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점 유튜브 채널 ‘타로호랑’의 한 장면. 유튜버가 타로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타로점 유튜브 채널 ‘타로호랑’의 한 장면. 유튜버가 타로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가 나왔네요. 내년에는 그동안 답답했던 일이 풀리고, 이제까지의 노력을 보상받을 거예요.” 은은한 향초 불빛에 비친 자주색 벨벳 천 위에 있던 타로 다섯 장이 차례로 뒤집힌다. 한 유튜브 타로점 채널의 방송 장면이다. 수험생 김솔(27)씨는 최근 유튜브 타로점(점을 보는 사람이 선택한 타로의 의미를 해석하는 점)에 푹 빠졌다. 복채는 돈이 아니다.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클릭하는 ‘구독’과 ‘좋아요’다. 김씨는 “요즘 힘든 일이 많았는데 큰 위안이 된다”라며 “유튜브로 즐기는 타로점이 오프라인보다 더 집중이 잘 된다”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성행하던 타로점이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타로점 애플리케이션(앱)보다 타로점 유튜브로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 점을 보려는 사람이 직접 카드를 뽑는 방식이던 기존 타로점 앱과 달리, 유튜브에서는 유튜버가 시청자를 대신해 다섯 개 정도의 카드 묶음을 뽑는다. 각각에 번호를 붙인 후 번호별로 해석해 영상을 올리면 시청자는 마음이 가는 번호를 선택해 해당 부분을 시청하는 방식이다. 월별 운세, 연애운, 취업운 등 여러 가지 주제의 영상이 업로드된다.

타로점 유튜브가 성장하면서 타로점 앱의 인기는 주춤하고 있다. 올 한 해 타로점 앱과 타로점 유튜브의 네이버 월별 키워드 검색량 그래프는 정반대의 양상을 띤다. 인기 타로점 앱 ‘오즈의 타로’ 검색량은 올해 3월 한 달간 1160건을 기록한 후 계속 하락해 11월 한 달간 500건까지 떨어졌다. 반면 대표적인 타로점 유튜브 채널 ‘타로호랑’은 서비스를 시작한 3월 이후 꾸준히 검색량이 상승해 올해 11월 한 달간 약 1500건을 기록했다. 타로호랑은 개설 8개월 만에 구독자 수 27만 명을 돌파했다. 영상의 총 조회 수는 1900만 건에 이른다. 복채로 ‘좋아요’를 받는 타로점 동영상의 특성상 비슷한 조회 수의 다른 영상 대비 ‘좋아요’ 수가 압도적이다. 11월 16일 타로호랑에 업로드된 ‘올해의 마지막 행운’ 영상의 ‘좋아요’ 수는 1만9000건으로 타 인기 ‘먹방’과 비교했을 때 조회 수 대비 ‘좋아요’ 수가 두 배에 가깝다.


비결 1│시청각 동원해 걱정과 불안 덜어

이처럼 타로점 유튜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긍정적인 점괘로 시청자의 걱정과 불안을 덜어준다는 데 있다. 오프라인 타로점집, 온라인 타로점 유튜브를 동시에 운영하는 정회도씨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는 좋은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같은 카드가 나와도 유튜브에서는 완곡하게 말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그의 말처럼 댓글 창에는 ‘점괘가 맞든 안 맞든 위로가 돼 줘서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정말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등 점괘의 정확도와 무관하게 용기를 얻었다는 시청자의 댓글이 가득하다.

특히 타로점 영상은 시각과 청각을 모두 활용해 시청자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지칠 때, 길을 잃었을 때 잠시 쉬다 가세요’라는 인사말을 걸어놓은 타로점 유튜브 채널 ‘이봄의 낙원’은 성냥을 그어 촛불을 켜는 등의 장면을 연출해 ASMR 효과를 노린다. 어두운 곳에서 초를 켠 아늑한 분위기에서 이어지는 점괘 풀이 역시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진행된다. 귀여운 고양이를 출연시키기도 한다. 다른 타로점 유튜브 영상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다.

흥미로운 사실은 실제 타로점이 점성술보다 심리상담의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직업능력진흥원에서 발급하는 타로 전문가 자격증의 명칭은 ‘타로심리상담사’다. 송원영 건양대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불안할 때 자기확증편향을 강화해줄 상대를 찾는다”라며 “진정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순 없지만, 원하는 말을 들으면, 일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결 2│앱보다 광고 적고, 유튜버가 직접 설명

타로점 앱보다 타로점 유튜브는 광고가 적다는 점도 강점이다. 앱은 이용자가 직접 카드를 고르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많은 개발 비용을 들였다. 그 결과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이용자의 편의를 해치는 과도한 광고를 삽입해야 한다. 인기 운세 앱 ‘점신’의 앱스토어 후기에는 ‘점 하나를 보는 데 광고가 30초에 하나씩 나와 총 대여섯 편이나 봐야 한다’는 등의 불만이 많다. 이와 달리 유튜브는 영상 제작 외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고, 유튜버가 이미 오프라인으로 이익을 얻고 있는 경우도 많아 상대적으로 광고로부터 자유롭다.

사람이 직접 설명을 해준다는 점도 앱과의 차별점이다. 타로 상담을 할 때는 상담자와 내담자와의 친밀감도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앱에서는 개발자가 미리 작성해둔 답변이 기계적으로 송출된다. 반면 유튜브 채널에서는 유튜버가 본인의 목소리로 매번 다른 점괘를 읊어준다. 댓글을 통한 소통까지 이뤄진다. 인기 타로점 채널 ‘건대타로제로’ 관계자는 “구독자와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정성껏 답글을 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쌓은 친밀감이 점괘의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결 3│언제 어디서나 무료, 답변 시간 제한도 없어

유튜브는 오프라인과 달리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타로점에서는 질문 하나당 약 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유명 타로점 집의 경우 금액이 이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 있으며, 대기 시간이 길고 예약이 어려워 상담받기조차 쉽지 않다.

건대의 한 유명 타로점 집은 평균 세 시간 가까운 대기 시간을 자랑하기도 한다. 반면 유튜브는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타로점을 볼 수 있어 이러한 경제적·시간적 비용이 들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 내에 질문을 스스로 생각해내야만 하는 타로점 집과 달리, 동영상에서는 유튜버가 알아서 질문과 대답을 제시해준다.

한 타로점 마니아는 “오프라인 타로점을 보는 동안 마땅한 질문이 떠오르지 않아 난처했던 경우가 많았다”면서 “혹은 질문이 떠오르더라도 추가 비용을 내라고 해 불쾌할 때가 있었는데, 유튜브는 그럴 일이 없어 기분 좋게 볼 수 있다”고 했다.

구정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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