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매장 운영부터 매출 향상까지 가맹점의 애로사항을 모두 해결해주는 ‘슈퍼바이저’를 ‘슈퍼맨’에 빗대기도 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매장 운영부터 매출 향상까지 가맹점의 애로사항을 모두 해결해주는 ‘슈퍼바이저’를 ‘슈퍼맨’에 빗대기도 한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프랜차이즈 창업 희망자에게 “가맹점이 60개, 70개가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레시피 싸움이 아니라, 점주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은 소통과 관리·감독이다. 이 역할을 맡는 것이 바로 ‘슈퍼바이저(supervisor)’라는 직군이다.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를 잇는 가교로서 좁게는 점포 위생관리부터 넓게는 상권 분석, 매출 활성화까지 다양한 역할을 한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이 26년간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것은 탄탄한 슈퍼바이저 시스템의 공헌이 컸다. 한솥은 700여 개 가맹점 가운데 10년 이상 유지된 장수 가맹점이 30%에 달하고, 5년 이상은 절반이 넘는다. 폐점률은 2% 수준으로 외식업 프랜차이즈 평균인 9.4%보다 네 배 이상 낮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영원한 숙제인 ‘가맹점 관리’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이순호 한솥 운영팀장을 만났다.

“가맹점의 품질·서비스·위생(QSC)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우리 슈퍼바이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맡은 매장의 매출을 유지하고 향상하는 것이다.”

8년 차 베테랑 슈퍼바이저인 이순호 팀장은 ‘한솥에 장수 가맹점이 많은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곧장 “슈퍼바이저가 매출 유지에 총력을 다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매출이 하락하면 점주는 사업을 유지할 동기가 사라진다. 이 팀장은 “당연한 얘기지만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며 “주방이 더러우면 청소하면 되고 운영이 미숙하면 가르치면 되는 문제지만,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개선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프랜차이즈에서는 연차와 직급에 따라 슈퍼바이저의 업무 영역에 차등을 둔다. 개별 가맹점을 찾아다니며 본부의 지침을 전달하고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등의 역할은 저연차가 맡고, 실적이 부진한 가맹점에 대해 매출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은 팀장급 이상이 맡는 구조다.

한솥은 반대로 ‘가맹점과 가장 가까운 현장 슈퍼바이저가 매출 올리는 일도 가장 잘할 것’이라고 봤다. 사원이든 대리든 직급에 상관없이, 한솥의 모든 슈퍼바이저는 팀장급 직무와 직책을 갖고 있다. 상권 분석과 판촉 행사, 마케팅 등 모든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비용까지 직접 결재를 받아 실행에 옮긴다.

자신이 맡은 가맹점 인근 지역에 경쟁 점포가 들어온다고 하면 슈퍼바이저는 비상 체제에 돌입한다. 경쟁 점포의 출현은 매출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다. 경쟁 업종의 범위에는 도시락 가게뿐만 아니라, ‘싸고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한다’는 소비자 니즈를 공유하는 햄버거 가게, 홀 공간이 넓은 편의점 등도 포함된다. 한 번 떨어진 매출은 좀처럼 복구하기 어려워, 일주일 전부터 ‘선제 판촉전략’를 펼친다.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전단 배포부터 온라인 마케팅까지 고객 확보를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지역 상권에 빠삭한 현장 슈퍼바이저는 어디에 전단을 배포해야 효과적일지, 어떤 품목의 가격을 할인해야 손님이 몰릴지에 대해서도 통달해 있다는 것이 이 팀장의 설명이다.


이순호 한솥 운영팀장은 ‘장수 가맹점이 많은 원동력’에 대해 “슈퍼바이저가 매출 유지에 총력을 다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한솥
이순호 한솥 운영팀장은 ‘장수 가맹점이 많은 원동력’에 대해 “슈퍼바이저가 매출 유지에 총력을 다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한솥

내가 열면 내가 책임진다

한솥에서는 ‘신규 점포 개발’도 슈퍼바이저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영업직인 신규 점포 개발자는 관리직인 슈퍼바이저와는 부서 차원에서 구별돼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신규 점포 개발을 전문 외주 업체에 맡기기도 한다.

이 팀장은 “개발자는 신규 점포 숫자가 곧 실적이다 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약하는 ‘개업우선주의’ 경향이 있다”며 “그렇게 해서 한때 1000호점을 눈앞에 두기도 했지만, 결국엔 무리한 확장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입지 조건이 나쁜 신규 점포가 잇달아 폐업하는 현상이 일어나자, 한솥은 지역 상권에 밝은 슈퍼바이저에게 신규 가맹점에 대한 사업성 검토를 맡겼다. 슈퍼바이저의 승인을 얻은 입지에만 개업할 수 있도록 하자, 부실 점포는 줄어들고 고매출 점포가 늘어났다. 2018년부터는 아예 개발자 직군을 없애고, 신규 출점 역할을 슈퍼바이저에게 온전히 일임했다.

‘자신이 관리할 점포는 자신이 개업한다’는 원칙을 세운 뒤부터 모든 신규 점포가 목표 매출을 달성했다. 매장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슈퍼바이저는 계산이 서지 않으면, 가맹 희망자가 아무리 부탁해도 점포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출점의 마지막 관문은 이영덕 한솥 회장 앞에서의 일대일 대면 보고다. 이 팀장은 “사원이든 주임이든 회장님 앞에서 사업성과 영업 전략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직접 진행하고 사인을 받아내야만 출점이 확정된다”고 했다. 이렇게 문을 연 한솥 신규 가맹점에선 매일같이 90만원어치의 도시락이 팔려나간다. 월 매출로 따지면 2700만원, 순익은 600만원에 이르니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사업을 접을 이유가 없다.

한솥은 최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 UN지원SDGs협회가 발표한 ‘2019 UN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에서 최우수 그룹에 해당하는 10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식품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SDGBI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 환경 보호 노력을 기울였는지, 혁신적 인프라를 구축했는지 등을 분석하는 지수로, 평가 대상 기업은 순위에 따라 1위 그룹, 최우수 그룹, 상위 그룹, 편입 그룹으로 나뉜다.


plus point

이론과 실전 겸비…슈퍼바이저에서 창업자로

가맹본부의 경영 시스템과 가맹점에서의 현장 경험을 두루 겸비한 슈퍼바이저는 직접 프랜차이즈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백진성 커피베이 대표는 창업 전 PC방·치킨·호프·삼겹살 등 여러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 슈퍼바이저로 6년 넘게 일했다. 백 대표는 “슈퍼바이저 경험을 통해 가맹점주의 입장에서 보는 눈을 터득하게 됐다”며 “덕분에 다른 본사에 비해 가맹점과의 불협화음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570개 가맹점을 보유한 커피베이는 ‘블러드 오션’에 가까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최근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굽네치킨’을 운영하는 홍경호 지앤푸드 대표도 슈퍼바이저 출신 창업자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파파이스에서 점장과 슈퍼바이저로 일하며 창업의 기회를 엿봤다. 2005년 웰빙 트렌드에 맞춰 오븐구이 콘셉트로 창립한 굽네치킨은 12년 만에 1000호점을 돌파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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