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방탄소년단(BTS), 릴 나스 엑스, 옐언니. 사진 틱톡 캡처
왼쪽부터 방탄소년단(BTS), 릴 나스 엑스, 옐언니. 사진 틱톡 캡처

미국 빌보드 차트 1위 최장 기록이 최근 바뀌었다.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컨트리 음악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가 19주 동안 1위 자리를 지킨 것.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와 보이즈 투 맨이 부른 ‘원 스윗 데이(One sweet day·16주 1위)’를 넘어섰다. 인기에 힘입어 릴 나스 엑스는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과 협업해 리믹스 버전 ‘서울 타운 로드’를 발표했다.

무명이었던 19세 래퍼의 곡이 올해 상반기에만 13억 회 이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되며 인기를 끈 것은 비디오 애플리케이션(앱) ‘틱톡(TikTok)’ 덕이 컸다. 릴 나스 엑스가 카우보이 음악을 배경으로 카우보이 흉내를 내는 비디오를 틱톡에 올렸고, 이 영상이 관심을 받으면서 그의 음악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틱톡은 15초짜리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가 2016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틱톡의 월간 스마트폰 앱 다운로드 수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넘어섰다. 11월 현재 누적 다운로드는 15억 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한 달에 한 번 이상 접속하는 이용자 수)는 5억 명 이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인터넷 시장에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틱톡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에게 인기다. 미국 내 틱톡 월간 활성 이용자 가운데 60%가 16~24세다. 지난 9월 미국에서 진행한 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 13~16세 가운데 42%가 틱톡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는 응답자(41%)보다 많다.

틱톡의 인기에 운영사 바이트댄스의 가치도 치솟았다.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말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3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75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바이트댄스는 우버, 에어비앤비 등을 뛰어넘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이다.

미국은 틱톡의 인기에 당황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선 틱톡이 중국 정부에 사용자 관련 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견제에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틱톡이 미국과 세계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시위를 감시하고 있다”며 공격에 가담했다.

일각에선 틱톡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았던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과 미국 간 기술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틱톡이 화웨이 다음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틱톡은 “중국 정부를 포함한 어떤 외국 정부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며 중국에서 올라오는 콘텐츠 노출을 줄이는 등 중국색 지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인기비결 1│
5분 만에 동영상 제작·편집 가능

틱톡의 기능은 간단하다. 이용자가 틱톡이 제공하는 음악에 자신의 춤, 노래 등을 조합해 15초 분량의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다른 사용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댓글을 달 수 있다. 영상 길이가 짧다 보니 복잡하거나 심오한 내용을 담기는 어렵다. 틱톡에 올라오는 영상 대부분이 시선을 끄는 춤이나 웃음을 일으키는 흥미 위주로 채워져 있는 이유다.

손쉽게 동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할 수 있는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는 건 쉬워도 올리기는 어렵다. 전문적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하면 고품질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틱톡은 다양한 편집 기능과 영상 소스를 제공해 영상을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틱톡이 2017년 11월 영상 제작 앱 ‘뮤지컬리(Musical.ly)’를 인수한 이후 선보인 ‘립싱크 영상’ 기능을 이용하면 케이팝(K-pop)을 비롯한 수많은 곡을 따라 부르는 립싱크 영상을 몇 분 만에 만들 수 있다. 영상 편집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조차 틱톡 앱 하나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다 틱톡은 수많은 이모티콘과 배경 음악, 슬로모션과 같은 효과도 무료로 제공한다. 이를 이용해 몇 번의 터치만으로 영상을 풍성하게 꾸밀 수 있다.


인기비결 2│
모바일에 적합한 ‘15초 동영상’

틱톡이 유튜브 등 다른 동영상 플랫폼과 가장 차별화한 점은 동영상 길이다. 틱톡에 게시할 수 있는 영상은 15초로 매우 짧다. 대신 화면을 위로 쓸어올리는 동작만으로 동영상을 계속 이어서 볼 수 있다. 또한 별도의 조작이 없어도 틱톡 앱을 켜자마자 추천 동영상이 즉시 재생된다.

1995년부터 ‘인터넷 업계의 바이블’로 불리는 ‘인터넷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하는 메리 미커 애널리스트는 틱톡의 동영상 길이에 주목했다. 메리 미커는 ‘인터넷 트렌드 2018’에서 틱톡처럼 재생 시간이 짧은 ‘쇼트폼 비디오(Short-Form Video)’를 새로운 인터넷 흐름으로 꼽았다. 그는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짧은 영상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며 “중국의 틱톡 등이 짧은 영상 확산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plus point

틱톡에 ‘놀란’ 페이스북·구글, ‘짧은 동영상’ 서비스 준비

틱톡이 흥행을 일으키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등 미국 기업은 잇따라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짧은 길이의 동영상 플랫폼을 이미 선보였거나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1월 동영상 공유 플랫폼 ‘라쏘(Lasso)’를 출시했다. 연예인의 춤을 따라 추거나 립싱크를 하는 등 짧은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앱이다. 하지만 라쏘의 다운로드 횟수는 50만 회에 그치며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은 영상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릴(Reels)’을 선보였다. 릴은 틱톡처럼 15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을 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항간에선 구글이 미국 동영상 공유 스타트업 ‘파이어워크(Firework)’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추측한다. 파이어워크는 30초 정도의 동영상을 올리는 앱으로 이 역시 틱톡과 비슷한 짧은 영상을 위한 플랫폼이다. 구글은 파이어워크를 인수하는 것 외에 유튜브 안에 틱톡처럼 몇 번의 클릭만으로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을 넣을 예정이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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