도 커지는 영향력

국내 정유·건설 업계에서도 아람코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아람코는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11월 4일 보유 중인 현대오일뱅크 주식 17%를 아람코에 1조400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금은 12월 중순쯤 들어온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런 내용이 담긴 투자계약을 4월 15일 아람코와 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오일뱅크 지분율은 91.1%에서 74.1%로 낮아진다. 압둘아지즈 알 주다이미 아람코 부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에 대해 “아람코의 다운스트림(정제된 원유 등을 판매하는 단계) 투자 전략의 일환인 동시에 안정적인 원유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아람코는 에쓰 오일(S-Oil)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아람코의 유럽 지역 자회사 아람코 오버시즈가 쌍용정유의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 주주가 됐다. 현 지분율은 63.5%다. 에쓰 오일은 아람코와 원유 장기 공급 계약을 하고 아람코 원유를 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아람코는 국내 정유화학 1위 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는 관계사를 통해 인연을 맺고 있다. SK종합화학은 2015년 사우디의 국영 석유화학 회사인 사빅과 합작회사(사빅SK넥슬렌컴퍼니)를 설립했다. 사빅의 지분 70%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아람코다.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은 모두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다. 국내 4대 정유회사 중 아람코와 무관한 회사는 미국 회사와 합작사인 GS칼텍스가 유일하다.

건설 업계는 사우디 왕실의 ‘비전 2030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아람코는 세계 최대의 석유 회사인 동시에 각종 공사를 발주하는 중동 건설 시장의 큰손이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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